섬뜩한 정치 행사
섬뜩한 정치 행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8.22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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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사회, 정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피켓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청소년부터 마이크를 잡고 의견을 밝히는 청소년까지. 통계청 자료가 10대 청소년의 정치의식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확인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청소년(초등학교 4학년~중·고등학생) 중 87.6%가 “청소년도 사회·정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했다. 여학생(91.6%)이 남학생(83.9%)보다 더 관심을 보였다.

정치·사회문제를 향해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는 청소년들의 모습은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지난 14일에는 진보단체 국민주권연대 소속 ‘통일선봉대’라는 청소년단체가 정치 목적의 행사에 참여해 합창을 했다.

민주노총, 민중당 등 52개 진보단체의 연합체인 ‘민중공동행동’이 서울 광화문에서 개최한 ‘2019 자주통일대회’ 에서다. ‘남북공동선언 이행’, ‘한미동맹 해체’. ‘미군 없는 한반도 실현’, ‘아베 규탄’ 등이 행사의 주제였다.

진보 인터넷 매체인 ‘주권방송’은 이날 찍은 합창 동영상을 이틀 뒤인 지난 16일 영상을 올리면서 “청소년 통일선봉대가 동요와 만화 주제가를 재치있게 바꿔 불렀다”고 전했다.

‘자한당 해체 동요-만화 주제가 메들리’라는 제목의 2분 56초 분량의 영상을 보면 초·중학생으로 보이는 20여명의 ‘청소년 통일선봉대’는 성인과 함께 무대에 올라 합창하고 율동을 했다.

가사 내용은 이렇다. 만화 주제가 ‘아기공룡 둘리’를 개사해 “요리 보고 조리 봐도 음음 자한당은 토착왜구”라고 비난했고, ‘토마토’를 개사해서는 “반일을 이용하지 마(황교안)”, “일본에 뭐라 하지마(나경원)”, “반일은 감정팔이야(김무성)”, “친일파 자한당 해체해”라고 불렀다.

동요 ‘솜사탕’을 개사해서는 “우리나라에 암처럼 기어든 왜구들, 자한당”, “진드기처럼 질기고 더러운 친일파, 자한당”, “일본 손잡고 미국 섬기는 매국노 자한당”, “후후 불어서 저 바다 건너서 섬나라 보내자, 후후”라고 했다.

‘뽀로로’를 개사해서는 “친일이 제일 좋아 자한당 모였다”, “언제나 매국질, 오늘은 또 무슨 짓을 벌일까”라고 했다. ‘달려라 하니’를 가사를 바꿔선 “자한당 해체 황교안 구속”, “총선은 한일전”, “자한당 해체”라며 내년 총선에서의 한국당 심판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를 본 시청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애들에게 무슨 짓을 시키는 것이냐”, “정치에 어린 애들을 이용하는 건 섬뜩하다”는 등 7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노래 가사 때문이었다. 논란과 비판이 이어지자 동영상을 올린 매체는 즉시 댓글을 달지 못하도록 봉쇄 조치를 했다. 합창 장면이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되면서 또 한 번 파장을 불러왔다. 궁금한 마음에 관련 유튜브를 찾아 동영상을 봤다. 역시나 그 때까지도 ‘이 동영상은 댓글을 달 수 없습니다’라고 돼 있었다.

필자는 청소년들이 사회, 정치문제에 관심을 갖고 의견을 밝히는 것에 부정하지 않는다. 관심이 있어야 배우고 배워야 정치관이 뚜렷해지고 정체성이 정립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른들의 행사에 정당 가입 연령에도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있는 것을 보고 놀라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과연 올바른 판단을 하면서 그런 노래를 했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한 보수 정치인은 이를 두고 “어른들 싸움에 아이들까지 동원하는 것, 정말 우리가 넘어서는 안 되는 금도를 넘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도를 넘었다”는 정치인의 말에 동의한다. 그렇게 느끼는 내가 잘못된 것일까.



박선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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