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조의 ‘양보교섭’
현대중공업 노조의 ‘양보교섭’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2.22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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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조집행부는 올해 임금요구안을 회사 측에 위임키로 잠정 결정했다. 불황에 따른 조선업종의 위기를 극복키 위해서 임금교섭을 조기에 마무리하고 노사가 공동으로 위기 극복에 동참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해 그렇게 할 작정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회사 측도 “노사가 몇 달씩 임금협상에 매달리는 대신 위기극복을 논의한다면 그 만큼 위기극복은 빨라 질 수 있다. 노사 상생의 정신이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 하겠다”고 화답했다는 소리가 들린다.

경주 수련회에서 오종쇄 현중 노조위원장이 밝힌 무교섭 임금타결 방침이 이번 주 열릴 대의원대회에서 최종 확정될 경우 이 의미 있는 결정은 현대중 노조 설립 이후 최초의 ‘양보교섭’ 사례가 된다. 양보교섭이란 노조가 사측에 임금요구안을 위임하거나 임금동결을 선언하면 사측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고용보장을 약속하는 소위 ‘신사협정’의 일종이다.

이번 선언의 진정한 의미는 무교섭 임금타결 그 자체 보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독립성에서 찾아야 한다. 조합원의 권익 쟁취를 위해선 강성노조란 부정적 대명사도 불사하지만 회사와 국가가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땐 기꺼이 기득권을 버릴 수 있는 그들의 독자성이 고급스럽고 가치 있어 보인다. 대부분의 한국 노조는 스스로의 결정권을 행사치 못하고 상급단체의 지시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객관성과 융통성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현대중 노조는 자체의 결정으로 민노총을 탈퇴했고 그러한 유연성 덕택에 지금껏 14년 노사 무분규 기록을 유지해 오고 있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이번 양보교섭 결정은 울산 뿐 만아니라 전국 노조에게 두 가지 메시지를 던진다. 상급단체의 지시와 회사의 운명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후자가 우선이란 것과 노조 자체의 자주성과 융통성이 없으면 작금의 경제 고비를 넘기기 어렵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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