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90년만에‘흉상’으로 만난 독립투사 아버지의 ‘숨결’
울산, 90년만에‘흉상’으로 만난 독립투사 아버지의 ‘숨결’
  • 김원경
  • 승인 2019.08.15 20: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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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서진문 선생 흉상 제막식… 95세 외동딸 서정자씨 참석
광복절을 맞아 15일 동구 화정공원에서 열린 ‘지역 출신 독립운동가인 고 서진문 선생 흉상 제막식’에서 서진문 선생의 외손자 천영배씨와 친딸 서정자씨를 비롯한 유족들이 흉상 제막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광복절을 맞아 15일 동구 화정공원에서 열린 ‘지역 출신 독립운동가인 고 서진문 선생 흉상 제막식’에서 서진문 선생의 외손자 천영배씨와 친딸 서정자씨를 비롯한 유족들이 흉상 제막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광복절이자 태풍 ‘크로사’가 일본을 관통하며 많은 비를 쏟아 낸 15일. 울산 동구 화정공원에는 독립운동가인 서진문 선생의 외동딸 서정자(95)씨가 휠체어를 타고 모습을 드러냈다. 아들 천영배(72)씨와 딸이 서 씨의 이동을 도왔다.

이날 이곳에서는 제74회 광복절을 맞아 독립운동가인 고 서진문 선생 흉상 제막식이 열렸다. 서씨는 제막식 참석을 위해 부산 초읍에서 고향인 울산을 찾게 됐다.

행사 시간이 다가오자 김종훈 국회의원과 이차호 동구 부구청장, 동구의회 정용욱 의장 등 내빈과 지역 주민 등 100여명이 행사장을 메웠다. 제막식이 시작되기 전에는 난타와 진도북춤 식전 공연이 펼쳐졌다.

오랜만의 외출에다 노환으로 몸이 불편한 서씨는 30분 넘는 식전 공연 내내 따뜻한 담요로 몸을 감싸고 아버지의 흉상 제막만을 기다렸다.

5세 때 일본 상봉 이후 90년 만에 흉상으로 재회할 아버지. 서씨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은 1928년 11월 17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사경을 헤매던 모습이다. 당시 서진문 선생은 ‘정자야!’ 딸 이름을 세 번 부른 뒤 조선 독립만세를 나지막이 외치고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동구는 15일 화정공원에서 독립운동가 후손을 비롯한 내빈 및 자생단체 회원 등 1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8.15 광복기념 서진문 선생 흉상 제막식을 가졌다.
동구는 15일 화정공원에서 독립운동가 후손을 비롯한 내빈 및 자생단체 회원 등 1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8.15 광복기념 서진문 선생 흉상 제막식을 가졌다.

 

고 서진문 선생(1901~1928)은 동구 일산동 출신으로 일제 강점기의 항일 교육운동가이자 노동운동가다. 일산 보성학교에서 야학교사로 활동했으며 보성학교 설립자인 성세빈씨와는 이종사촌으로 알려졌다.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독립운동 중 1928년 일왕 히로히토 암살시도 죄목으로 구속돼, 모진 고문 끝에 28세의 나이로 순국했다.

빗발이 더 거세진 오후 12시께 드디어 흉상 가림막이 제거되며 서진문 선생의 흉상이 공개됐다.

사람들이 앞다퉈 기념 촬영하기 바빴지만 서씨는 이들이 모두 돌아간 뒤 조용히 아버지를 만났다. 서씨는 흉상에 인사를 한 뒤에는 화정공원의 아버지 묘소도 찾았다.

행사 내내 어머니 곁을 지킨 천영배씨는 “오랫동안 기다린 제막식이라 기쁘다”며 “하지만 할아버지는 아직도 해방과 독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다. 오늘 날씨도 순국선열들이 지하에서 흘리는 피눈물이 비로 내리는 듯 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천영배씨는 동래야류 탈 제작 인간문화재인 천재동 선생의 아들이기도 하다. 부산에서 어렵게 사출공장에서 일하며 틈틈이 창작탈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 지역예술 발전에 힘을 쏟고 싶다고 전했다.

이에 행사장에서 만난 동구청년봉사회장 조재현씨는 “떳떳하게 인정받아야 할 독립유공자분들이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얘기에 마음 아팠다”며 “천영배씨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앞으로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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