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후손들에게도 따뜻한 관심을
독립운동가 후손들에게도 따뜻한 관심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8.1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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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식민지배 야욕을 다시 드러내는 가운데 광복 74돌 경축행사가 울산에서도 열려 애국의 불씨를 되살렸다. 울산시는 74주년 광복절 경축행사를 15일 오전 울산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마련했다. 1천500 객석을 가득 메운 행사장에서는 울산 출신 광복회 총사령 박상진 의사(1884~1921)의 삶을 되돌아보는 뮤지컬 ‘대한광복회 총사령, 박상진’ 공연이 펼쳐져 경축의 의미를 배가시켰다.

송철호 울산시장의 동선은 이날 오전 내내 빈틈이 없을 정도로 빠듯했다. 문예회관 행사가 끝나자마자 북구 송정동 박상진 의사 생가로 달려가 ‘순국 98주기 추모행사’에 참례했고, 곧이어 중구 동천컨벤션 마에스타홀에서 독립유공자 후손들과 오찬을 같이했다. 그러나 더 이상의 행보는 이어지지 않았다.

송 시장이 고헌(박상진) 생가 행사에 참여하는 시간대에 동구 화정공원에서는 동구청이 준비한 무게감 있는 행사가 열려 의미를 더했다. 동구 출신 독립운동가 서진문 선생(1900~1928)의 흉상 제막식이 빗속에서 진행된 것이다. 특히 이 자리에는 서진문 선생의 외동따님 서정자 여사(95, 부산진구 초읍동)가 휠체어에 의지한 몸으로 참석, 깊은 인상을 남겼다. 부친의 묘소를 6년 만에 다시 찾았다는 서 여사와 맏아들 천영배 씨(72) 역시 고향이 같은 방어진이어서 감회가 남달랐다. (흉상 제막식에는 서 여사의 2남 4녀 중 2남 2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독립유공자 후손에 대한 지원은 지금까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다만 최근 울산시가 전국 최초로 ‘독립유공자 후손 생활지원수당’의 혜택을 독립유공자의 손자 대까지 주기로 한 것이 특기할 변화일 뿐이다. 이날 주빈으로 초대된 서 여사 일가족에 대해 동구청은 귀가용 승합차 편의를 제공했다. 그러나 행사장까지 오는 데 드는 비용은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 이는 독립유공자 후손에 대한 법적 지원근거가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현상으로 보인다. 서 여사의 경우 어려운 살림형편에 노환까지 겹쳐 여생을 어렵사리 이어가고 있다. ‘독립운동가 집안은 3대가 망한다’는 자조 섞인 속설을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다.

경제적 형편이 어렵기는 박상진 의사의 후손이나 동구 일산진에 보성학교(1922-1945)를 세워 민족혼을 심어준 성세빈 선생(1893~1938, 울산 신간회 설립자)의 후손도 마찬가지다. 일산동 성세빈 선생의 생가는 조카 성낙진 씨가 지키고는 있으나 비가 새도 손도 못 대고 있다가 올 들어 두 차례 독지가의 도움으로 겨우 집수리를 마쳤을 정도다. 울주군 입암리 출신 독립운동가 이관술 선생(1900~1950)의 후손 역시 경주시 양동마을에서 병고와 가난에 찌든 여생을 보내고 있으나 거들떠보는 이가 거의 없다.

광복 74주년을 맞은 지금까지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친일파 후손들과는 달리, 생계가 걱정일 정도로 어려운 처지에서 살고 있다. 이들의 처우는 국가와 사회적 관심만이 개선할 수 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일 못지않게 어렵게 살아가는 후손들에 대한 관심도 가져야 할 때다.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면서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기도 해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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