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남봉북(通南封北)과 통미배남(通美排南)
통남봉북(通南封北)과 통미배남(通美排南)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8.13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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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돈 내라’ 비틀고, 북한은 미사일과 망발에 이어 조롱까지 해댄다. 이 모두는 대화에 안달하며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희망안보’가 자초한 현실이다. 국가 안보에선 동맹인 미국이 손을 떼려하고, 점점 더 김정은의 놀잇감으로 전락하면서 중국과 러시아까지 숟가락을 들이미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요지경(瑤池鏡)’이 펼쳐지고 있다.

북한은 최근 “우리가 대화에 나간다 해도 철저히 조-미 사이에 하는 것이지 북-남 대화는 아니다”며 ‘통미배남(通美排南=미국과 대화하며 한국은 배제)’을 노골화했다. 미국의 전략이 남한을 통하지 않고는 북한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통남봉북(通南封北)에서 통미배남으로 바뀌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 한편, 북한의 기존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은 미국과의 실리적 통상외교를 지향하면서 대미관계에서 남한 정부의 참여를 봉쇄하는 것이다.

이는 북한에 조롱을 받고도 대화국면 복귀를 기대하며 북한의 도발행위를 의도적으로 축소·외면한 결과물인 셈이다. ‘세상일이란 게 만들기는 어려워도 부수기는 금방이다.’ 이 말이 요즘처럼 실감나게 다가온 적은 없다. 단지 집권 2년이 조금 더 지났을 뿐이다.

김정은은 집권 7년여 만에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만들었다. 그 핵을 미국까지 날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가졌다. 군사력이야 게임이 안 되지만 미국으로 하여금 ‘한 방’을 걱정하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미국과 협상을 벌였다. 그런데 그 협상의 흐름이 이상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최근 들어 김정은은 콕 집어 ‘남조선’이 표적이라며 갖은 고도와 사거리의 미사일을 쏴대고 있다. 그것도 남쪽의 가상표적을 상정해 우리의 요격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방식으로 쏜다. 한데 미국이 이상하다. 북한을 악마로 보는 매파 중의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마저 ‘넌 오브 아워 비즈니스(None of our business)’라는 태도다. 어느덧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아름다운 친서’를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고대로라면 연합훈련이 끝나면 북-미 협상도 머지않아 재개될 것이다. 이번 훈련은 어느덧 실전훈련 아닌 도상(圖上)연습이 됐고 앞으론 그마저 중단될 수 있다. 북한은 신형 탄도미사일과 대구경방사포에 새로운 지대지 전술미사일까지, 한국을 사정권에 둔 단거리 3종 세트를 선보였다. 미국의 용인(?)까지 받았다. 얻을 것은 다 얻은 셈이다.

그 와중에 우리 정부는 만신창이가 됐음에도 “대화 재개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막상 북-미 대화가 시작되면 한국은 한낱 불청객 구경꾼이 되고 말지 모른다. 청와대는 북한이 ‘남조선에 대한 경고’라며 쏜 미사일 도발을 군사 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했다. 청와대가 위반이 아니라고 하니 ‘9·19 정신에 어긋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하던 국방부도 “합의 위반이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북-미 협상 결과는 미국이 점점 한국 안보에 손을 떼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기야 내가 미국의 정책결정권자라고 해도 동맹을 동맹이라고 부르기를 꺼리는 ‘홍길동 동맹’을 선뜻 지켜줄 생각이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점점 더 김정은의 손아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김정은은 안다. 미사일 놀이로 남쪽을 유린해도 9·19 남북군사합의를 깨지 않았다며 우리 스스로의 손발을 묶고 있다는 걸. 한국만 완벽하게 인질로 잡으면 정권이 생존하고, 잘하면 경제도 살릴 수 있다는 걸. 그런데도 현 정부는 김정은의 선의라는 걸 믿는 모양새다. 의심도 중요하고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으면 한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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