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74돌 울산행사, 더 챙길 것은 없었나?
광복74돌 울산행사, 더 챙길 것은 없었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8.12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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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광복 74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울산지역 공공기관·단체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그러나 올해 기념행사도 통과의례에 지나지 않을 뿐 감동은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8·15 광복의 의미를 해당 기관·단체장들이 제대로 깨우치지 못한 탓이라는 비판도 동시에 나온다.

적어도 겉보기에는, 그런 지적이나 비판이 틀린 것 같지는 않다. 예년에 비해 뚜렷이 달라진 게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울산시의 8·15 기념행사가 대표적이다. 시는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을 8월 15일 오전 울산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갖는다. 국민의례, 기념사, 경축사…만세삼창 순으로 이어지는 순서는 판에 박은 듯 똑 같다. 경축공연인 뮤지컬 ‘대한광복회 총사령, 박상진’과 북구 송정동 박상진 의사 생가에서 진행되는 ‘고헌 박상진 의사 순국 98주기 추모행사’도 1년 전과 다르지 않다. 다만 지난해 울산대공원 동문 근처에서 열린 ‘나라꽃 무궁화 전시회’가 올해는 자리를 태화강 국가정원 무궁화동산으로 옮긴 것이 다를 뿐이다.

또 울산박물관은 이날 오전부터 1층 로비에서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를 펼쳐 보인다. 태극기 부채, 태극기 가방 만들기 등을 통해 태극기의 의미를 알게 해주고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준다는 뜻이 담겨 있다. 울산도서관은 오는 31일 ‘문화가 있는 날’에 맞춰 8·15 광복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체험행사 ‘시간을 거슬러 흐르는 8.15’를 마련한다. 초등학생 3~6학년 80명이 참여하는 이날 행사는 윤봉길, 안중근, 유관순 세 의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네 가지 활동을 돌아가며 체험한 후 도서관 야외광장에 모여 태극기를 흔드는 퍼포먼스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울산도서관 행사가 그나마 나아 보인다는 평가도 있다.

한편 ‘독립운동가의 고장’이기도 한 경남 밀양시의 경우 울산시와는 또 다른 기념비적 사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밀양여고와 부산대 역사교육과를 나와 현재 사단법인 밀양독립운동사연구소 부소장 직을 맡고 있는 최필숙 밀양고 교사가 독립운동가들의 의열투쟁 정신을 본받겠다는 취지로 ‘끝나지 않은 그들의 노래’라는 제목의 책을 의열단 창립 100주년과 광복 74주년을 맞아 펴낸 것이다. 경상대 출판부가 찍어낸 이 소설 형식의 책에는 일제가 가장 두려워한 항일무장투쟁단체 ‘의열단’과 김원봉, 윤세주 등 밀양 출신 독립운동가들을 재조명한 이야기가 그득하게 실려 있다.

그렇다고 이 책에 밀양 출신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만 집중 조명한 게 아니다. 부끄러운 노릇이지만, 울산 출신으로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경찰의 충견 노릇을 다하고 이승만 정권 때는 ‘반공투사’로서 이름을 날리면서 호의호식을 다한 고문기술자 노덕술의 이야기도 같이 실려 있다.

그러나 울산에서는 그와 같은 움직임을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도 울산시는 올해 상반기에 ‘3·1운동 100주년 기념 울산 항일운동 인물록’을 펴내 배포한 바 있다. 이 간행물에는 일제강점기에 항일운동에 참여했다가 국가기관으로부터 훈격(애국장, 애족장, 독립장, 대통령표창 등)을 부여받은 울산 출신 항일운동 인사 95인의 명단과 업적이 1~2쪽씩 실려 있다. 이들 95인의 ‘운동계열’을 보면 △‘3·1운동’이 52인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 △‘국내항일’ 16인 △‘의병’ 10인 △‘일본방면’ 8인 △‘학생운동’ 3인 △‘광복군’ 2인 △‘문화운동’ 2인 △‘만주방면’ 1인 △‘미주방면’ 1인 등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번 광복 74주년 기념일에 대대적 추모행사의 대상이 되는 항일독립운동가는 광복군 총사령을 지낸 박상진 의사 단 한 분뿐인 것으로 보인다. 동구 방어진 출신으로 일본에서 순국했다가 건국훈장 애족장(2006)을 추서받은 서진문 선생(1903 ~1928)이나 울주군 입암리 출신으로 구국운동에 나선 공로로 애족장(1990)과 대통령표창(1997)을 추서받은 손후익 선생(1888 ~1953) 같은 분들은 울산시의 공식 추모 대상에서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들은 동구청이나 울주군청 차원에서 따로 추모행사를 여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울산에서 성장했으면서도 사회주의자로 낙인찍혀 훈격도 얻지 못한 항일운동가 이관술 선생(1900~1950, 독립운동가, 사상가, 노동운동가) 같은 이는 사후 69주년이 되도록 변변한 조명조차 받지 못하는 처지다. 우리 고장 출신 항일독립운동가의 존재를 추적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은 뚜렷한 역사의식과 실천의지를 지닌 누군가가 앞장설 때 가능해질 수 있는 일이다. 그 작업의 적임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라고 생각한다.

‘끝나지 않은 그들의 노래’의 저자 최필숙 교사는 이렇게 말한다. “일제강점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았던 그분들의 뜻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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