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석유화학, 기초 소재 日의존 고착화
울산 석유화학, 기초 소재 日의존 고착화
  • 정인준
  • 승인 2019.08.11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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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진단】 소재 국산화 이렇게 한다- ① 울산, 화학 소재 현주소는?

 

한국과 일본이 경제전쟁에 들어 갔다. 일본은 소재·부품·정밀기계를 무기로 우리나라를 압박하고 있다. 사실 국제무역에서 일본과 같은 행위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또 자기들도 무덤을 파는 ‘자가당착’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국제무역의 소재흐름(Supply Chain)은 소재의 일본, 중간가공의 한국, 그리고 중국, 미국, 유럽 등의 소비로 이뤄지고 있다. 어느 한 고리가 끊어지면 연쇄적인 파급이 미치는 구조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 소재·부품·정밀기계의 국산화를 추진 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에 맞춰 모든 것을 국산화 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타국에서 대체할 수 있는 것은 대체 하고, 정말 우리가 해야할 것을 핀셋으로 꼭 집어 해야 한다. 국산화의 기조는 사건이 터질 때 마다 이슈화 됐다. 많은 시간이 있었음에 불구하고 오늘 현재를 맞은 것은 정확한 목표를 설정하지 못했고, 또 정책당국의 의지가 부족했다. 국산화의 갈 길은 멀다. 국산화를 위한 길에 무엇이 필요한 지 짚어 봤다. <편집자 주>

울산지역 3대 주력산업인 석유화학산업의 소재 대외 의존도가 고착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동안의 연구개발 투자로 수출 경쟁력을 갖춘 ‘추격형 소재’가 급격히 확대돼 ‘화학소재 강국’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데이터분석본부 부산울산경남지원(지원장 강종석)에 따르면 KISTI는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울산지역 석유화학산업 소재를 모니터링 했다.

그 결과 기초 소재의 대외 의존도는 변함 없이 고착화 되는 모습을 보였고, 이 소재로 만든 중간소재나 완제품들의 국제 경쟁력이 확연히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KISTI 부울경지원이 세계 최초로 개발해 보유하고 있는 ‘제품수요공급 디지털 시뮬레이터’로 확인한 것이다. 석유화학 관련 수출입 소재 코드(HSC)를 CAS(미국 화학회 운영, Chemical Abstracts Service, 물질정보)코드와 융합해 모니터링 했다.

소재의 글로벌 위치는 수출입 물량과 가격에 따라 결정된다. χ축은 수입물량에서 수출물량을 뺀 값을 0보다 크거나 작게 또는 같은 것으로 방정식을 세웠다. y축은 가격으로 수입가격에서 수출가격을 0과 비교한 것이다. 이 경우 4개의 영역이 만들어 지는 데, 오른쪽 상단은 수입물량이 많고 가격이 높은 것으로 소재 종속의 영역이다. 오른쪽 하단은 시장지배력이 취약한 영역으로 기술을 시급히 추격해야 하는 품목들이다. 왼쪽 상단은 기술종속적 영역이다. 수입은 적지만 가격이 높기 때문이다. 왼쪽 하단은 기술추격형 경쟁영역이다. 우리 소재가 수출도 많고 가격도 높아 우위 품목에 있거나 시장 지배력이 대등하다 할 수 있다.

강종석 지원장은 “시뮬레이터를 돌려 보면 오른쪽 상단 소재는 변함 없이 고착화 되고 있고, 이 소재를 가공 하거나 첨가한 첨단 소재들이 점차적으로 왼쪽 하단에 위치한 기술추격형 소재로 변화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울산지역에서 정밀화학산업이 활성화 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강 지원장은 “시뮬레이터는 도트(점)의 소재 하나가 어떻게 사용돼 부가가치를 확산하는지 단계적(value chain)으로 알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이를 통해 우측 상단의 기술종속적 소재들을 국산화 하는 데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지원장에 따르면 소재 국산화를 위해 ‘황(Sulfur)’에 대한 시험을 해 봤다. 황은 우측 상단 중간에 위치한다. 황은 석유화학공단에서 원유를 분해할 때 탈황공정을 통해 부산물로 나온다. 이 황은 대부분 버려지거나 싼 값에 판매된다.

그러나 황의 소재흐름과 부가가치를 따져 보면 하나의 산업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고도 넘친다. 황의 소재흐름을 쫓으면 63개의 제품코드가 나온다. 이중 황과 관련된 국내 교역발생 제품코드는 12개다. 수출 주력품목은 3개고, 수입의존품은 9개다. 황은 수입이 돼서 △니켈 가공 △화학촉매 △수지 첨가제 △접착제 △페인트 첨가제 △프린트 잉크 △2차전지 베터리 △브레이크 패드 등등 첨단소재 산업 전반에 사용된다.

수출은 삼푸용 계면활성제나 그림물감 색소안료, 솔벤트 첨가제 등 수입의 절반도 안되는 용도로 판매 된다.

강 지원장은 “소재의 흐름을 쫓아가면 부가가치가 높은 국내시장을 파악할 수 있다”며 “이러한 부분의 소재를 개발 하면 수입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을 뿐만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산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황과 같은 소재는 부지기수로 많다”며 “소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중소기업들이 신수종 사업으로 속속 뛰어든다면 소재 국산화도 빨리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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