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견과 유기견, 그리고 우란분절 환생견
구조견과 유기견, 그리고 우란분절 환생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8.11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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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는 구조견 달관이 이야기가 언론에서 식을 줄 몰랐다. 달관이는 일곱 살 수컷 셰퍼드 이름이다. 지난달 23일 충북 청주의 한 야산에서 가족과 헤어진 14세 조은누리 양을 실종된 지 열흘, 시간으로는 244시간 만에 달관이가 찾아냈다. 경찰과 군이 연인원 5천800명을 투입해도 못 찾았던 은누리양의 행방을 달관이가 찾아냈기에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지적장애 2급인 은누리양은 지난달 23일 오전 충북 청주시 가덕면 내암리 인근 산에서 어머니 등 일행 10명과 산행을 하던 중 혼자 산에서 내려간 뒤 실종됐다. 은누리양의 빠른 회복과 무사귀가를 무척 다행으로 생각한다. 현재 달관이는 육군 32사단 기동대대 소속으로 정찰 임무를 맡고 있다고 한다. 군견이 우리나라에 최초로 도입된 것은 1954년, 미군으로부터 군견 10마리를 인수한 공군이 시초였다. 필자도 46년 전 공군 제00전투비행단에서 군견보초병과 함께 근무한 적이 있다.

매년 여름휴가철이면 유기견 기사가 반복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작년 유기견 기사를 잠시 소개한다. “지난해 새로 등록된 반려견은 14만 6천617마리로 전년보다 39.8% 증가했다. 누적반려견 수는 총 130만 4천77마리다.” (201 9.7.23 조선일보-지난해 ‘버려진 동물’ 12만 마리…20%는 안락사). 무리를 지어 거리를 돌아다니는 유기견은 공포심을 느끼게 된다. 또 지저분한 모습은 시민들에게 정서적 불안감을 주기도 한다.

우란분절(盂蘭盆節)은 불교민속으로 음력 칠월 십오일이다. 다가오는 8월 15일이 음력 칠월 보름으로, 올해는 양력과 음력이 한 달을 두고 같이 간다. 민가에서는 백중, 승가에서는 우란분절이라 부른다. 민속에서는 그해 벼농사를 끝낸 머슴들을 위한 날이란 의미로 ‘머슴날’이라 하고, 승가 선방(禪房)에서는 더운 여름 석 달 동안의 안거(安居)수행을 끝내는 해제(解制)일이기도 하다.

환생견(幻生犬)은 조선 후기부터 많이 등장하는 우리나라 고유의 불화 감로탱(甘露幀)에 그려진 개다. 우란분절은 목련존자가 어머니를 위해 반승재를 베푸는 날이다.《목건련경》·《우란분경》에는 사람이 죽어 개로 환생하는 내용이 공통으로 나온다. 이를 바탕으로 감로탱에서 개의 그림을 찾을 수 있다.

나복 어머니는 아들의 간곡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승려 살인, 가축 살생, 거짓말 등 일탈로 인한 악행으로 죽은 뒤 아비대지옥에 빠진다. 아들 나복은 출가하여 목건련존자라는 법명을 얻은 다음 부처의 도움으로 죗값을 치르고 있는 어머니를 찾게 된다. 부처의 도움은 계속되어 어머니는 대지옥, 소흑암지옥을 거쳐 아귀가 된다. 다시 불보살의 도움으로 마지막에는 개로 환생하게 된다는 줄거리다.

《목건련경》·《우란분경》등의 경이 성립된 이후 살아서 지은 악행의 교화 방편으로 감로탱이 나타나며, 시대적으로 다양한 내용이 발전·확대된다. 그 중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감로탱(일본 약선사 소장, 1589년 제작) 하단 우측에는 검정얼룩개가 서쪽으로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고 얼굴은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감로탱에 그려진 검정얼룩개는 목건련존자의 어머니를 상징한다.

매년 우란분절 즈음에는 각 사찰마다 나쁜 짓을 하여 지옥에 떨어진 목건련존자의 어머니를 구제하는 이야기가 법사 스님들의 법문에서 다양하게 재구성되고 있다. 민간에서는 《목건련경》·《우란분경》 이야기가 생략 혹은 축소되면서 어머니가 죽어 자기 집의 개로 환생한다. 효자인 아들은 어머니 즉 개를 모시고 팔도유람을 시켜드렸더니 개는 이윽고 죽고 만다. 효자는 어머니가 이승의 집착된 삶을 비로소 정리하고 홀가분하게 저승으로 떠난 것으로 생각한다.

감로탱의 개는 이승에서 악행을 많이 한 사람의 죽음에서 다른 삶으로 태어나기 이전 마지막 단계로 그려진다. 현대사회에서도 지역마다 죽어서 개로 환생한 어머니를 지게에 지고 사찰이나 명승지를 찾았다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이러한 이야기는 착한 일을 권장하고 악한 일을 벌한다는 권선징악의 계몽으로 볼 수 있겠다.

우리나라에서 개는 한 시대 여름 한철 민속 보양식이었다. 하지만 죽어서 개로 환생한 목련존자 어머니 이야기는 불교적 중생 교화 관점에서 매년 우란분절의 의미로 반복되는 효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불교의 우란분절과 민속의 백중은 차이가 있다. 우란분절은 스님들께 공양을 대접하는 반승(飯僧)과 조상 혹은 죽은 자를 좋은 곳으로 떠나보내는 천도(薦度) 의식이 중심이다. 그러나 백중은 벼농사의 마무리 및 머슴의 일탈(逸脫)에 방점이 있다.

입추 닷새째, 더위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구조견이 실종된 사람을 극적으로 구출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하는 한편으로 유기견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우란분절에는 교화 방편적 환생견 이야기도 있다. 구조견과 유기견 그리고 우란분절(盂蘭盆節) 환생견(幻生犬)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점차 문제가 되기도 하는 반려견(伴侶犬)에 대한 관심도 달라져야 한다. 입마개 착용, 배설물 처리, 짖음, 공공장소 출입 등 관리도 함께 생각할 시대이다.

김성수 조류생태학박사·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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