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 노부스케
기시 노부스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8.11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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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면 문제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일 관계가 바로 그렇다. 청산해내지 못한 역사는 그렇게 부메랑처럼 다시 우리를 괴롭힌다. 일본의 침략을 당연하다 외치는 자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일본의 장학금을 받아 공부해 친일을 당연하게 여기고 설파하는 자들이 사회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다.…”

‘자이미의 베드스토리’(J’s BEDStory)에 올라온 8월 7일자 글의 앞부분이다. 제목은 <손석희의 앵커브리핑-기시노부스케와 박정희, 그리고 문재인과 아베>. 손석희라면 MBC 아나운서국장을 거쳐 JTBC에서 보도담당 사장, 대표이사 사장을 차례로 지내면서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비평을 멈추지 않는 유명 앵커다. 글쓴이의 글은 이렇게 이어진다. “친일파 청산을 막은 이승만은 그들에게 칭송받는 존재다.…그들에게 일본은 조국이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친일파 청산을 막은 이승만과 그렇게 힘을 키운 토착 왜구들은 아베가 싸우는 현 정부가 눈엣가시일 뿐이다.”

놀랄만한 주장을 눈 하나 깜짝 않고 내뱉은 셈이다. 하지만 누구 하나 태클 건다는 소식이 아직은 없다. 비슷하게 놀라게 한 것은 다음 문구들이다. ‘일본군 출신 박정희가’ ‘아베의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에 충성 맹세를 한 박정희’ ‘권력을 잡은 박정희가 노골적으로 전범에게 충성을 표시하는 모습’ 따위가 그렇다.

글쓴이의 박정희 비판은 거침이 없다. “일부에 의해 신격화되어 있지만, 그는 신도 대단한 지도자도 아니다. 술만 마시면 일본 군가를 부르는 경악스러운 친일파일 뿐이었다. 그런 자를 찬양하는 무리들, 정치적 입지를 위해 여전히 죽은 자를 이용하는 그들에게 박정희는 내세우기 좋은 존재일 뿐이다.”

충격표현 몇 줄에 매달리다가 하마터면 본론을 잊을 뻔했다. 필자의 관심사는 ‘쇼와의 요괴(昭和の妖怪)’라는 별명의 기시 노부스케(佐藤信介, 1896~1987)다. 일본 총리까지 지낸 그에게 관심 가는 이유는 두 가지다. 박정희가 존경해 마지않는 사부(師父)라는 점, 그리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1954~) 일본 총리의 외할아버지라는 점이 그것. 이 2차 대전의 A급 전범은 ‘전쟁할 수 있는 나라 일본’의 씨앗을 외손자에게 건네준 인물이기도 하다.

잠시 손석희 쪽으로 돌아가보자. 그는 최근의 앵커브리핑에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박정희가 1961년 8월과 1963년 8월 두 차례에 걸쳐 기시 노부스케에게 친서를 보낸 사실을 상기시킨다. 1961년 8월이라면 군부쿠데타가 일어난 지 석 달이 지난 시점이다. “근계(謹啓=삼가 아룁니다.). 귀하에게 사신을 드리게 될 기회를 갖게 되어 극히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기시 노부스케에 대한 그의 설명은 이렇게 이어진다. “그것은 한국의 최고 권력자가 일본의 막후 실력자에게 보낸 편지글의 시작이었습니다. 편지를 받은 사람은…전 만주국 산업부 차관, 전 일본 상공부 대신, 전 일본 총리. 만주국 산업부 차관을 지내면서 식민지 수탈을 주도했고… 아베 신조에게 절대적 영향을 끼친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는 친서를 직접 전달한 인물이 영화 ‘기시 노부스케 귀하’의 실제 모델로 잘 알려져 있고 해방 후 반민특위에 의해 첫 번째로 체포된 특급 친일파 박흥식(전 화신백화점 사장)이었다고 덧붙인다.

두 사람의 글을 모두 인용할 수는 없다. 그래도 손석희의 이 말만은 굳이 공개하고 싶다. “1970년, 한일 국교정상화 5년을 맞이한 한국의 대통령은 강제징용과 식민지 수탈에 앞장선 기시 노부스케에게 한국정부가 수여하는 1등급 훈장 ‘수교훈장 광화대장’을 수여했습니다. 아마도 그의 외손자인 아베 신조는 외할아버지가 받은 그 훈장을 보면서…‘한국은 믿을 수 없는 나라’라고 되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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