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건설현장, 미리 대비해야
폭염 속 건설현장, 미리 대비해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8.08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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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가마솥과 같은 폭염이 연일 이어지더니 지난 6일은 제8호 태풍 ‘프란시스코’의 영향으로 모처럼 시원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울산에서는 이날 하루에만 127.5mm의 비가 내려 무더위와 열기를 충분히 식혀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태풍이 갑자기 열대저압부로 약화되면서 7일부터는 다시 폭염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8월 8일 ‘입추’는 여름을 지나 가을에 접어드는 변곡점이라고 한다니 일단은 절기의 힘을 믿어보기로 한다. ‘입추 때는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입추 무렵부터 장마가 끝나고 일조 시간이 길어져서 벼의 생장이 빨라지다 보니 귀 밝은 개가 벼 자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라는 뜻의 재미있는 표현이다.

제9호 태풍 레끼마, 제10호 태풍 크로사도가 또 북상하고 있다고 하는데, 아무쪼록 우리나라를 비켜가서 조금의 피해도 없기를 기원한다. 그렇다고 해서 태풍에 대비하는 노력을 절대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 5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발표에 따르면, 올여름 들어 발생한 온열질환자 수가 857명이나 되고, 울산은 13명으로 집계되었다. 그리고 온열질환자는 주로 야외활동이 많은 노무종사자가 4명 중 1명으로 가장 많았다.

필자는 지난 7월부터 한 초등학교 리모델링 공사를 맡아서 진행해 오고 있다. 학교 공사는 대체로 학업에 대한 지장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방학기간에 진행되는데, 공교롭게도 이번 여름방학기간은 혹서기와 겹치게 되었다.

그래서 필자는 공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현장소장, 현장안전관리자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많이 했다. ‘어떻게 하면 폭서기를 수월하게 극복하면서 공사를 성과 있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인가?’가 최대의 관심사였다. 고민 끝에 필자는 ‘공사현장의 안전업무’ 범위에 ‘폭염피해 예방’을 비중 있게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먼저 컨테이너 휴게실을 임대해서 냉방시설부터 설치했다. 현장 근로자들이 휴식시간만큼은 폭염 걱정 없이 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였다. 이에 따른 비용은 발주청 관계자와 협의해서 안전관리비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휴게실의 용도를 단순한 휴게실이 아닌 ‘혹서기 안전 휴게실’임을 명확하게 하고 직원들과 근로자들에게 이를 홍보했다.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내부에는 수시로 수분을 섭취할 수 있도록 냉·온수기를 갖추는 한편 식염과 포도당, 구급함, 혈압측정기와 혈당측정기도 비치했다.

이렇게 준비는 철저히 했지만, 공사 초반부에는 현장 근로자들의 사용빈도가 의외로 적었다. 그래서 필자는 안전관리자와 함께 공사현장을 순찰하면서 수시로 휴게실을 부담 없이 이용하도록 안내했다.

그리고 작업복에 걸쳐 입는 아이스조끼를 지급하고 이 조끼에 넣어 사용하는 아이스 팩도 여유 있게 준비해두었다가 냉매(아이스 팩)의 기능이 떨어지면 수시로 교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여름철에 공사를 진행해서 그런지 필자는 스마트폰에 기상정보 앱을 설치하고 수시로 폭염예보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대개 산업재해라고 하면 공사현장에서 안전사고로 인해 상해를 입는 유형 정도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폭염과 같은 기후적 특성으로 인한 피해도 산업재해의 일부로 여기고 대비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름철 공사현장에서는 비교적 시원한 오전시간대에 작업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면, 아침나절 공사현장에서 비롯되는 소음 때문에 주민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공사업체와 갈등을 빚는 사례도 더러 있다고 한다. 주민들 중에는 야간에도 일을 하고 늦은 아침까지 수면을 취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공사업체들은 공사현장의 지역적 특성을 잘 감안할 필요가 있다. 특히, 주택이 밀집된 공사현장의 경우, 아침이라도 주민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는 시간대를 골라 그날의 공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신경 쓸 필요가 있다. 폭염에 미리, 그리고 충분히 대비하면 혹서기 공사도 얼마든지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정숙 배광건설(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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