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4돌…친일 청산, 끝내 용두사미?
광복 74돌…친일 청산, 끝내 용두사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8.08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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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에 즈음해 요란하게 시작되는 듯했던 친일(親日)잔재 청산작업이 광복 74돌을 코앞에 둔 이 시점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 아니냐 하는 의문을 낳고 있다. 이는 전국적 현상이다. 그러나 이 시점, 책임 있는 관계당국의 유감표명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 시민정서이지 싶다.

울산의 경우 친일잔재 청산의 선두주자 기관은 울산시교육청이다. 학년 초인 지난 3월 노옥희 교육감은 “친일파가 작사·작곡한 교가(校歌), 동서남북 방위개념을 반영한 교명(校名)이나 교육시설 같은 일제(日帝)잔재가 여전하다”면서 청산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바 있다. “일본식 명칭 ‘유치원’을 ‘유아(어린이)학교’로 변경하자는 논의도 있었다”며 명칭변경에 대한 기대감마저 갖게 했다.

하지만 8·15광복 74주년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도 교육감은 아무 말이 없다. 그는 ‘반공소년 이승복 동상 철거’ 운운했다가 특정언론의 집중공격을 받은 뒤 태도가 달라졌다는 지적과, 구설수에 오른 교가 수가 극소수이기 때문일 거라는 옹호를 동시에 받는다.

8일 후자에 대해 교육청에 확인한 결과 지역 초·중·고 가운데 친일인사의 입김이 서린 교가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정인섭(시인·문학평론가, 1905~1983, 울주군 출생), 박관수(교육자, 1897~1980, 울산 출생)가 작사한 E, Y 두 초등학교 교가뿐이다.

그러나 이 두 학교는 교가를 바꾸라는 교육청 권고를 계속 외면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학교장의 재량사항일 뿐 강제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한 발 물러난 상태다.

이 같은 친일잔재 청산작업의 진도는 광주만 예외일 뿐 다른 지방도 엇비슷한 상황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1880~1936)의 후손이 설립한 광주 광덕중·고의 경우 교가 작곡가가 ‘친일 음악가’ 딱지가 붙은 김성태(1910~2012)로 드러나자 4개월 작업 끝에 교가를 새로 만들어 개교기념일인 지난 5월 13일부터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친일 인사가 작사 또는 작곡한 교가’가 113개나 된다고 전교조로부터 지적을 받은 서울의 경우 체면이 말이 아니다. 광주보다도 훨씬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 학교 가운데 친일 흔적이 묻은 교가를 내년까지 바꾸기로 한 학교는 A중학교가 유일하기 때문이다(8.8. 뉴시스 보도).

앞선 사례에서 보듯 친일잔재를 말끔히 씻어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 해도 지금처럼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시점일수록 국가관에 대한 정신무장은 조금도 흐트러져서 될 일이 아니다. ‘울산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단’ 관계자의 말처럼 ‘친일잔재 청산 시도는 역사를 바로 알고 경각심을 갖자는 차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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