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석양 앞에 울다 - 관매도
최고의 석양 앞에 울다 - 관매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8.07 20: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내 명품 마을 1호가 관매도(觀梅島)다. 아름다운 관매 8경이 있고 천연기념물 제211호인 상록수림대와 212호인 후박나무가 있다. 관호마을과 방아섬 양측을 날개로 매가 나는 형상을 하고 있으나 선착장에 붙은 ‘걷고 싶은 매화의 섬’이 무색하게 매화나무는 잘 보이지 않는다. KBS ‘1박 2일’, SBS 드라마 ‘패션 70S’ 촬영지이기도 하다.

선착장에 내려 오른쪽 마실길 따라 관호마을을 탐방한다. 예쁜 벽화도 보고 어릴 때 보았던 제각각인 돌들로 만든 돌담길을 따라 양덕기미 쉼터로 오른다. 예전에 공동우물이었던 뫼둑샘이 있고 근처는 다 쑥밭이다. 수평선이 보이는 고갯마루에는 우실이라는 거대한 바람막이 돌담이 있다. 드센 바닷바람으로부터 농작물과 마을을 지키기 위해 세운 것으로 마을로 들어오는 재액과 역신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산 자와 죽은 자의 이별의 공간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선착장에서 바로 관매도 최고봉 돈대산(230.8m)을 올랐다면 여기서 만날 수 있다. 아래에는 작은 해수욕장이 보이고 오른쪽에는 꽁돌이 보인다. 꽁돌은 설악산 흔들바위처럼 거대하다. 지름이 4~5m쯤 되는데, 신기하게도 표면에 손금까지 새겨진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다. 바닥은 온통 공룡 발자국 같고 바위나 돌이 모두 특이하다. 옆에 왕의 묘같이 생긴 돌묘가 있다. 꽁돌은 하늘나라 옥황상제가 애지중지하던 보물이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꽁돌에서 해변과 산길을 30분쯤 가면 관매팔경 중 5경 하늘다리를 만난다. 운무가 잔뜩 낀 바다에 작은 돌섬은 산처럼 보인다. 거친 파도에 밀려나 50m 절벽으로 갈라져 쌍 바위섬이 되었다고 한다. 섬과 섬 사이에 3m 간격의 틈을 두고 있다. 두 섬을 잇는 이곳에 다리가 놓여 있으며 건널 때는 약간 간담이 서늘해진다. 다리 난간 아래로 내려다보면 까마득한 천길 벼랑이 펼쳐진다. 섬이 거친 파도에 갈라져 틈이 생긴 것이다.

관매도 해변의 울창한 솔숲은 2010년 산림청이 선정한 ‘올해 가장 아름다운 숲’이다. 9만9천 m²에 4백 년 이상 되는 곰솔 숲에 캠핑도 가능하다. 앞에는 해수욕장의 백사장이 2.2km나 펼쳐지고 물이 빠질 때는 한정 없이 밀려 나가 조개를 잡기도 한다. 맑은 물과 얕은 수심으로 누구나 좋아하는 멋진 곳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몰은 거의 다 봤지만 여기가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너무나 멋진 광경 앞에 울었다. 딴 짓 하는 사람 붙잡고 제발 좀 보라고 말하고 싶다.

해변 오른쪽 모래사장이 끝나는 지점에는 변산 채석강을 닮은 해안침식 절벽이 형성돼 있다. 수만 권의 책, 아니면 편을 썰어 켜켜이 쌓아놓은 듯 특이한 바위절벽이 있다. 아래에는 억겁의 세월 동안 파도와 비바람에 깎이고 씻긴 해식동굴도 여러 구멍 뚫려 있다. 조금만 건너 뒤쪽으로 돌아가면 앞의 해수욕장과 다른 세상이다. 오직 찰싹대는 파도소리, 바람소리와 새소리만 들리는 무아지경에 빠지게 된다.

캠핑장 뒤쪽 솔숲을 지나면 장산편마을 사거리이다. 당제와 제사를 지내는 거대한 후박나무가 있고 관매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추억의 이발관 벽화가 있다. 집안으로 들어가면 관매도의 유일한 이발관에서 지금도 옛날식으로 이발을 해주고 있다. 면도칼과 가위, 포마드 기름, 빨간 분무기 등 어릴 때 추억에 잠기는 시간이 된다. 홍매 벽화와 돌담이 늘어선 좁은 골목의 마실 길이 정겹다. 자전거 대여소도 있고 슈퍼도 있다.

폐교된 학교 앞 사거리에서 방아섬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호젓한 숲길을 15분쯤 따라가면 독립문바위와 방아섬 갈림길이다. 우선 독립문바위를 먼저 들러보는 것이 순서다. 10분쯤 가면 작은 데크가 보이고 길이 끊긴다. 독립문바위는 데크에서 동쪽 벼랑으로 조금 내려서야 보인다. 다시 갈림길로 돌아와 20분쯤 숲길을 따르면 방아섬 앞이다. 방아섬은 옛날에 선녀가 내려와 방아를 찧었으며, 정상에는 남자의 상징처럼 생긴 바위가 우뚝 솟아 있다. 아이를 갖지 못한 여인들이 정성껏 기도하면 아이를 갖게 된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배를 이용한다면 4경인 할미중드랭이굴과 6경인 서들바굴폭포, 7경인 다리여, 8경인 하늘담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또 방아섬 안으로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관매마을과 장산편마을 가운데에 난 해당화가 많이 피어 있는 길이 있다. 그 끝에 나오는 셋배일출도 있다. 일출을 보지 않더라도 물질을 하기 좋은 곳이다. 실제로 고동과 군수를 잡아 삶아먹기도 했다. 조도처럼 뻘물이 아닌 아주 깨끗한 바닷물에 보물이 가득 있다. 해수욕장 주변의 민박집과 야영장에서 하루를 묵으면서 관매 8경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관매도는 직접 만든 쑥막걸리가 유명하다. 1.5ℓ 음료수병에 만원밖에 안 한다. 막걸리 있다고 대문에 적힌 집에 들어갔다. 말린 생선을 굽고 물미역과 김치, 상치를 주는데 얼마나 맛있는지 잊지를 못한다. 쑥 향이 돌면서 진한 맛이 아직도 혀끝에 남아 있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다시 갈 날을 학수고대한다.

김윤경 여행큐레이터·울산누리 블로그기자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