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도 확산되는 소녀상 전시중단 비판
일본서도 확산되는 소녀상 전시중단 비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8.07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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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 전시중단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일본에서조차 거세다. 편협하고 퇴행적인 아베 내각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거센 역풍을 맞고 있는 형국이다. 소녀상이 출품된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일본 최대의 국제예술제다. 올해가 4회째로 3년마다 열리는 이 예술제는 미술은 물론 댄스, 연극 등 무대공연과 영상까지 세계 최첨단 현대예술을 소개한다.

문화·예술은 창작과 표현의 자유가 침해돼서는 안 되는 불가침 영역이나 다름없다. 특히 예술제는 제도권에서 다루지 못하는 갈등을 다양한 시각에서 담아내는 그릇이기도 하다. 그런 예술제에서 ‘표현의 자유’를 짓밟는 일이 버젓이 벌어졌으니 일본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공분을 살 만도 하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의 기획전인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는 개막 3일째 되던 지난 3일 전격 중단됐다. 일본 우익의 눈엣가시 같은 소녀상 전시가 주된 이유였다. 위안부 존재를 부정하고 역사 왜곡을 일삼는 아베 정권으로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역사적 진실’이었을 것이다.

이 기획전에는 일본의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조항을 주제로 노래한 전통시가,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히로히토 전 일왕의 초상화가 불태워지는 영상작품도 전시됐다고 한다.

전시중단 조치에 트리엔날레 기획자와 참여작가 등 문화예술계의 비판성명이 잇따랐다. 예술제에 참여한 세계 각국 작가 72명은 성명에서 “일부 정치가에 의한 전시·상영·공연에 대한 폭력적 개입, 협박과 공갈에 우리들은 강하게 항의한다”고 밝혔다. 이 연대성명에는 항의의 뜻으로 자신의 작품 전시마저 거부한 한국 작가와 일본·서구의 현대미술가들이 이름을 올렸다. 일본극작가협회는 “헌법이 금지한 검열이 실질적으로 부활한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언론도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아사히신문은 6일자 사설에서 “‘표현의 자유’가 크게 상처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의견이 다른 언론이나 표현을 폭력으로 배제하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도쿄신문은 “‘표현의 부자유’를 상징하는 무서운 사태”라고 규정했다.

소녀상 전시중단은 ‘전후 일본 최대의 검열 사건’이다. 또한 자국 헌법과 각종 국제협약, 권고에도 배치되는 ‘표현의 자유’ 침해 사건이다. 아베 정부는 국내외 비판에 귀 기울여야 한다. 당장 해야 할 일은 소녀상 전시 재개와 진심어린 사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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