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그으며 책을 읽자
밑줄 그으며 책을 읽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8.06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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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무엇을 그렇게 보는 것일까? 버스나 지하철을 타서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뚫어지게 보고 있다. 뉴스를 검색하기도 하고 지인과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도 있고 카페에 들어가 정보를 공유하기도 할 것이다. 모두 손바닥만한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우리는 변화가 빠른 세상에 살고 있다. 인터넷이 없고 스마트 폰이 없던 시절에는 뉴스 시간이 되어야 그날 일어난 소식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지역에서 혹은 해외에서 생긴 일도 금방 알 수 있다. 상황들이 눈 깜짝할 새에 퍼진다. 언론사의 수도 셀 수 없이 많다. 케이블방송, 종편을 비롯해 유튜브 등 개인채널까지 생기다 보니 볼 게 너무나 많다. 굳이 알아야 하지 않을 생활들까지 알게 되고 중요하지 않은 것이 중요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나도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자주 한다. 습관처럼 열어볼 때도 있고 자료를 공유하고 검색하며 카페에 올린 글을 고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글을 보기도 한다. 검색순위나 사소한 사건은 기억에 남지 않고 내 눈을 잠시 스쳐갈 뿐이다.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지식을 얻는다. 스마트폰이 없을 때는 아는 사람을 찾아가 물어보거나 책을 찾아봐야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언제든 스마트폰을 검색하고 쉽게 정보를 찾는 현대인은 과연 똑똑할까? 아니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가족의 전화번호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작은 기계에 의존해서 바보가 되어 가고 있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은 믿고, 스스로 생각을 해보지 않는다. 인터넷을 통해 소통하고 사람들과 직접 만나서 활력, 공감, 위로를 얻는 시간은 적다보니 우울해진다. 악의적인 댓글을 달아 상처를 주기도 한다. ‘호모 사피엔스’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는 지식도 필요하지만 지혜도 필요하다. 이 지혜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뭐니 뭐니 해도 책이다. 책을 읽다 보면 나를 돌아보게 되고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것을 깨닫게도 된다.

김훈의 『자전거 여행』에서 본 글이다. ‘산수유는 다만 어른거리는 꽃의 그림자로서 피어난다. 그러나 이 그림자 속에는 빛이 가득하다. 빛은 이 그림자 속에 오글오글 모여서 들끓는다.’ 이런 문장을 읽고 난 뒤에는 무심히 보던 산수유를 자세히 보게 된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여우의 말이나 김훈의 문장은 나에게 있어 어떤 인맥과 스펙보다 더 큰 힘이 되어 준다.

책을 읽다 보면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을 멋진 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작가들이 많다. 그런 글을 만날 때 나는 그 글을 몇 번씩 읽으며 생각한다. ‘이런 표현도 있구나!’ 하면서 감탄을 한다. 책에다 밑줄을 그어놓고 따로 공책에 적어둔다.

살아가면서 깨달음을 주는 것에는 책만 있는 게 아니다.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 영화나 연극, 그림을 보면서 깨달음을 얻을 때도 있다. 영화, 음악 등의 인문학적인 요소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촉수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와 대화중에 좋다고 일시정지 버튼을 누를 수도 녹음을 할 수도 없다. 영화 속에서 명장면과 대사를 끝나고 다시 볼 수는 있지만 좋다고 보는 순간 멈추고 되돌릴 수도 없다. 머리에 저장하는 수밖에 없는데 왜 좋은 말은 금방 잊어버리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

소설 속에서는 나보다 더 힘들게 인생을 살아가는 주인공이 있고 철학책 속에서는 심각한 문제를 화두로 짊어지고 씨름하는 철학자가 있다. 수필집 속에서는 다양한 삶이 나의 스승이고 시집은 내가 살아가는 데 오아시스다. 책을 읽으며 마음에 보석 같은 문장을 아로새기고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숨겨진 진실을 찾는 기쁨, 이런 기쁨은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행복이다. 유명작가가 좋은 한 문장을 쓰기 위해 원고지를 수백 장까지 쓰는 사람도 있고 김훈 작가는 조사 하나를 두고 수없이 고심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쓴 좋은 책을 많이 읽으면 좋겠지만 한 달에 한 권이라도 밑줄을 그으며 읽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이 좋은 문장을 스마트폰으로 봤다면 나는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다. 밑줄 그으며 책을 읽자.

조정숙 울산시 중구 다운동 구루미7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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