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단히 흐르는 것은 아름답다.
부단히 흐르는 것은 아름답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8.06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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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거리를 보니 봄 한 철 아지랑이 같은 기체가 오른다. 약한 줄기에서 넓게 굼실대며 흐르는 모양새를 보고 있자니 오늘은 섭씨 몇 도라고 했더라? 지난 밤 뉴스 말미 기상캐스터의 생기발랄한 음성이 아지랑이처럼 굼실거린다. 어쩌면 수치가 주는 온도에 더 질릴지도 몰라 애써서 기억을 되짚진 않았다. 대신 오래전부터 마음속 폴더 어느 한 곳에 저장된 생각 하나를 불러냈다. 대부분의 기상캐스터는 왜 여성들일까. 뙤약볕 아래 온열환자 주의보를 알리면서도 그들은 왜 원색의 의상을 선호할까.

얼마 전 이러저러한 자리에서 여성의 활동, 여성의 역할, 여성의 지위에 대한 사회적 위치 이야기가 밥상에 오른 적이 있었다. 다수의 여성들만으로 조직된 모임에 가야 할 기회를 좀처럼 만들지 않았던 일상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여성활동 및 여성일자리 관련 소통을 요청하는 자리가 확대되고 있다. 문화예술인들과 같은 특정한 분야의 전문가 모임도 있고, 다양한 학습자 모임, 경력단절, 일반 주민동아리도 있다. 가볍게 차 한 잔으로 시작하는 편안한 대화도 있고, 세세한 소개까지 주고받으며 밥상에 올리는 격식 있는 대화도 있다. 물론, 후자는 여성들로 구성된 활동단체이기도 하다.

오래전, 필자 역시 그리 길지 않은 경력단절 시기를 보낸 적이 있다. 기업체에서 전직을 선택하고 이내 익숙한 사회생활 패턴에서 스스로 사라짐을 선택한 것에 대해 자신을 꼼꼼히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었다. 이후 선택한 얼마간의 지역사회 봉사활동은 지금의 자리를 딛고 머물도록 하는 가치관에 근육을 달아준 게 분명하다.

교육복지투자우선학교에서 만났던 아이들, 책보다 놀아줄 사람이 그리웠던 아동센터 아이들, 사회구성원이 간절했던 앳된 결혼이주여성, 식사보다 식탁에 같이 앉을 사람이 그리웠던 급식소 어르신들… 공동체 가치관에 근육을 키워준 분들이다.

마을기업 육성과 사회적경제 판로를 지원하며 ‘공공의 선’이라는 스스로의 판단과 맞닿으면 전방위적 활동을 하는 데 머뭇거리지 않았다. 노력은 사적인 내 영역의 포기를 의미한다. 또한, 삶의 방향을 맞추기 위해 인식의 틀(frame)을 바꿔야 하는 인고의 시간이기도 하다. 함께 해주시는 많은 분들이 있었다. 어느 순간 주위를 보니 각자의 공감지대에서 그만큼 도움을 주시더라. 그런 신뢰와 응원에 오히려 더 낮은 앉은뱅이걸음으로 필요한 곳에, 필요한 이에게 남아있을 수 있었던 게 분명하다.

매사 평가는 타인의 몫이고, 말의 성찬에 오르내리는 것도 궁극에는 내 몫이 아니다. 걸어온 발자국이 남았으니 스스로에게 담백하면 될 일이다. 그것이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삶이다. 여성의 역할, 위치, 일자리 등 성별을 양분하여 사고하는 습관에 익숙하지 않은 필자로서는 여성 모임에서 묵은 숙제처럼 문득 만나게 되는 생각들이 있다.

아주 깊숙하게 뿌리박혀 있어 나 자신에게조차 지워져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여성 할당제로 배려 받아야 그나마 가능한 위치, 지위, 역할, 일자리… 등.

많은 영역에서 양성의 교집합이 확장되어온 건 사실이나, 여전히 ‘할당‘이라는 옷을 입어야 하는 구조는 안타깝다. 성별을 양분해야 하는 습관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도록 여성들도 좀 더 근성 있게 노력해보자.

자신을 잘 아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원하는지, 하고 싶은지, 관심 있는지… 여성의 역할과 일자리는 그 출발점에서 작은 씨앗이 발아할 수도 있다.

필자의 관심사가 사회의 격차에 대한 고민과 그 격차를 좁히는 데 역할을 하고자 했던 지극히 개인적인 지역출발이듯. 우리의 사고와 심장과 발품이 소통과 시행착오로 부단히 흐를 수 있다면 기회와 성장이 있겠다.

뭇 생명이 숨을 고르며 낮아지는 요즘같이 뜨거운 계절에도 자신에게는 더 가까이 귀를 기울여 나의 바람을 들어보자. 부단히 흐르는 것은 아름답다.





박가령 울산경제진흥원 마을기업지원단장·울산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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