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H, 후츠파, “이봐 해보기나 했어?”
4H, 후츠파, “이봐 해보기나 했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8.05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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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구체화하기 위해 ‘좋은 것을 더욱 좋게’ ‘실천으로 배우자’라는 4H 금언과 이념에 다시 불을 붙여야 할 때가 지금인 것 같다. 1947년 한국에 4H가 도입되고 이후 새마을운동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단체의 활동이 있었지만 그 뿌리를 찾아 올라가면 으레 4H와 만나게 된다. 이처럼 농촌에서 들불처럼 일어났던 4H 운동이 오늘날 가장 활성화되고 있는 곳은 뜻밖에도 울산, 서울과 같은 대도시다.

1907년 미국 아이오와 주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지(智·Head), 덕(德·Heart), 노(勞·Hands), 체(體·Health)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네잎 클로버를 상징물삼아 시작한 이 운동이 현재 농촌에서는 사그라지는 추세다. 하지만 도시에는 친환경적 생명활동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울산시농업기술센터에서 육성하는 137개‘4H’ 모임에는 현재 초·중·고교 학생과 일반인을 통틀어 2천970명이나 가입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여러 도시 가운데 회원 수가 가장 많고 4H 활동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울산이다.

‘4H 운동’은 Head(두뇌), Heart(마음), Hand(손), Health(건강). 이 네 단어의 첫 글자를 따서 부른 것인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바로 Hand, 손이다. 그렇다면 Hand의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는 노(勞)라는 단어로 불리지만, 노(勞)는 단순히 열심히 일하는 것만은 아니다. Hand는 4H 운동이 ‘실천’을 통해 이루어내는 중요한 덕목을 나타낸다. 한마디로 머리와 마음으로 느끼고 알게 된 일을 내 ‘손’으로 실천할 때 건강한 나와 사회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에는 ‘후츠파 정신’이란 게 있다. 사전에서 찾으면 후츠파(라틴 알파벳:chutzpah, 히브리 문자:?????)는 무례, 뻔뻔함, 철면피 따위를 뜻하는 히브리어 낱말로서 용기, 배포, 도전성 따위를 뜻하기도 한다. 후츠파는 이스라엘의 독특한 정신문화로서, 권력자 또는 권위자에게 자기 생각을 과감하게 표현하는 용기가 밑바탕을 이룬다. 또한 권위와 권력에 안주하지 않고 상대방의 생각을 잘 듣거나 스스로 자만심을 내려놓고 냉철하게 자신을 평가하게 된다.

말하자면 후츠파는 창의력의 원동력이다. 특히 변화가 빠른 정보통신기술(IT)과 4차 산업 분야에서는 순발력과 활용능력이 높이 평가된다. 이스라엘에 세계 벤처투자금의 35%가 몰려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아랍 국가들과의 적대관계로 늘 긴장상태에 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100대 첨단기술기업 중 75개가 이스라엘에 연구소 또는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것은 그 효율성이 이미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스라엘의 지식기반산업이 세계적 우위에 있는 원인을 전문가들은 후츠파 정신에서 찾는다. 전문가들은 후츠파의 대표적 요소 7가지로 △형식 타파 △질문의 권리 △섞이고 섞임 △위험 감수 △목표지향성 △끈질김 △실패로부터 교훈 얻기를 든다.

“이봐, 해 보기나 했어?” 정주영 회장의 회고록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170 페이지에 나오는 말로, 새로운 일을 시도할 때 난색을 표하는 직원들에게 내가 두말 못하도록 퉁명스럽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세상의 진리란 이렇게 지극히 평범함에 있고, 이보다 더 함축된 실천의지를 드러내는 말도 없지 싶다. “나는 생명이 살아있는 한 실패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살아있고 건강한 한, 나한테 시련은 있을지언정 실패는 없다.” 불굴의 의지를 나타내는 명언이다.

위의 3가지에서 공통적인 것은 ‘실천력’이다. 정주영 회장의 실행정신과 실패를 모르는 추진력이 울산을 현대의 도시로 만들었다. 이스라엘의 후츠파 정신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벤처왕국을 이끌게 될 것이다. 4H 운동 역시 아는 것을 넘어 ‘실천’에 중점을 두었기에 오늘날 되살아나고 있는지 모른다.

윤주용 울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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