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듬북의 원형, 감로탱의 뇌신(雷神) 연고(連鼓)에서 찾다
모듬북의 원형, 감로탱의 뇌신(雷神) 연고(連鼓)에서 찾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8.04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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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이 표현한 삼고무(三鼓舞)를 보고 우리나라 모듬북의 원형을 정리하고 싶었다. 여기에는 확인되지 않은 ‘일본 수입설’에 대한 강한 거부감과 삼고무의 저작권 문제도 한몫을 했다.

우리 민족은 북을 잘 다룬다. 북은 사찰의 법고, 민속의 밀양백중놀이 오북춤, 진도북춤, 무대 위의 삼고무 혹은 오고무, 지신밟기의 소고 등 다양하다. 한때는 난타북이라는 모듬북이 유행했다. 이러한 모듬북 연희문화가 우리나라에서 자생한 것일까, 아니면 외국에서 들여온 것일까? 근래에 창작된 것일까, 이미 몇 백 년 전에 흔적이 있었을까? 흔적을 활용한 것일까?… 여러 가지가 궁금했다.

“모듬북이란 음높이가 서로 다른 북들을 다양하게 구성하여 연주하는 형태로 외북(전통북)을 현대적으로 개량한 타악기이다. 양손을 오가며 화려한 타법을 구사하여 소리를 극대화시킨 양식으로서 현대에 이르러서는 ‘난타’라는 명사를 만들어낸 기조가 되는 연주형태라 할 수 있다.” 인터넷 자료이다.

모듬북은 삼고무나 오고무(五鼓舞)에서 보듯 북의 배열은 달라도 북을 두드려 가락을 표현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모듬북은 몇 개의 북을 나열하여 다양한 가락을 연주하지만 삼고무 등은 북을 세워서 놀이를 한다. 이러한 북놀이가 인용자료에서도 알 수 있듯 원형에 대한 언급은 없이 구성과 타법만 소개할 정도여서 아쉬웠다. 불교의 감로탱에 대한 조명을 통해 모듬북이 우리나라 고유의 북놀이이며, 그 원형은 감로탱 뇌신(雷神)의 연고(連鼓=북을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한 것)에서 비롯되었음을 소개하고자 한다.

감로탱(甘露幀)은 죽은 사람의 영혼을 극락세계로 보내는 중생구제의 과정을 그린 불화로서 상단, 중단, 하단 등 3단으로 구성된다. 특히 하단에는 뜻밖의 사고를 당해 제 명대로 살지 못하고 죽은 망자들이 다양하게 표현된다.

물에 빠져 죽은 사람, 달리는 말발굽에 깔려 죽은 사람, 돌에 깔려 죽은 사람, 호랑이에게 물려죽은 영혼, 수레바퀴에 깔려죽은 영혼, 뱀에게 물려죽은 영혼, 싸움으로 죽은 영혼, 목매 죽은 영혼 등 다양하게 그려진다. 이러한 이유로 천수를 누리지 못한 영혼의 죽음을 통틀어 객사(客死) 혹은 비명횡사(非命橫死)라고 한다.

그 중에는 비 오는 날 밖에 나갔다가 천둥소리에 놀라 죽거나 번개에 맞아 죽은 사람도 있다. 이때 천둥과 번개의 신을 감로탱에서는 뇌신(雷神) 민속에서는 뇌신(雷神) 혹은 뇌공(雷公)이라 부른다. 한편 천둥과 벼락을 한자로 벽력(霹靂)이라 부른다. 청천벽력(靑天霹靂=맑은 하늘에서 내리치는 천둥과 번개), 뇌성벽력(雷聲霹靂)은 모두 천둥과 번개를 표현한 한자어이다.

뇌신은 선암사(仙巖寺) 감로탱(1740년 전후 제작)에서 두 손에 북채를 거머쥔 날짐승의 모습으로 나타난 이후 점차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다. 홍익대학교박물관 소장 감로탱(18세기)의 방제(傍題=그림을 설명하기 위해 적어놓은 글귀)에는 뇌신(雷神)을 ‘태허공신(太虛空神)’이라 적었고, 태허공신 때문에 죽은 망자(亡者)를 ‘벽력이망(霹靂已亡)’이라고 적었으며, 고려대 소장 작품(18세기∼19세기 제작)에는 ‘벽력이망(霹靂而亡)’이라고 적었다.

뇌신은 대부분 사람의 몸에 사나운 새의 머리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이를 인신조두(人身鳥頭)라 부른다. 부리는 날카롭고 눈매는 매섭다. 먹이를 찾는 참매의 부리와 눈빛이다. 뇌신은 또 박쥐를 연상시키는 모습의 날개를 달고 있다. 하늘에 있기에 날개는 자연스럽다. 뇌신은 일반적으로 원형의 검푸른 구름을 배경으로 양손에 북채를 단단히 잡은 모습을 하고 있다.

국청사(國淸寺) 감로탱(1755년)에 그려진 뇌신은 양손은 물론 양발까지 북채를 쥐고 있고, 둥근 구름에는 여덟 개의 북이 일정한 간격으로 원형으로 배치되어 있다. 감로탱에 따라 뇌신을 생략하거나 북을 구름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보광사(普光寺) 감로탱(1898년)의 뇌신은 일반적인 감로탱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도상으로 나타난다. 양손 혹은 양발에 북채를 쥐고 있는 감로탱과는 달리 목에는 웃는 해골을 걸었고, 왼손은 북채를 위로 쥐었으며, 오른손은 시퍼렇게 날이 선 긴 칼을 아래를 향해 쥐고 있다. 북이 생략된 대신 배경은 먹구름과 붉은 화염으로 처리했다. 천둥과 벼락을 각각 북채와 칼로 표현하고 있다. 해골의 목걸이는 천둥과 벼락의 공포를 부각시키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연두색, 붉은색, 흰색 등 삼색 조화가 돋보이는 날개의 퍼덕임 또한 천둥의 소리와 번개의 빛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생각된다.

사찰에서 ‘사물(四物)’이란 불교의식에 사용되던 악기인 법고(法鼓)·운판(雲板)·목어(木魚)·범종(梵鐘)을 가리키던 말이다. 법고는 축생, 운판은 날짐승, 목어는 수중 중생, 범종은 천상과 지옥 중생을 각각 구제하기 위해 사용한다. 원형은 우리나라에서 찾아야 한다. 창작은 모방으로부터 시작된다. 울산농악을 부산, 밀양, 삼천포, 고성 등지에서 찾지 말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김성수 조류생태학박사·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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