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회의의 정체’
‘일본회의의 정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8.04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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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내내 더웠다. 섭씨 35도를 오르내린 수은주 때문만은 아니다. 가만있어도 열 받게 만든 일본 극우주의자들의 궤변까지 한 몫 거든 탓이다.

그런 인간군상의 대표적 인물은 차관급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일본 외무성 부대신, 전직 자위대원)다. 콧수염을 기른 이 친구는 ‘적반하장(賊反荷杖)’이란 말에 분을 못 이겨 문재인 대통령의 말을 붙들고 업어치기를 시도했다. 외교결례인 줄을 잘 알면서도 ‘일본에 대한 무례’라고 도리어 생떼를 썼던 것. 알고 보니 이 친구, 2011년 7월에도 말썽을 일으킨 전력이 있다. 독도가 일본 땅이니 울릉도부터 방문해야겠다고 뻔뻔스레 입국했다가 인천공항에서 쫓겨난 ‘울릉도 도발 3인방’의 하나다. 그는 ‘일한(日韓)병합조약은 국제법상 합법’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친구다.

어디 사토뿐이겠는가. 일본에는 국수주의적 사무라이 정신으로 무장한 작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우익 민족주의자’이자 단편 ‘우국(憂國)’을 지은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도 그런 부류에 속한다. 이 친구는 1970년 11월 25일 일본 육상자위대 본부에 들어가 전쟁과 일본 재무장 금지 조항이 포함된 현행 ‘평화헌법’을 뒤엎어야 한다면서 셋푸쿠(切腹=할복 후 목을 치게 하는 일본식 자살의식, 일명 하라키리·腹切)로 45년의 생을 마감했다.

휴가 중 시내 책방 서너 군데를 둘러본 것은 한 권의 책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한 권의 책’이란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22일 회의석상에 들고 나왔다는 ‘일본회의(日本會議)의 정체’를 말한다. 아베 내각 각료의 80%가 ‘일본회의’ 소속이라는 귀동냥이 서점 순례를 부채질했다. (이 책 출판사 ‘율리시즈’는 일본회의에 대해 ‘아베 내각의 각료 19명 중 15명이 속해 있는 조직’이라고 설명한다.) 이 책은 네 번째 찾은 G문고에서 가까스로 찾을 수 있었다. 보아하니 ‘2쇄’ 날짜는 2019년 7월 30일, ‘1쇄’ 날짜는 2017년 8월 4일이었다.

일본회의의 현 회장은 팔순의 미요시 도루(三好達)이지만 ‘실질적 우두머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라는 게 정설이다. 미국 CNN은 일본회의에 대해 ‘아베 내각을 좌지우지하며 역사관을 공유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충격적인 일은, ‘울릉도 도발 3인방’이든 ‘셋푸쿠의 주인공’이든 극우반한(極右反韓) 인사 대부분이 ‘일본회의’와 직·간접적으로 엮여 있다는 사실이다. 이 책의 지은이와 줄거리를 짧게나마 소개할 필요를 그래서 느낀다.

‘일본회의의 정체’의 저자는 교도통신 서울특파원을 지낸 아오키 오사무(?木理). 2017년 11월엔 ‘아베 삼대(安倍三代)’를 펴내기도 한 프리랜서 작가다. 그에 따르면 일본회의는 1997년 5월 30일 대표적 우파단체인 ‘일본을 지키는 모임’과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가 하나로 뭉친 조직으로 일본 내에서 가장 강력한 로비단체다. ‘얼굴’로 우파계의 유명 문화인·경제인·학자를 내세우지만 그 정체는 ‘종교 우파단체’에 가까운 정치집단이다. 여기서 ‘종교’란 일본인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신도(神道)’를 가리킨다. 이 책은 ‘이들이 펼치는 다양한 정책과 그에 대한 지지의 호소는 아베 정권을 자극하고 아베의 정치목표를 지지하는 힘의 원천이 된다’고 진단한다.

아베의 정치목표는 사실 단순하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강제로 받아들인 ‘평화헌법’을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1896~1987, 자민당 총재·수상 역임)의 뜻에 따라 뜯어고쳐 일본을 ‘전쟁하는 나라’로 만들고 말겠다는 것이 그의 진정한 꿈이다.

대한민국에 대한 수출규제도 ‘백색국가 배제’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일본을 ‘세계의 중심’이라고 여기는 아베와 그 추종자들이 ‘전쟁하는 나라’의 칼을 빼드는 순간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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