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노조에 날 선 비판을 하는 이유
현대차노조에 날 선 비판을 하는 이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8.0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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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가 또 다시 파업 습관을 드러냈다. 노조는 지난달 30일 실시한 파업찬반 투표에서 70.54%의 찬성표를 얻어냈다며 파업가결을 선언했다. 하기 휴가가 끝난 이후 쟁대위 회의를 통해 파업일정을 잡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와 함께 노조는 최근 언론 보도에 대한 불만을 잔뜩 늘어놓고 있다. 보수언론들이 자신들의 정당한 파업을 비난하며 ‘귀족노조’, ‘제 밥그릇 챙기기’라는 색깔론으로 공세를 취하고 있다며 이러한 술수를 깨부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에 따라 합법적이고 정당한 단체행동권 확보 절차를 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들은 마치 불법적이고 부당한 파업수순을 밟고 있는 양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조가 한참이나 잘못 짚었다. 국민들이 요즈음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도무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현대차 노동조합의 파업이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행동권의 일환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한 법 정신이 노동자와 국민들을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안다. 국민들은 노조 파업이 합법인지 불법인지 중요하지 않다. 하필이면 이 어려운 시기에 파업한다고 하니 국민들은 신경질이 나는 것이다. 그리고 현대차 노조는 파업에 대한 트라우마를 만든 당사자이기도 하다.

 어느 누구 힘들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이 없다. 기업들의 경기 전망이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악을 찍고 있고 미중 무역 갈등으로 증시도 유례 없는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우리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은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혹여 그 파장이 자동차산업에 번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더군다나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고“일본차를 사지말자”는 자발적인 캠페인도 벌어지고 있다. 국민들은 “일본차에 비해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기술이 더 뛰어나다”며 ‘보이콧 재팬’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모든 국민들이 “국산차를 사자”고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노조가 파업을 한다니 공분을 살 수 밖에 없다. 많은 언론들이 파업에 대해 날 선 보도를 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지 않나. 

특히나 누가 뭐래도 국내 최소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 근로조건 또한 최상위 수준이다. 협력업체를 비롯해 현대차보다 훨씬 못한 조건에서 일을 더 많이 하고 급여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절대 다수의 근로자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은 절망을 넘어 분노로 이어질 수 있다. 상식과 대화는 뒤로 하고 주위의 걱정과 빈축은 아랑곳없이 파업 수순을 밟고 있는 현대차 노조의 행보에 실로 걱정이 앞선다. 회사를 압박하려는 하나의 협상전술이라 하더라도 주위의 민심과 여론이 따갑다. 파업을 통해 일시적으로 노조가 위상과 입지를 강화할 수 있고, 회사의 협상에서 하나라도 더 쟁취할 수 있을지 몰라도 민심을 잃으면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 

강 건너에 있는 SK이노베이션 이정묵 노조위원장의 따끔한 충고가 있었다. 90년대 강성 노동운동을 함께 주도한 이 위원장은 현대차 하부영 지부장에게 “조합원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 용기를 내보시라”고 조언했다. “서로 소통하고 신뢰한다면 굳이 파업 없이도 똑 같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스스로 변화를 받아들이는 성숙한 자세가 돼 있다. 조합원들이 스스로 사회의 일원으로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아 있다”고 충고했다.

과거 의례적으로 벌여왔던 세력 과시나 소모적인 행동은 이제 접어야 한다. 좀 더 합리적이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여기저기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국민들도 이제 쉽게 용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노조는 명심해야 한다.

이주복  편집이사 겸 경영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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