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것만 꿈꿀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가능한 것만 꿈꿀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8.0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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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것만 꿈꿀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이 말은 2017년 6월 29일 손석희의 뉴스룸-문화초대석에서 가수 이효리가 한 말입니다. ‘유명하지만 조용히 살고 싶고 조용히 살고 싶지만 잊혀지고 싶지는 않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그것이 가능한 일인지를 묻는 손석희 아나운서의 질문에 위와 같이 대답했다고 합니다. 필자는 시설이 좋은 곳에 갔을 때, 그 곳이 정말 우리 아이들의 쉼과 배움이 일어날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하고 꿈을 꿉니다. 우리 아이들이 방과 후에 이런 곳에 와서 돌봄과 쉼, 배움이 함께 일어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지난해 ‘더 놀이학교’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던 기억이 새삼 떠오릅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가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아이들의 행복한 삶을 뒤받쳐주기 위해 초등학교 저학년들의 하교 시간을 오후 3시까지 늘리는 방안을 제시하여 논란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저출산위의 ‘더 놀이학교’ 정책은 부모의 보육 상황을 개선해서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의도였습니다. 그러나 이 정책은 시행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이 정책 시행에 대한 논란이 한창일 때 한 초등학교 교사가 자신이 가르치는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후 3시까지 학교에 머물게 하는 정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다음 한 학생의 응답지를 SNS에 올려 화제가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설문에 응답한 이 학생은 오후 3시까지 학교에 머무는 것에 ‘싫다’라고 표시했고, 그 이유는 ‘그냥’이라고 썼으며, 끝으로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말에 ‘치사하다’라고 적었다고 합니다. ‘치사하다’는 말은 오후 3시까지 학교에 머물게 하는 것에 대한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으로 반영한 표현이 아니었을까요?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이 정책이 시행되지 않은 것은 참 다행한 일입니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돌봄이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우리 아이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요? 이 또한 어쩌면 우리 어른들의 ‘치사함’이 아닐까요? 돌봄에 오는 아이들은 학기 중에도, 방학에도 하루 종일, 그리고 일 년 내내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안전하다는 이유만으로 바깥세상 구경하기도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지는 않은지요? 우리 어른들은 어린 시절에 학교 정규 수업을 마치면 산으로 들로 친구들과 떼를 지어 마음껏 돌아다니며 온갖 자연물을 놀이로 삼았고 놀이 장소도, 놀이 규칙도 스스로 만들어서 노는 것이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 아이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산으로, 강으로, 들로 돌아다니기는커녕 장소조차 바꾸지 못하고 하루 종일 학교라는 한 공간에서 매일 매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많이 보고, 많이 체험하여 경험을 축적해야 창의적인 생각이 자랄 수 있는 시기에 말입니다.

다행히 우리 교육청에서도 ‘마을 방과후’가 확대되는 정책을 펴고 있고, 강북교육청에서는 ‘아이돌봄 텃밭사업’으로 강북 관내 마을 세 곳의 작은 도서관을 마을공동체교육의 거점으로 삼아 지원사업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이곳에서 돌봄과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구조입니다. 강북교육청은 이 사업의 효과 여부에 따라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합니다. 또한 기업이 나서고 사회적기업이 꾸려가는 공동지원사업도 시작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SK그룹 내 행복나눔재단에서 전국 두 곳에 약 2억5천만원씩 지원하는 사업 공모에 울산의 사회적기업인 ‘행복한 학교’가 당선되어 구암문구가 장소를 제공하고 북구청이 지원하는 등 지자체와 기업이 함께 나서서 학생 방과후교육과 돌봄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사업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돌봄 수요를 충족조차 하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우리 아이들의 다양한 성장발달에 맞춘 돌봄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의 문제는 딱히 그렇다고 답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래서 필자는 꿈을 꿉니다. 지자체가 나서고, 기업이 나서고, 교육청이 함께하여 모든 공공기관과 공연관련시설, 그리고 도서관, 수련관 등의 시설을 꾸밀 때 돌봄 기능도 같이할 수 있도록 배려해서 아이들의 발달과 수요자의 요구에 조금이라도 부응할 수 있는 장소가 다양하게 갖추어지는 날이 빨리 오기를 말입니다. ‘치사한 어른’이 아니라 ‘바람직한 어른’이 되기를 꿈꾸어 봅니다.

정기자 울산광역시교육청 창의인성교육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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