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으로 돌아온 플라스틱
부메랑으로 돌아온 플라스틱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7.3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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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표면의 약 70%는 물로 이루어져 있고 바다 등 깊은 수심에서는 무중력을 느낄 수 있다. 자연 상태의 무중력을 느끼기 위해서는 어마무시한 비용을 들여 우주라는 공간을 가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우주 공간과 가장 유사한 무중력을 느낄 수 있는 바다를 탐험하기 위해 필자는 약 3년 전부터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했다. 파도 물결에 명쾌한 빛줄기가 내려오는 그 햇살, 형형색색의 다채로운 산호와 다양한 해양생물들의 아름답고 절제된 유영. 한껏 조화로운 바다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감사한 마음과 황홀한 마음이 교차되어 그 어떤 말이나 글로도 명확히 형언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 요즘 세계의 모든 바다환경이 심상치 않다. 온갖 플라스틱 잔해, 폐그물, 낚싯바늘과 낚싯줄, 납추, 폐수 등이 환경오염의 주원인으로 지목되었고 특히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플라스틱 잔해로 인해 바다오염이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태평양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잔뜩 모여들고 있다. 커피숍이나 대형카페에서 교부하는 일회용 빨대와 가정에서 사용하는 샴푸통 등이 속속 밀려 쌓이고 있다. 매스컴에서는 이를 ‘플라스틱 섬’이나 ‘플라스틱 수프’라는 다소 멋진 표현을 쓴다. 하지만 인간이 편리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만든 플라스틱이 바다에서 전혀 분해되지 않은 채 생을 이어가는 씁쓸한 장관이 펼쳐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량이 너무 과할 정도다. 다른 플라스틱에 비해 몸집이 작아서인지 아무런 죄책감 없이 사용하다가 버리는 사람이 비일비재하다. 전 세계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정신이 번쩍 들게 한 동영상이 유튜브로 확산된 적이 있다. 바다거북이의 코 속에 박혀있는 플라스틱 빨대를 제거해주는 장면과 엄청난 고통을 느끼는 바다거북이의 모습을 보았다. 울산의 상징이기도 한 고래도 역시 뱃속에 어마어마한 양의 플라스틱을 품고 죽은 모습을 보면서 정말 자책감이 들었다.

지구에서 마지막 남은 천국이라 했던가. 국내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백사장이 펼쳐져 있고 온갖 해양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필자 역시 직접 방문하여 스쿠버다이빙을 하며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보고 싶은 필리핀 보라카이가 너무나 큰 사랑을 받은 탓인지 큰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 빨대와 컵, 낙후된 시설에서 나온 오폐수의 바다 유입 등 보라카이는 해양오염 문제로 심한 몸살을 앓았다. 급기야 스스로 정화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되어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은 “6개월간 보라카이 관광을 전면 폐쇄한다”는 강경한 결단을 내렸다. 관광수입과 같은 경제적 이득보다는 자연환경을 먼저 생각하고 미래까지 깨끗이 보존해야할 의무를 지킨 통 큰 결단이란 생각이 들었다.

바다 해양오염 원인 중 가장 큰 플라스틱을 대체할 물질이 있을까. 플라스틱 분리배출만이 능사일까.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로 바꾼다고 하더라도 과연 환경오염을 방지할 수 있을까. 환경구호만 외치면 다 해결될까.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바다거북이와 고래, 보라카이의 해양오염은 인간의 삶을 다시 한 번 뒤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미래를 위한 확실한 준비가 필요하다.

태평양과 보라카이가 멀리 떨어져 있는 남의 일처럼 느껴 간과하고 모른척하지 않았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나부터’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해야겠다. 지금부터라도, 나부터라도 바다 해양환경에 큰 관심을 기울여 사랑하는 바다가 병들고 곪아가는 것을 방지하는 데 일조하겠다. 아름다운 지구를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다.

이윤성 ㈜인텍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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