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그대로 태화강
자연 그대로 태화강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7.3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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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은 나의 정원이다. 삼시세끼 밥을 먹듯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일 나가는 산책길이다. 산책로로 들어서면 강이 푸르게 일렁이며 윤슬을 뿌려댄다. 백로가 액자 속 그림처럼 서 있고 오리가족은 물고기와 숨바꼭질 중인지 줄을 지어 다니며 유유자적이다. 

대나무가 태화강을 따라 구삼호교에서 태화루 아래 용금소까지 심어져 있어 ‘십리대숲’이라고 한다. 봄에는 대숲 사이로 죽순이 뾰족뾰족 올라와 번식이 경이롭고, 여름에는 불볕더위가 기세등등해도 대숲에 들어서면 금세 서늘한 기운이 몸을 감싼다. 가을에는 하늘과 대나무 숲이 사군자의 그림을 보는 듯하고 겨울에는 강바람을 막아줘 어머니 품속같이 따뜻하다. 

십리대숲이 사람을 위한 공간이지만 철새들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수많은 새들이 날아와 날개를 접고 밤을 보낸다. 사월이면 백로가 이곳에 날아와 번식하고 시월에 동남아시아로 떠난다. 그 빈자리는 겨울철새인 떼까마귀가 채운다. 하늘과 대숲과 강이 모두 검은색으로 물드는 시간, 대숲 주변 하늘은 까마귀 떼로 새까맣게 변한다. 일몰시간에는 장엄한 춤사위를 보여주고 대숲으로 잠을 자러 들어간다.

이런 십리대숲을 울산시장은 선거 때 열배를 부풀려 백리대숲 조성사업을 공약했다. ‘울산시는 울주군 석남사에서 명촌교에 이르는 40km 구간에 기존 대숲의 밀도 향상과 단절구간에 대한 대나무 식재를 통해 대숲의 연속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테마공간 5개소도 조성되며 오는 2020년 말 조성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라고 되어 있다.

울산시민의 사랑을 받는 태화강 십리대숲은 울산의 자랑이자 자연유산이지만 강인한 생명력으로 자연환경에 적응해 스스로 살아남은 결과다. 인간이 개입해서 이룬 결과는 아니며 인공적인 부분은 대숲공원을 조성하면서 부분적으로 이뤄져 왔다. 태화강 십리대숲을 백리대숲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은 자연을 지배 대상으로 보고 인간이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것 같다. 

십리대숲에는 겨울철이면 까마귀 떼가 큰 구경거리지만 나쁜 점도 있다. 지역 주민들은 까마귀의 배설물로 곤혹을 치른다. 주차해 놓은 차에는 똥이 하얗게  떨어져 있고 밖에는 빨래도 널 수가 없다. 사람이 그 길을 다니다 보면 똥 세례를 받을 수도 있다. 대나무 백리 길을 조성하면 이 까마귀 떼가 더 많아질 것은 기정사실이다.

울산시는 태화강 백리대숲을 단순히 대나무로 이어진 산책로가 아닌, 시민들이 만들어가고 즐기는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킬 것이라고 했다. 또 잠시 머무르는 관광지가 아닌 먹고, 보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목한 체류형 관광지로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체류형 관광지로 만들면 펜션, 주차장, 화장실, 음식점, 카페 등 여러 시설들이 들어서기 마련이다. 또 관광객이 와서 머물다 가면 거기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어찌할 것인가? 물론 시에서 관리는 하겠지만 백리나 되는 길을 지금처럼 깨끗하게 보존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앞선다.  

이런 점을 감안해 볼 때 생태계 학자들과 시민단체와 해당 지역주민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동의를 구하고 기존 동식물의 생태환경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대나무가 없는 곳에 일률적으로 심기보다는 없는 곳은 자연 그대로 두고 이미 자라고 있는 곳은 보완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면서 인공시설물 설치는 최소화해야 한다고 본다.

경치 좋은 경관을 대나무 백리 길로 볼 수 없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태화강을 따라서 대숲을 조성하더라도 억새가 장관을 이루는 명촌교 아래쪽에 있는 억새군락은 그대로 두어 기존의 자연환경은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 태화강에 사는 모든 식물, 동물 등을 보호하고 강도 오염시키지 않아야 한다. 고심해서 계획안을 내놓았겠지만 시행하다 보면 많은 착오가 생길 것이다. 

가지산 쌀바위와 백운산 탑골샘, 신불산과 배내골, 국수봉 등지에서 발원한 태화강은 오래도록 갖가지 비경으로 울산시민들과 함께 했다. 앞으로도 여기를 찾는 사람들과 함께 유유히 흐를 것이다. 자연경관이 빼어난 태화강 백리 물길이 빚어놓은 자연의 파노라마를 사람의 힘으로 바꿔 보겠다는 생각은 자연을 마음대로 하겠다는 인간의 이기심이 아닐까?

조정숙 울산시 중구    다운동 구루미7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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