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아침의 단상
한여름 아침의 단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7.2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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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S. Dali)는, 아이디어를 이렇게 찾는다. 팔걸이 걸상에 앉아, 엄지와 중지로 숟가락을 살며시 잡고 잠을 청한다. 바로 아래에 접시를 놓고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복잡한 문제의 해답을 생각하면서 잠에 든다. 숟가락이 떨어지자 잠에서 깬다. 그 순간에 아이디어가 번갯불같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난 가끔 생각이 정지되는 때가 있다. 그 정지된 시간엔 금방 떠올랐던 것,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메모해두고 싶은 것들이 시간에 관계없이 순간순간 일어난다. 아침에 일어나 면도하고, 샤워하고 머리를 말리고, 거기에 펌 오일을 발라 연출하고 싶은 머리형으로 꾸며보려는 의지. 비싸지 않은 옷이지만 위아래의 색깔이나 옷감이 앙상블을 이루려는 마음으로 나의 일상에 아로새겨져 있다. 그런 후 난 바른 자세로 아침식사 테이블에 앉는다. 아침 끼니는 빠트리지 않고 밥 한 공기에, 된장국에, 간단한 반찬으로 한다.

이런 일상의 의지와 마음이 동요될 때엔 의외의 놀라운 아이디어가 불쑥 떠오르는 걸 보면 신비롭기만 하다. 그래! 치아에 신경 쓰는 일도 중요한 일이지. 치아가 튼튼해야 모든 장기도 원활히 운용되니 철저히 관리해야 될 일이 아닌가. 그뿐인가. 치실까지 동원하여 구석구석 후미진 곳을 긁어낸다. 치아 때문에 혼쭐이 단단히 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또 난데없이 생각이 팝콘 튀듯 한다.

나의 외출 모습이 이대로가 괜찮다고 뇌에서 명령이 하달되면 곧 신발을 싣는다. 구두를 신을 것인가, 운동화를 신을 것인가를 정한다. 강의가 있는 날이면 황색 구두와 감색 바지, 한여름의 셔츠는 거기에 맞게 밝은 것을 골라 입는다. 아이구, 늦어버렸어! 메모해야지. 놓치면 안 되니 핸드폰에 녹음해두어야지!

나는 이럴 때 행복하다.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서 글을 쓸 때. 그것도 그냥 생각나는 대로 줄줄 써 내려갈 때다. 나아가 자료수집이 끝나고 수집된 자료를 요약정리하고 그것을 주어진 테마에 맞게 최고의 맛집 문장을 지어보려는 시간이다. 대충, 들어가는 글, 본 내용, 마무리 글, 이 세 가지가 정해지고 중요 부분의 사실들이 확인될 때다. 읽는 이가 권태로움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분량인 A4 용지 1쪽 7행에 맞추어갈 때, 일어나는 마음의 소용돌이. 그 시간이 흡족히 느껴진다. 누가 뭐라 하든, 내가 뭘 먹고 배고픔을 해소하든, 한 잔의 커피와 함께 머릿속 그림을 그려갈 때엔. 그 이상의 기쁨과 환희는 없을 것 같다. 왜 작가가 글을 쓰는지 실감한다. 이런 식이라면 끝없이 전진해나갈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런데 정신없이 몰입해 써 나가다 보면 생뚱맞게 ‘건강’이라는 것이 자꾸 눈에 어른거린다. 수많은 활자를 눈으로 보고 펜으로 글을 써내려갈 때엔 괜스레 이런 노파심이 꼬물꼬물 일어난다. 소중한 두 눈이 혹시나 해서…. 그건 다가올 어쩔 수 없는 삶의 미래가 될 수밖에.

나는 가끔 오후에도 글을 쓰지만 그땐 능률이 별로다. 아침형이라 옛날부터 쭉 그래 와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다. 그러니까 아침 4시간이 아이디어 창출의 프라임 시간으로 단정하는 거다.

최근 읽은 《고양이》의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공교롭게도 아침 4시간이 그의 글쓰기의 주된 시공간이란다. 글로벌 독자 팬을 가진 수천만 권의 베스트셀러 주인공. 상상력이 풍부한 그의 두뇌가 부럽기만 하다. 망상이지만 늦지 않다고 생각하련다. 글의 상상력을 나의 뇌에게 모두 맡기면서, 소박한 마음으로 고집을 부려본다. 영원한 존재로 남기 위한 나만의 독특한 스테이지를 아기자기 그려보련다.

나도 모르게 일상의 일이 기대에 흡족한 하루가 되어 소소한 행복감에 젖는다.



김원호 울산대 인문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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