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후랑(前虎後狼) 시기와 파업찬반투표
전호후랑(前虎後狼) 시기와 파업찬반투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7.29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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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노조가 올해 임단협에 대한 파업찬반투표에 들어갔다. 오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과거 전례를 비춰볼 때 파업가결은 확실시된다. 교섭결렬, 파업찬반투표, 파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올해도 답습하고 있다. 근래 울산경제지표는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어느 것 하나 긍정적 신호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때에 노동계 투쟁 깃발은 침체된 지역경제를 더욱 힘든 궁지로 내몰 뿐이다.

현대차노조의 투쟁 뒷면에는 임금과 고용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통상임금, 임금과 성과급, 정년연장 등이 교섭의 핵심안건인 점이 이런 근거를 뒷받침 한다. 근로자 입장에서 임금과 일자리는 가장 주된 관심사임은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요구 정당성과 적정선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작년 적자 난 회사더러 조합원 기대에 부응하는 임금과 성과급을 지급하라는 부분은 억지 요구에 가깝다. 사회적 합의도 안된 정년연장은 논의 자체만으로도 부담 가는 안건이다.

특히 현대차노조가 고집하는 통상임금(소급분)은 기아차도 줬으니 우리도 달라는 식이다. 기아차는 노조가 승소했기 때문에 회사의 지급의무가 있지만, 현대차는 2심까지 노조가 패소해 통상임금을 줄 이유가 없다. 심지어 현대차노조는 기아차 수준으로 통상임금을 달라고 생떼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기아차노조는 원래 받아야 할 금액의 절반이 조금 넘는 선에서 통상임금을 받았다.

지금 우리 경제는 전호후랑(前虎後狼:앞문에서 호랑이를 막고 있으려니까 뒷문으로 이리가 들어온다)의 시기에 직면했다. 자동차산업이야말로 이런 위기에 처한 대표적 업종이다. 올 상반기 세계자동차 판매량은 전년에 비해 6.6% 감소했다. 아울러 친환경차 비중이 점점 증가하고 있고, 자율주행차 시대로의 재편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 마주선 현대차의 근래 상황은 부정적 색채가 짙다. 중국 일부 공장의 문을 닫는가 하면 미국에서는 업체간 경쟁 심화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설상가상 한일 무역분쟁 악재까지 등장했다. 반도체에 이어 자동차산업 공격도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현대차가 주춤할 수 밖에 없는 위기요소의 연속이다.

반면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은 4차 산업혁명 변화 앞에서 일찌감치 군살 빼기에 착수했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후발주자 수준이다. 제 아무리 강력한 노조투쟁도 미래변화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떼쓰면 된다는 구시대적이고 유치한 투쟁방식을 버려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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