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파수꾼]여전한 안전불감증, 그 해결책은?
[안전파수꾼]여전한 안전불감증, 그 해결책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7.29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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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발생한 다뉴브강 유람선 사고로 우리 국민 33명이 목숨을 잃은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이를 계기로 안전한 해외여행에 대한 우려와 함께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더 말할 것도 없이 그 중심에는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이 있다. “모든 것이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안전사고에 대한 인식이 둔감하거나 혹은 안전에 익숙해져서 “위험이 없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이 안전불감증이다. 이 증상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단횡단, 안전벨트 미착용, 화재경보기 무시, 운전 중 전화, 음주운전, 안전장구 미착용, 계단 뛰어 내려가기 등 우리는 모두 안전사고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는 중병에 걸려 있다.

얼마 전 일이다. 고층빌딩 복도에서 화재경보 비상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화재경보기가 작동된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늘 그랬듯이 오작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비상방송도 없어 훈련상황인지 실제상황인지 알 방법이 없다. 이 큰 건물에 화재경보기 벨이 울려도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현실. 실제상황이라면 엄청난 대형사고로 이어질 우리네 모습이다. 건물 관리자에게 사실을 알리고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본인도 “여러 차례 보고했는데 시정되지 않는다”고 불평을 토로한다. 과연 소방 정기 안전점검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궁금하다.

매년 대형사고가 반복되면서도 사고 발생 후에야 인지하는 안전불감증. 이미 성수대교 및 삼풍백화점 붕괴, 세월호 사건, 제천 참사 등 큰 사건을 많이 겪지 않았는가. 이는 대부분 안전을 무시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며, 부실공사나 부실감사, 안전검사 소홀에 기인한 사고였다는 것을 각인시켰고,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불감증이란 단어를 수없이 사용해 왔다. 그렇다면 왜 우리 사회는 안전불감증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할까. 안전을 보장하려면 돈과 시간을 들여 노력해야 하는데 사고가 나지 않으면 쓸모없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가장 큰 장애요인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 중요시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들을 소홀히 하는 심리적 요인 때문이다. 처벌된다고 하더라도 그 수위가 경미하기 때문이다.

현대 재난은 점점 대형화되고 복합화되는 추세다. 게다가 새로운 신종 재난과 함께 복합적인 위험요소까지 등장하고 있다. 비단 국내만의 일은 아니며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이 시대의 위험성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현 정부도 안전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정부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위험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며 정부와 민간의 상호협력을 통한 상시적인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최근 SNS 혁명과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공간정보 시스템, 드론, 5세대 통신 등 다양한 신기술 개발로 재난 발생을 선제적으로 예측하고 대비하는 스마트 재난안전 관리 시스템에 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사회가 안전하려면 탄탄한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그 시스템을 이용하는 사람의 자세가 아닐까. 규제나 제도를 잘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1930년대 하인리히는 사고의 90%는 불안전한 행동에 기인한다고 했으며, 세계 최고수준의 안전을 자랑하는 듀폰사는 10년간 연구 결과 “사고의 96%가 인적 요인인 불안전한 행동에 기인한다”고 발표하면서 하인리히 이론을 확증시켰다. 결론적으로 대부분의 사고는 불안전한 행동에 기인하고 있다. 처음에는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작업도 반복해 익숙해지면 “내가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점차 위험지각이 낮아지게 된다. 결국 대부분의 사람은 사고를 인지하지 못하는 중병 안전불감증에 걸릴 수밖에 없고, 불안전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를 처방이 아닌 예방의 관점에서 접근하려면 매일 작업 전에 작업에 대한 교육을 하여 안전 기본수칙은 반드시 지키게 해야 한다. 동시에 관련 작업 사고 사례를 전파하여 ‘사고가 발생하면 결국 큰 손실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시켜 위험지각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기본에 충실하고 이를 습관화하여 의식전환이 되도록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확산시키는 노력만이 안전불감증에 의한 사고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오만석 NCN 안전분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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