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최초 페미니즘 책방 ‘바론책방’
울산 최초 페미니즘 책방 ‘바론책방’
  • 김보은
  • 승인 2019.07.28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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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 여성운동 연대 역할 하고파”
바론책방의 강미라 사장이 추천하는 페미니즘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바론책방의 강미라 사장이 추천하는 페미니즘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 ‘미투(Me too)’ 운동으로 전국이 떠들썩했다. 문화계, 정치계 가릴 것 없이 모든 분야에서 ‘나도 당했다’는 성폭력 고발이 이어졌고 한국 사회에는 페미니즘이 공론화됐다.

좀처럼 식지 않은 페미니즘 열풍은 출판계에도 새 바람을 불게 했다.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출간 2년여 만에 누적 판매부수 100만부를 넘어서며 시대정신을 상징하는 문화적 징표가 됐고 이후 여성주의를 표방한 책들이 서점을 가득 채웠다. 또 전국에는 페미니즘 책방이 속속 영업을 시작했다.

이 열풍에 울산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 9월께 울산 최초의 페미니즘 책방 ‘바론책방(남구 돋질로 401번길 13 2층)’이 문을 연 것이다.

최근 만난 바론책방의 강미라(42) 사장은 “강좌, 책들이 쏟아지며 페미니즘이 대세인 가운데 울산에는 그 영향이 적어 아쉬웠다. 여성운동은 ‘연대’가 중요하다. 지방의 한계 속에서 작지만 역할을 하고 싶어 책방을 열게 됐다”고 밝혔다.

강미라 사장은 대학시절 총여학생회장을 맡아 처음 여성운동을 시작해 최근 4년간 울산여성회를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울산의 여성운동가다. 그는 인근 아파트 상가에서 6년간 ‘바론국어학원’을 운영하다 지난해 현재의 자리로 이사하게 되면서 학원 한쪽에 책방을 만들었다. 소박한 공간이지만 여기서 페미니즘 책을 판매하고 독서모임을 갖고 있다.

바론책방 내부 모습.
바론책방 내부 모습.

 

최근 출간한 페미니즘 책들이 워낙 많다 보니 그는 책방을 찾은 고객들에게 적절한 책을 추천해주거나 참고할 수 있도록 자신의 SNS에 감상평을 올린다.

그는 “새로 나온 책들은 웬만하면 직접 읽고 괜찮은 책들은 나름의 느낀 점을 담은 감상평을 적어 SNS에 소개한다. 반응이 좋아 구매로 이어지기도 하는 편”이라며 “용어가 헷갈리고 여성문제를 단순한 개인의 문제로 보는 등 내용이 부실할 경우 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추천하고 싶은 책으로는 ‘선녀는 참지 않았다’, ‘나는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 ‘새벽의 방문자들’ 등을 꼽았다.

독서모임은 그림책 모임 ‘그림페미’와 저녁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그림페미’는 학부모, 저녁 독서모임은 직장인들로 구성돼 있으며 4~9명의 인원이 모여 책을 읽고 함께 토론한다. 특히 저녁독서모임의 경우 다양한 직종의 20~60대 여성 직장인들로 이뤄졌다. 비혼, 이혼, 기혼 등 사연 많고 할말 많은 여성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그는 “대부분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어 모임에 참여하기 때문에 적극적이다. 모임을 한번하면 오후 10시까지 끝나지 않을 정도로 할 얘기가 많다. 각양각색의 사연을 가진 여성들이 나이를 넘어 같이 소통하고 여성으로서 서로 공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남성 페미니즘 모임도 만들기 위해 현재 제안을 해놓은 상황이다. 대한민국 남성들이 지금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 깨닫기 위해선 남성 페미니즘 모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론책방’의 운영 원칙에 대해 묻자 그는 “책을 판매하고 책에 관해 이야기하는 공간으로 계속 유지하고 싶다”고 답했다. 수익을 내기 위해 다른 방법을 찾기 보단 힘들어도 책방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출판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워 책만 팔아선 세도 못내는 상황이다 보니 북콘서트나 카페 등으로 눈을 돌리곤 한다. 이곳 역시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책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어렵더라도 최대한 책을 위한 공간으로 남겨두고 싶다”고 전했다.

김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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