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가족’ 그리고 ‘아기상어’
‘상어가족’ 그리고 ‘아기상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7.28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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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간으로 27일 오전, 미국 프로야구팀 ‘LA 에인절스’ 대 ‘워싱턴 내셔널스’의 경기가 한창이던 워싱턴 DC의 ‘내셔널스 파크’(워싱턴 내셔널스의 홈구장). 한국 야구팬들의 시선이 중계방송 채널에 고정된 것은 순전히 ‘코리언 몬스터’ 류현진의 12승 달성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6회 초가 되면서 광팬들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1사 만루의 위기에 몰리고 만 것.

바로 그 시각, 내셔널스 파크에선 귀에 익은 멜로디가 영어 노랫말과 함께 공기를 가르기 시작했다. ‘귀에 익은’ 것은 여러 차례 반복을 거듭하는 후렴구. “Baby shark, doo doodoodoodoodoo…Mommy shark, doo doodoodoodoodoo…” ‘아기상어’란 뜻의 ‘Baby Shark’는 알고 보면 흥미투성이다. 우선 ‘doo doo∼’라는 후렴구에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 그리고 홈팬들에겐 신명나는 리듬일지 몰라도 원정팀 팬들에겐 약 오르는 멜로디임이 분명하다.

또 이 노래의 원조가 ‘북미권 구전동요’라는 사실도 흥밋거리의 하나다. 그러다 보니 ‘미국산 편곡’도 있고 ‘한국산 편곡’도 있다. 27일, 내셔널스 파크에 울려 퍼진 ‘아기상어’는 영어노래였지만 편곡의 주체는 한국 쪽이었다. “아기 상어/ 뚜 루루 뚜루/ 귀여운/ 뚜 루루 뚜루/ 바닷속/ 뚜 루루 뚜루/ 아기상어!// 엄마상어/ 뚜 루루 뚜루/ 어여쁜/ 뚜 루루 뚜루/ 바닷속/ 뚜 루루 뚜루/ 엄마상어!…” 이 뒤로는 ‘힘이 센’ 아빠상어도 나오고 ‘자상한’ 할머니상어, ‘멋있는’ 할아버지상어도 등장한다.

한국판 ‘상어가족’은 4년 전(2015년) 국내 교육분야 스타트업인 ‘스마트 스터디’가 유아교육 콘텐츠 ‘핑크퐁’을 통해 내놓은 2분 길이의 동요로, 세계적 인기몰이 곡이다. 이 노래는 지난 1월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서 32위에까지 오른 적이 있고, 그 덕에 ‘한국 동요가 핫 100 순위에 들어온 첫 사례’라는 말도 나왔다. 그러고 보면 ‘또 하나의 한류’ 상어가족이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장을 장악한 것은 필연인지도 모른다.

흥미로운 점은 더 있다. 상어가족이 또 다른 이유로 입방아에 오르고 있는 것. 베이비 샤크를 미국 당국이 노숙자를 쫓아내는 데 쓰고 있는 것. 7월 19일자 연합뉴스는 이렇게 전했다. “한때 빌보드 차트에 등장했던 한국 인기 동요 ‘상어가족’의 영어판 ‘베이비 샤크’(Baby Shark)가 미국의 한 공공전시장에서 ‘노숙자를 내쫓으려는’ 목적으로 밤새 재생되고 있다. 플로리다주 남부 웨스트팜비치 당국은 도심에 있는 레이크 파빌리온 전시장 인근에서 노숙을 막기 위해 임시로 이런 조처를 했다고 영국 BBC와 미국 CNN방송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렇다면 이 노래의 어떤 특징이 웨스트팜비치 당국을 움직였을까? 외신의 후반부를 잠시 들여다보자. “시 당국은 베이비 샤크 외에도 ‘레이닝 타코스’라는 미국 동요도 틀고 있다. 두 곡은 계속 반복되는 후렴구가 특징이다. 제임스 시장은 이 둘을 택한 이유에 대해 ‘계속 들으면 꽤 짜증나기(aggravating)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참고로 이곳 해안가 전시장은 지난해 행사를 164건이나 치렀을 만큼 인기가 높고, 최근 몇 주간은 인분 등 ‘불쾌한 흔적’이 전시장 입구 근처에서 자주 발견됐다는 게 시 당국의 해명이다. 하지만 이 ‘무한반복재생’ 조치는 당장 인권단체의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노숙자 인권단체 등이 “갈 곳 없는 안타까운 이들에게는 잔혹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

얼마 전에는 이 노래가 저작권 분쟁에도 휩싸였다. 미국 동요작곡가 ‘조나단 로버트 라이트’(예명 ‘조니 온니’)가 지난 3월 서울중앙지법에 스마트 스터디를 상대로 3천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것. 이래저래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상어가족. 그 뒤끝이 궁금하다.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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