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수(赤水), 두 번째 이야기
적수(赤水), 두 번째 이야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7.2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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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천지역 적수(赤水, 붉은 녹물) 현상이 한동안 이슈가 되었고, 필자도 이와 관련된 글을 이 지면에 싣기도 했다. 그러자 많은 분들이 “강관의 부식 방지 방법은 없느냐?”, “녹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강관 말고 ‘스테인리스 관’ 같은 걸 쓰면 어떠냐?” 혹은 “플라스틱 관을 사용하면 되지 않느냐?” 등의 질문이 많이 쇄도하여 적수 두 번째 이야기를 싣는다.

적수 현상의 주범인 강관은 용접성이 좋고 기계적 강도도 좋은데다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에 압력이 높고 유량이 많은 대형 관에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강관의 최대 약점은 부식에 취약한 점이다. 물론 강관 부식으로 인한 붉은 녹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있다. 지난번 글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가장 최근의 기술은 강관 외면에 코일을 감고 전자기장을 걸어주는 방식으로, 대형 관에서 실증 실험을 한 결과 내부의 녹 발생이 80% 정도 감소했다. 국내 기술로 개발한 이 신기술은 장비 하나로 상수배관의 내면과 외면을 동시에 2km 이상 부식이 생기는 것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여러 통계자료를 토대로 강관이 아닌 다른 재질의 수도배관에 대해 알아보고 장단점을 살펴봤다. 2012년 통계 기준으로 국내에는 총 17만3천km의 수도배관이 있다. 재질별로는 주철관(5만7천km), PVC관(2만8천km), PE관(폴리에틸린관, 2만8천km), 스테인리스강관(2만2천km), 그리고 적수의 원인으로 지목받는 강관(1만5천km) 순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즉, 강관 말고도 적수 현상이 없거나 적은 다른 재질의 관들이 폭넓게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비중이 얼마 안 되는 강관이 크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뭘까?

이 대목에서 상수도관의 ‘물 공급’ 체계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강이나 댐 등의 취수장에서 원수를 취수하여 이를 정화하는 정수장까지 가는 배관을 ‘도수관’이라 하는데, 이것은 수도배관 중 지름이 가장 크고 유량도 가장 많은 배관이다. 도수관의 지름은 대개 1천500mm 정도이고, 대부분 강관으로 되어 있다. 정수장에서 물 공급을 조절해주는 배수지까지의 배관을 ‘송수관’이라 하는데, 수도배관 중 지름이 두 번째로 크고 유량도 많은 배관이다. 송수관의 지름은 600~1천300mm 정도이고, 대부분 강관이나 주철관으로 되어 있다.

또한 배수지에서 수용가 입구까지 가는 배관을 ‘배수관’이라 하는데, 지름은 200~300mm 정도이고 총 연장이 약 9만km로 가장 많이 깔려 있는 배관이다. 배수관의 재질은 강관, 주철관 외에도 PVC관, PE관 등이 사용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수용가 입구부터 수용가까지 가는 수도배관을 ‘급수관’이라 하는데, 관의 지름은 100mm 이하이고 재질이 매우 다양하다. 강관, 주철관, PVC관, PE관 외에 스테인리스강관도 사용되고 있다. 즉 유량이 많고 압력도 높은 도수관과 송수관에 강관이 주로 사용되기 때문에, 여기서 발생한 붉은 녹이 하위 배관을 지나 가정까지 오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불과 1만5천km에 불과한 강관을 녹이 적게 발생하는 주철관이나 녹 발생에서 자유로운 PVC관, PE관, 스테인리스강관으로 대체하면 적수 현상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각 배관 재질별로 특성을 알아보자.

수도배관 중 주철관은 일반 강보다 탄소와 규소의 함량이 높은 관으로, 일반 강보다 부식이 덜해 수도관으로 가장 오래, 널리 이용되어 왔다. 그러나 용접성이 매우 나빠서 배관 사이의 이음을 용접이 아닌 플랜지 이음으로 하다 보니, 누수도 많고 외면에 대한 전기방식도 어려운 특성이 있다. 그리고 강관에 비해 부식되는 속도는 낮지만 국부적인 부식 발생 빈도는 오히려 높은 편이다.

PVC관이나 PE관의 경우는 녹 발생은 없어도 기계적 충격에 약해, 배수관 이후의 저압관에 주로 사용되고, 누수 빈도가 의외로 높다는 것이 통계에 나와 있다.

많은 분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배관이 스테인리스강관이다. 말 그대로 ‘녹(stain)이 없는(less) 강(steel) 관’이란 뜻이다. 스테인리스강이 일부 급수관으로만 사용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특히 지름이 큰 관일수록 강관과의 가격 차이는 더 커진다. 그럼에도 최근 여러 지자체에서는 적수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스테인리스강관을 많이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통계에 의하면 누수 빈도는 다른 재질과 비교할 때 가장 높다. 이유는 뭘까? 부식으로 누수가 되는 사례가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특히 스테인리스강 용접부의 열처리가 미흡할 경우 국부적인 부식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상에서 보듯이 적수 현상을 한방에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은 없다. 배관의 재질 변경뿐 아니라 최신 강관의 부식 방지 신기술도 적용해서 적수를 최소화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여러 각도에서 강구할 필요가 있다.

전재영 코렐테크놀로지(주) 대표이사·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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