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성적서 날조 부품 안전 담보 못해”
“시험성적서 날조 부품 안전 담보 못해”
  • 정인준
  • 승인 2019.07.23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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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진단】 한국산 둔갑 ‘중국산 플랜지 1천억대 유통’

- 석유화학공단·원전 등 배관연결에 사용

- 제품 성분, 인장·압력 강도 등 불분명 ‘우려’

-관계기관 지시 없어 기업들 자체 대응 검토

- “기술요구 충족여부 확인 전수조사도 필요”

시험성적서를 허위로 작성한 ‘중국산 플랜지’가 한국산으로 변조돼 산업계 전반으로 판매 됐는데, 이를 제대로 조사하는 기관조차 없어 산업계 설비 안전 담보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플랜지 생산업체 A사는 2008년 6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0여 년 동안 위장계열사 2개 사를 내세워 중국산 플랜지를 수입해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국내 26개 업체에 1천225억원 어치를 팔아 울산지검에 적발됐다. (본보 2019년 7월 5일자 보도)

울산지방검찰청은 최근 플랜지 제조회사 A업체 회장 B(73)씨, 전 대표이사 C(68)씨, 현 대표이사 D(51)씨 등 8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대외무역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 했다. A사에 대해서도 양벌규정으로 기소했다.

울산지검은 이와 함께 수사결과가 수입유통 통상과 산업안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해 수사결과를 산업통상자원부와 선급에 통보 하고 관련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했다.

울산지검에 따르면 A사는 중국산 플랜지를 속여 판매할 때 시험성적서를 허위로 기재해 판매했다. 시험성적서는 제품의 성분과 함께 제품이 견딜 수 있는 인장강도, 압력강도 등을 포함하고 있는 ‘신분증명서’와 같다. 기업들은 이 시험성적서에 감쪽같이 속았다.

플랜지는 배관과 배관을 이어주는 부속품이다. 원형 밴드를 이음부위에 대고 볼트 너트로 조인다. 스팀배관의 경우 압력계, 온도계 입구와 출구를 플랜지로 조여 배관을 연결한다.

플랜트 설계 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국내에는 아직 플랜지에 대한 한국산업규격(KS)이 없어 고도의 위험시설에는 미국규격(ANSI) 이나 유럽공동체규격(CE)을 요구 하고 있다”며 “시험성적서가 날조 됐다면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울산지검은 “수사과정 중 A사의 중국산 플랜지를 인지한 한 기업은 플랜지 전체를 교환했다”고 밝혔다. 설비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취해진 조치라는 설명이다.

A사의 중국산 플랜지는 26개 건설사 등 관련기업을 통해 석유화학공단, 한국수력원자력, 선박제조, 자동차 공정에 사용됐다. 지역 한 대기업은 중국산 플랜지에 대해 “우리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은 “한국프랜지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울산지역에는 지난 10년간 굵직한 석유화학기업 투자가 발생했다. 수 백㎞ 배관이 깔렸고 배관 이음부위에 중국산 플랜지가 설치됐다.

석유화학공단 한 기업 관계자는 “아직 플랜지 이음부위에 문제가 발생 하지 않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 10년간 공장을 신·증설 했다면 중국산 플랜지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스안전공사 라든가 울산시 등 관계 기관에서 조사 하라는 지시사항이 없어 손을 놓고 있다”며 “조만간 회사 차원에서 이를 조사할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률 관계자는 “문제를 인식한 후 조사활동을 하지 않고 사고가 났다면 그 책임은 기업체에 있다”고 밝혔다.

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기술요구사항이 불분명한 플랜지가 설치 됐다면 공장 정기보수 때 샘플링 조사가 필요 하다”며 “공무팀 자재가 남아 있다면 기술요구 기준에 맞는지 전수조사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선급 관계자는 “울산지검으로부터 수사결과를 통보받고 선급 규정에 따른 절차를 지키지 않은 이유로 A사의 밴더인증 취소를 검토 중”이라며 “선박에 중국산 플랜지가 설치됐는지에 대한 조사권은 없기 때문에 조사는 진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울산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기술요구 사항에 부적합한 플랜지가 설치됐다면 산업안전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다”며 “관련기관은 이에 대한 조사를 통해 합리적 의심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사 관계자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공식입장을 내놓을 수 없다”며 “회사차원의 대책은 아직 마련된 것이 없고, 추후 상황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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