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국가정원, 어제와 내일…태화들을 중심으로 (上)
태화강 국가정원, 어제와 내일…태화들을 중심으로 (上)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7.23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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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 백리 중의 백미(白眉)는 십리대숲을 끼고도는 태화들이다. 필자가 직접 인연을 맺은 것은 많은 분들의 깊은 성찰과 철학이 어우러져 태화들 30ha의 땅이 확보된 이후였다. 2007년 철거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사람이 사는 주택과 부추·알로에 등 각종 근교농업 채소가 자라는 재배지였다. 보상이 끝나고 빈터가 된 태화들은 무성한 잡초와 하루살이 모기가 극성을 부렸고, 자연스레 인근 주민들의 민원을 불러 모았다.

태화들을 임시로 지역 한우농가들의 풀사료 재배용으로 이용해도 되는지 타진한 결과 공원 개발 공사 시작 전까지는 활용해도 좋다는 답이 나왔다. 그러나 철거 후유증으로 쌓인 각종 쓰레기와 무분별하게 파헤쳐진 바닥에서는 사료농사가 불가능했다. 불도저로 평탄작업부터 먼저 해야 했다. 그 다음은 파종에 대비해 농가의 트랙터와 각종 장비를 동원하여 십리대밭 쪽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트랙터가 한 줄 로터리 작업을 하고 나면 로터리 날에는 온통 철사가 감겨 이를 절단기로 일일이 잘라내야 하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부딪혀야 했다. 이 때문에 이틀 정도면 마칠 줄 알았던 작업이 20일을 넘기고 말았다. 비닐하우스의 파이프를 철거하는 과정에서는 이를 뽑는 대신 산소용접기로 잘라내는 바람에 땅속에 묻힌 나머지 부분이 트랙터 바퀴에 동전만한 구멍을 내서 큰 손실을 입기도 했다.

전체 면적에 청보리를 심기에는 작업이 더디고 파종시기를 놓칠 것 같아서 파종을 비교적 지력이 좋은 대숲 쪽 절반에만 하기로 했다. 태화교회 앞들에는 유채를 심기로 하고 농업기술센터 전 직원들이 나서서 철사 등 각종 이물질을 제거하는 데 힘을 보탰다. 유채 종자는 바이오디젤과의 연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품종을 농촌진흥청 바이오연구소에서 개발한 ‘탐라’와 ‘탐미’로 결정지었다. 이들 종자는 필자가 무안으로 직접 달려가 개발담당 연구관과 협상 끝에 구할 수 있었다. 파종 시기는 제대로 맞추었다고 생각했는데 문제가 생겼다. 넓은 땅에 유채를 재배한 경험이 없었던지라 겨울이 되니 유채 잎이 녹색에서 보라색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할 수 없이 이 품종을 개발한 장영석 박사를 직접 모셔다가 정밀진단을 받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파종은 끝났지만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은 ‘진객’ 대접을 받는 까마귀 떼의 습격 때문이었다. 시월 초순경 몇 마리가 보이더니 나중에는 하늘을 뒤덮을 만큼 떼를 지어 대숲으로 잠자러 가기 전에 보리밭에 않아 청보리를 쪼아대기 시작했으니, 그야말로 감당이 불감당이었다. 줄을 치고, 허수아비 모형을 달고, 심지어는 나프탈렌을 뿌려 독한 냄새로 쫓아보기도 하고, 토·일요일도 없이 논에서 참새를 쫓듯 사람을 시켜 까마귀와 사투를 벌이기까지 했다. 까마귀 떼가 보리를 골고루 해치면 피해가 적을 텐데 떼를 지어 앉아서 해치는 바람에 그 부분이 초토화되는 것이 문제였다. 특히 줄뿌림한 곳의 피해가 더 커서 이듬해부터는 파종방법을 흩뿌림으로 바꾸기도 했다.

태화들의 보리농사 첫해에는 울주군에서 겨울철에 휴경하는 논 3천ha를 활용하는 한우 조사료 자급 계획을 세워 중앙에 보고했다. 그러나 종자 준비가 덜 되었다 해서 보리 파종용 기계의 준비와 기술적 방법에 대한 특강을 베풀었고, 태화들에서 생산한 보리종자 15톤을 공급하여 순조로운 시작을 도왔으며, 대암댐 상류의 휴경지는 보리종자 생산단지로 활용하도록 지도했다.

이듬해 태화들이 봄보리의 물결로 장관을 이루자 시민들은 도심 속의 유채꽃 물결에 압도된 듯 환호성을 질렀다. 태화들의 보리밭이 고창 학원농장의 보리밭보다 더 많은 물결을 이루고 제주도 성산 일출봉의 유채꽃보다 더 화려한 모습으로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시민들은 유채꽃 잔치를 가까운 곳에서 마음껏 즐길 수 있어서 더 큰 행복을 느꼈다. 수확할 무렵, 트랙터에 딸린 예취기와 공룡 알같이 생긴 보리곤포를 보면서 취재진들도 신기한 듯 이를 기사화했고, 어르신들은 옛 추억에 잠겨 보리이삭을 주워 담기도 했다.

마침내 공사가 끝나고 공원이 만들어졌다. 그 뒤로 해마다 봄에는 수레국화·꽃양귀비·안개초 등 봄꽃 6천만 송이가 자태를 뽐내는 ‘봄꽃 대향연’이 펼쳐진다. 여름에는 황화코스모스가 유혹의 손짓을 보내고, 250m 덩굴터널에서는 웨이브피튜니아 화분 700개와 무늬호박·뱀오이·조롱박·수세미 등 각종 진귀한 볼거리들이 흥미를 돋운다. 그리고 가을에는 3만㎡나 되는 국화단지에서 4천만 송이의 국화가 진한 향기를 내뿜는 ‘국향’ 행사가 열린다. ▶下편으로 이어짐

윤주용 울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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