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농업인의 안전
폭염과 농업인의 안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7.2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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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의 폭염특보 중 ‘주의보’는 최고기온이 33℃, ‘경보’는 35℃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이 예상될 때 발령된다. 33℃가 넘는 한여름 불볕더위는 인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특보는 그래서 내리게 된다.

언제나 기상예보에 귀를 기울이자. 특히 폭염특보가 내려오면 가장 더운 낮 12시~오후 5시에는 농사일을 반드시 접도록 하자. 일사병·열사병 환자의 약 40%는 한낮 논밭과 야외에서 발생한다는 통계가 있다. 고혈압·심장병·뇌졸중 만성질환자나 고령의 농업인은 폭염 때는 농사일을 무조건 그만두는 것이 옳다.

농사일은 시기와 마력이 있다 보니 폭염을 무릅쓰고 하는 경우가 많다. 농작업을 꼭 해야 한다면 아이스팩을 활용하고, 하우스 안에서는 이동식 그늘막이라도 설치하는 것이 옳다. 땀을 못 흘리게 하는 작업복보다 가볍고 넉넉한 옷차림이 좋고, 피부에는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 것이 좋다. 이때 선크림은 일광차단지수가 15 이상인 것을 고른다. 효과를 계속 보려면 2시간마다 덧바르되 햇볕에 나가기 30분 전에 바르도록 한다.

농작업자는 또 챙이 넓은 모자와 선글라스로 직사광을 피하도록 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2명 이상이 같이 작업하도록 한다. 휴식은 시간당 10~15분 정도 짧게, 자주 해서 빠른 체온상승을 막도록 한다. 휴식할 때는 시원한 물을 자주 마시고, 술이나 카페인음료는 삼가야 한다. 신장질환이 있는 고령자는 물의 양도 의사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좋다.

폭염 때의 농작업 요령을 알아보자. 첫째, 비닐하우스·축사 같은 시설물 안에서는 창문을 활짝 열고 선풍기나 팬으로 환기를 시켜주고, 천장이나 지붕 위에는 살수장치를 설치해 복사열을 막도록 한다. 비닐하우스에는 차광·수막시설을 가동해 온도를 양껏 낮추도록 한다. 둘째, 일상에서는 자동차 같은 밀폐된 공간에 노약자나 어린이를 홀로 두지 말아야 한다. 고령자·허약자·환자를 남겨두고 외출할 때에는 이웃에 보호를 요청하거나 긴급전화를 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고령자는 시원한 마을회관 무더위쉼터에서 폭염을 피했으면 한다.

셋째, 폭염환자가 생기면 의식이 있는지부터 확인한 다음 의식이 없으면 119에 즉시 연락해야 한다. 의식이 있으면 시원한 물이나 스포츠음료를 마시게 하고, 목이나 겨드랑이에 생수병을 대거나 시원한 곳으로 옮겨 옷을 벗겨서 체온을 낮춰 준다.

일사병·열사병을 예방하려면 가까운 병원 연락처를 미리 알아두고, 농작업이 끝나면 본인과 가족에게 열사병 증상은 없는지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 냉방병에 걸리지 않도록 냉방기기를 돌릴 때는 실내·외 온도차를 5℃ 내외로 유지하고, 평소에도 냉방온도는 26℃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현기증·메스꺼움·두통·근육경련 등 열사병 초기증세가 보이면 시원한 장소에서 시원한 물을 마시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게 한다.

귀농한 어느 초보농부가 한여름 폭염 예보에도 도시에서 직장생활 하듯 오전 9시 밭으로 나갔다가 오후 6시까지 혼자서 일하면서 했다는 말이 있다. “들판에 일하는 농부가 한 사람도 없네, 이러니 농사를 지어도 못 살지.” “저기 봐라. 일은 안하고 모시적삼 입고 정자나무 그늘에서 부채질이나 하고 있네.” 그래도 농부들의 논밭에는 풀 한 포기 없이 농작물이 잘도 자라고 있었다. 하지만 귀농 초보농부는 아무리 부지런히 기심을 메도 밭은 여전히 풀밭이어서 이상히 여기고 물어보았다. 농부들은 해뜨기 전부터 아침 7시까지 시원할 때에만 집중적으로 일한다고 했다. 열사병 걱정 없이 한나절 할 일을 식전에 다 해놓고, 낮에는 나무그늘에서 한량같이 쉬었던 것이다.

윤주용 울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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