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지 말자!
올여름,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지 말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7.2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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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가 끝나고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 말이 되면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된다. 그럼 산간 계곡과 바다는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기 위한 사람들로 붐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시기가 되면 전국 대부분의 피서지는 시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10개 시·도의 피서지에서 무단투기 행위로 적발된 건수는 총 2천785건이며, 이에 대해 총 2억8천987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름철 피서지 쓰레기 무단투기를 단속하기 위해 10개 시·도에서만 3천 명이 넘는 인력이 투입되고 있다. 양심과 함께 버린 쓰레기 때문에 단속반 운영과 쓰레기 수거·운반을 위한 불필요한 세금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단속망을 피해간 쓰레기다. 자원순환사회연대의 피서지 쓰레기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산간 계곡이나 해수욕장에 버려지는 쓰레기의 50% 이상이 하절기에 버려진 것이며, 매년 장마철에 떠내려 오는 쓰레기의 20% 이상이 여름철 피서객이 버린 쓰레기라고 한다. 세계 192개국의 해안 지역에서 발생한 플라스틱 쓰레기의 1.7~4.6%가 폐기물 관리체계를 벗어나 해양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말한 Jambeck의 연구처럼 우리나라 피서지의 불법투기 쓰레기도 쓰레기 관리체계를 벗어나 강으로 유입되고 결국 바다로 흘러들어 북태평양 해역의 쓰레기 섬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수거한 쓰레기도 문제다. 피서지마다 이동식 분리수거함을 배치하고 있지만 음식물 등 이물질이 많아 재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발표한 2018년 피서철 쓰레기 처리실태 결과만 보더라도 얼마나 분리배출 인식이 부족한지 알 수 있다. 전체 쓰레기 수거량(3만2천179톤)의 고작 17.9%(5,768톤)만이 재활용되고 나머지 82.1%(2만6천411톤)는 소각되거나 매립됐기 때문이다.

독자 여러분도 여름철 계곡이나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쓰레기 때문에 인상을 찌푸린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박광하 등의 연구에 따르면 해수욕장과 산간계곡을 찾는 이용객의 80% 이상은 불법투기와 분리배출 미흡이 피서지의 가장 심각한 쓰레기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왜 피서지 쓰레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쓰레기 수거함을 확대 설치하고, 단속반을 늘려도 쓰레기 무단투기를 근절하기 어려운 건 왜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낮은 시민의식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는 우리나라 시민의식이 선진국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1980년대 뉴욕 지하철의 범죄율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던 건 개선된 시민의식 때문이 아니라 지하철의 낙서를 모두 지웠기 때문이다.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처럼 깨진 유리창을 방치해 범죄가 일어나기 쉬운 환경을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피서지의 깨진 유리창은 이동식 수거함에 어지럽게 내놓은 쓰레기다. 그것이 불법투기는 아니다. 그러나 만약 이동식 수거함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고, 주변도 청결하다면 어떨까? 더 이상 버릴 공간이 없는데도 넘쳐나는 쓰레기더미 위에 내 쓰레기를 올리는 일을 그만둔다면 어떨까?

우리의 시민의식은 그리 나쁘지 않다. 다만 불편함을 감수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부디 올여름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쓰레기를 줄이고 되가져가는 피서를 실천해 보면 어떨까? 우리의 작은 변화가 기억에 남는 피서지, 다시 가고픈 피서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김희종 울산발전연구원 환경안전연구실장, 환경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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