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방학 중 근무’ 문화를 폐지하려면
교사의 ‘방학 중 근무’ 문화를 폐지하려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7.1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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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교원들을 대상으로 6개월간 영어 연수를 시켜준다. 6개월 연수를 다녀오면 3년간은 영어전담교사로 활동하도록 ‘권고’한다. ‘권고’에 그치는 이유는 담임이나 전담교사 배정이 교장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대신에 단순권고만으로 그친다면 영어전담교사로 배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교육청에서는 매년 학교에 6개월 연수 이수자 명단을 보내고, 전담교사 배정 현황을 조사하고, 만약에 배정하지 않았다면 왜 배정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보고하도록 한다.

2018년에 울산광역시교육청의 첫 진보 교육감으로 당선된 노옥희 교육감이 교사의 방학 중 근무 폐지를 ‘권고’했다. 교원업무 정상화 차원에서, 최대한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방학 중 근무를 정하라고 한 것이다. 이 공문이 ‘권고’인 이유는, 휴업일 또는 학생 수업에 지장이 없는 방과 후 시간에 근무지 밖에서 교사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연수활동을 지원할 책무(교육공무원법 제41조)가 교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환영했다. 보통 방학 중 하루 정도지만 대학원을 다니거나 연수를 받거나, 여행과 휴식을 통해 다음 학기를 준비하는 중에 학교에 근무하면서 학생 교육 활동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각종 공문 처리와 학교시설 관리, 방과 후 학교 학생 관리를 하기가 싫었기 때문이다. 초·중등교육법 제20조 4항에 명시한 ‘교사는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와 관계가 없는 교무(校務)를 하는 것이고 일직근무는 교사의 업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의 행정사무와 그 밖의 사무를 담당하기 때문에 방학과 상관없이 출근하는 교육행정직(행정실)과 방학 중에 근무하지 않아서 기본급을 받지 못하는 교육공무직, 그리고 대중의 시선은 싸늘했다. “방학 때 놀면서 학교에 하루 나오는 것도 안 하려 하느냐”며 무노동 무임금 원칙으로 방학 중에 근무하지 않는 교사들에게 급여를 주지 말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진행된 바도 있었다.

교장은 난감했다. 주변의 싸늘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민주적인 과정으로 교사의 방학 중 근무를 폐지한다면, 방과 후 학교 강사와 돌봄 전담사는 본인의 수업만 담당하는데 도서관과 복도를 오가는 학생들의 관리와 공문 접수 및 처리를 교장이나 교감이 모두 하라는 것인지 대책이 안 서기 때문이다. 또 그 일을 행정실에서 하도록 하면 교육공무직이 하던 업무를 떠맡긴다고 불만이 폭주하고 단체협약 위반이라 나올 것이고, 교육공무직을 방학 중에 근무하도록 하자니 근무일수만큼 학교 예산으로 급여를 지불해서 학교 예산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공을 우리(관리자)한테 주고 칭찬은 자기(교육감)가 받겠다는 것인가’ 하는 마음이 생길 것도 같다. 대안은 없을까? 교장이 본인의 권한과 책무를 다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방도는 없는 것인가? 학교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면 교육청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어떨까?

영어심화연수(6개월 연수) 이수자 영어전담교사 배정 현황 조사처럼 학교별 방학 중 근무 실태조사를 실시해서 교사의 방학 중 근무를 폐지하고 교육공무직이 방학 중에 근무하는 학교에 대해서 교육감 공약사항 정책이행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어떨까? 그 지원금으로 교육공무직의 방학 중 근무 시 급여를 지원한다면 교사의 방학 중 근무 폐지가 점차 정착되지 않을까?

지난해 9월 28일부터 도로 종류를 막론하고 모든 도로에서 전 좌석 안전벨트 착용을 의무화하도록 도로교통법이 개정되었다. 관계당국은 2개월간의 계도기간을 두고 전 좌석 안전벨트를 매도록 하고 특별단속과 지속적인 홍보와 캠페인 활동으로 이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많은 예산과 노력을 들인 결과 전 좌석 안전벨트 착용은 이제 서서히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이처럼 기존의 문화를 새로운 문화로 바꾸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 노력이 든다. 학교 업무 정상화를 가장 우선으로 하고 있는 노옥희 교육감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교원의 방학 중 근무 문화가 바뀌기를 기대한다.

김종보 울산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상안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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