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이대로 좋은가?
서울역, 이대로 좋은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7.1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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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년 전 그 때는 취직이 잘 되었다. 경제개발 5개년 개획 드라이브에 영향을 듬뿍 받아서일 것이다. 그 시점은 대학 4학년 마지막 학기 초였다. 나는 서울역 바로 앞에 보이는 25층짜리 거대한 갈색 빌딩에서 잠시 근무한 적이 있다. 지금은 여러 번 주인이 바뀐 옛 ‘대우빌딩’(서울스퀘어) 건물이다. 세월이 흘러 이젠 신선한 감은 없지만 그 때만 해도 이 빌딩은 서울 장안에서 큰 자랑거리였고 모든 환경은 열심히 일하는 샐러리맨들의 열기로 넘쳐흘렀다.

그 바로 앞 ‘서울역’은, 명색이 수도 서울의 심벌이자 모든 한국인이 노스탤지어를 품고 고향으로 내려가는 민족 대이동의 한 축이었다. 아직도 고향행 열차표를 사러 갈 때면 번잡스러운 기운을 느낀다. 그러나 그 때 그 시절은 한국인들의 앞날에 희망이 샘솟듯 더욱 활기찬 분위기가 감싸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어떤가? 서울시 교통정책의 효율적인 제도로 중앙 버스전용차로가 잘 정비되어 많은 서울시민들의 복잡한 마음을 시원스레 뚫어주고 있다. 그렇지만 서울역 광장을 한번 지나가본 사람이라면 응당 충격적인 모습에 부딪히게 되어 슬퍼한다. 어느 나라든 부끄러운 곳은 있기 마련이다. 미국의 대도시 맨해튼의 뒷골목이나 일본 도시공원의 후미진 곳은 우범지역으로 또는 도시 슬럼가로 변하고 있다.

그곳과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우리의 서울역은, 한국의 교통 중심지이고 수도 서울 최고의 중추지로서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장소다. 난 자주 서울 교외로 향하는 수도권 전철 경의선을 승차해보곤 한다. 출발지는 중앙철도 노선과 달리 별도로 서울역 광장 후미진 데로 통하는 곳에 개찰구가 놓여 있다. 거기는 붉은 벽돌의 옛 역사(驛舍)로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세월의 상징물로 오늘날까지 잘 보존되어 있다.

일 년 내내 날씨에 관계없이 서울역 광장은 시끄럽다. 정치적인 집회나 종교인들의 선교활동 스피커 소리로 소란스럽기만 하다. 게다가 홈리스들이 좌판을 펴놓고 술을 마시거나 맨 땅에 이불을 덮고 잠을 자거나 종이상자로 쉼터를 만들어 아예 살림을 차리기도 한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한여름 땡볕 아래든 가릴 것 없이, 이 넓은 서울역 광장을 슬럼화하고 있다. 그래서 밤엔 여성들이 지나치기가 무섭다고 한다.

2,30년 전, 난 일본 동경 우에노 공원과 도내의 공원에 여러 번 가 본 적이 있다. 홈리스들을 자연스레 목격하게 된다. 제법 근사하게 종이박스를 이용하여 가주택을 만들어 인간의 최소한의 존엄을 내보이며 살고 있었다. 그러나 수도 동경역 광장에 가보면 서울역과 같은 부끄러운 부분을 아예 찾아볼 수 없다. 최근에 새로운 이미지로 재탄생됐는데 30여 년 전부터 시작한 새 단장 공사와 시설 보완으로 그들의 자존심을 당당히 내보이고 있다.

우리의 서울역, 어떻게 된 일인가? 이제 우리도 선진국에 들어선 지 몇 년이 흘렀고, GNP 3만 불이 넘는 선진한국이 아닌가. 서울시의 시원한 대책이 없는지? 2015년 서울특별시가 13년 만에 새로운 슬로건을 만들었다. 새 브랜드‘아이·서울·유(I·SEOUL·U)’다. 그것이 나타내는 상징은 ‘열정과 여유’가 공존하는 ‘너와 나의 서울’이지 않은가? 광화문 종합청사의 우수한 정책입안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공공을 위한 ‘아름다운 서울역 만들기’에 조금이라도 고민하고 있는지. 대한민국 최중심지, 수도 서울의 중심등뼈가 깡그리 썩어가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는 길목, 한국의 중심 관문을 찾는 외국인들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도 않는다. 우리의 서울역을 세계에서 으뜸가는 역으로 만들었으면 한다. 후일 자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대가 되기 위해서라도 절실한 일이다.

김원호 울산대 인문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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