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 해결의 ‘지혜’
한·일 갈등 해결의 ‘지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7.16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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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거진 한·일 갈등이 없어도 길어야 5년밖에 버틸 수 없는 것이 한국경제의 현주소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이런 와중에 정부 주요 인사들의 대일 대응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흐르고 있어 걱정스럽다.

특히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13일 밤 느닷없이 1980년대의 대표적인 운동권 가요인 ‘죽창가’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하지만 조 수석이 추억이 서린 옛 노래를 소개하려고 올렸다고 생각할 사람은 아마도 소수일 것이다. 도움이 안 되는 행동이다.

오히려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지지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온 평소 그의 성향상 이 정부가 하고 싶은 말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고 해석하는 게 더 합리적이다. 청와대와 민주당의 ‘의병’ 발언에 이어 나온 ‘죽창가’, ‘12척’, ‘국채보상운동’은 모두 폭력적인 일제에 맞서 반일을 상징해 오던 단어들이다.

이번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해 정신적 대비를 강조하는 측면이겠거니 이해를 하려 해도 감정적인 면에 쏠려 가는듯한 흐름은 불안하기까지 하다. 1980년대 미국과 일본 사이에도 유사한 ‘반도체 전쟁’이 벌어졌고 지금 한·일 관계처럼 미·일간 갈등이 있었다.

일본의 NEC·도시바 등에 밀려 인텔 등 미국의 반도체 회사들이 고전을 겪고 있을 때다. 미국은 경제보복을 통해 일본 내 미국산 반도체 점유율을 기존 10%에서 20%로 높이고, 일본의 메모리 반도체 수출을 덤핑이라며 중단시켰다. 결론은 일본의 일방적 패배였다. 미국이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고 나서야 분쟁은 끝을 맺었다.

한국 경제는 지금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서 있다. 신년사에 단골로 나오는 ‘수사(修辭)적 위기’가 아니라 ‘실체적 위기’라는 얘기다. 현재를 ‘크리티컬 아워(Critical hour)’라고까지 표현한다. 크리티컬 아워는 납치 혹은 실종사건에서 통계적으로 피해자를 구할 수 있는 운명의 시간을 말한다.

정부의 감정적 대응은 국민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양 국민 간의 감정싸움으로 번지면 수습할 길은 요원해진다. 당장 국내에서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감정적 대응이 계속될 경우 국민들이 동요할 수 있고 더불어 일본의 반한 감정도 더욱 증폭될 수 있다. 자칫 외교적 대응은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정부와 여권은 더 이상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전략적 사고로 냉철한 접근을 하기 바란다.

지금 한일 관계는 뾰족한 돌파구 없이 최악의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자국 국민을 앞장세워 무분별하게 감정싸움에 나서는 대신 합리적인 외교적 노력을 통해 갈등 해결 노력을 해야 한다.

현재 한국은 국가의 경제적 명운을 가를 시간을 지나고 있다. 상대에 대한 치밀한 분석을 통해 일본 정부가 응할 수 있는 외교적 옵션을 더 깊이 검토·고민해야 한다. 수백여 년 전의 역사나 대입하는 감정적인 대응은 무한 갈등만 부를 뿐이다. 국가 간의 갈등 해결도 대화가 먼저다.

한국의 대표 기업인과 공학자들로 구성된 한국공학한림원 거물들의 현실 진단을 참고하여 대응책을 강구했으면 한다. 한·일 갈등이 강대강(强對强) 구도로 전개된다면 한국과 한국기업의 피해가 제일 클 것이란 주장을 곱씹어 봤으면 한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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