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첫날의 명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첫날의 명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7.16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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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참고 기다렸다는 듯 벌써부터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시행 첫날인 16일, 울산에 본사를 둔 한국석유공사 관리직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한 사실을 두고 하는 얘기다. 그런가 하면 울산항만공사(UPA)는 같은 날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고 근절한다는 취지로 노사공동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명과 암이 엇갈린 모양새다.

석유공사 관리직 직원 19명의 집단행동은 전국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하다. 석유공사에서 20∼30년간 일해 왔다는 이들은 이날 오전 9시 고용노동부 업무가 시작되자마자 울산지청 민원실을 찾아가 진정서를 제출한 모양이다. 그동안 받아온 직장 내 괴롭힘이 어느 정도였기에 이처럼 웃지 못 할 상황을 연출했을까. 알고 보니 이들은 지난해 3월 새 사장이 부임 이후 ‘전문위원’이라는 이름으로 2∼3등급씩 강등돼 월급이 깎인 것으로 드러난다. 또 이들은 청사 내 별도공간에 격리된 채 별다른 업무도 받지 못한 가운데 회사는 매월 혼자서 할 수 있는 과제를 제출하게 하고, 분기별로 후배직원들 앞에서 발표해야 했다고 한다.

이들의 주장은, 회사가 부당한 대우로 심적 괴롭힘을 일삼아 왔다는 얘기가 된다. 석유공사는 그러나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일 뿐 의도적으로 이들에게 모욕을 주려 한 사실은 결코 없다”고 해명한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재판정을 기다려 봐야겠지만,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이들의 구제 신청이 이유 있다고 보고 부당전보 판정을 내린 바 있다.

한편 UPA는 이날 노사가 추천한 4명의 노사공동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주고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다짐하게 했다. 노사공동위원회는 앞으로 직장 내 괴롭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내부 설문조사와 홍보활동에 나서는 한편 제3자 감시단 운영과 함께 2차 피해 모니터링 등 피해자 보호 조치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석유공사처럼 내부 갈등이 있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UPA의 직장 내 분위기는 이날의 이벤트를 계기로 한층 더 밝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어떠한 직장이든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 속에서 인권이 존중되는 분위기가 확산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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