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박산성 임란의병 추모제’는 특별하다
‘기박산성 임란의병 추모제’는 특별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7.14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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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당시 울산 의병의 주둔지이자 격전지였던 기령 소공원을 ‘기박산성 의병 역사공원’(가칭)으로 변경하는 안이 확정됐다는 소식이다. 역사공원 변경이 확정됨에 따라 울산 북구는 관내 우포석보, 우가봉수대, 신흥사, 기박산성 등 임진왜란 관련 유적지를 하나로 묶어 역사 및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역사 벨트화’ 사업에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20 19.7.10.울산신문)

기사를 읽고 북구 주민은 물론 울산시민이 함께 축하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박산성 임란의병 추모제’는 2000년 4월 23일 북구향토문화연구회에서 주관한 기박산성 의병제(2000년∼2010년)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명창은 그 후 제15회 기박산성 의병 추모행사(2014년), 기박산성 의병 문화제(2015년), 기박산성 축제(2019년, 북구문회원 홈페이지)에서 보듯이 일관되지 않았다. 올해(2019년 4월 23일) 북구문화원이 주관한 제20회 행사의 명칭은 ‘기박산성 임란의병 추모제’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떤 이름으로 바뀔지 모르나 중의(衆意)를 모아 명칭을 하나로 통일시켰으면 한다.

울산학춤보존회(회장 박윤경)가 기박산성 의병제에 처음으로 동참한 것은 제2회 기박산성제(2001년) 때였다. 그 후 2010년(제11회), 2011년(제12회), 2012년(제13회) 등 모두 4번이나 동참하여 울산학춤과 살풀이를 헌무(獻舞)했다. 이러한 인연으로 필자는 ‘기박(旗朴)’이란 용어와 추모제 의식을 남다른 감회로 지켜봤다. 제의의 목적과 중심에서 벗어나 문화제, 행사, 축제 등의 용어가 사용되는 것을 봤을 땐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번에 ‘기박산성 의병 역사공원’(가칭) 변경 안이 확정된 것을 계기로 몇 가지 문제점을 함께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첫째, 행사의 명칭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 사용한 행사 명칭을 자료를 통해 살펴보면 기박산성 의병제(2000년, 제1회), 제15회 기박산성 의병 추모행사(2014년, 제15회), 기박산성 의병 문화제(2015년, 제16회, 2016.제17회), 기박산성 축제(2019년, 북구문회원 홈페이지), 기박산성 임란의병 추모제(2019, 제20회) 등으로 각각 다르게 나타났다. 다행히 20회부터는 ‘기박산성 임란의병 추모제’로 바뀐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둘째, ‘기박(旗朴)’이란 명칭의 재해석이다. 기박산성 축성 설화는 ‘꽂아둔 기(旗)가 바람에 날려 꽂힌 곳에 지어진 산성’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성 혹은 산성을 쌓을 때는 적이 쉽게 공격하지 못하는 곳을 택해 축성한다는 원칙을 염두에 둔다면 기존의 축성 설화는 너무 단순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살펴보면 울산에는 ‘기박(旗朴)’이란 명칭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열박(悅朴)’, ‘함박(?朴)’ 등의 지명도 있다. ‘박(朴)’을 일관되게 ‘밝다’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박은 ‘밝다’로도 해석하지만 사물에 따라 모양, 모습으로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곤줄박이, 흰줄박이오리, 차돌박이 등의 ‘-박이’가 좋은 사례이다.

울산의 민중들은 ‘기박’을 두고 ‘기배이재’, ‘기박이재’로도 부른다. 이러한 현상은 개배이고개, 개미고개, 개비고개 등으로 부르는 계변령(戒邊嶺)의 사례와 비슷하다 하겠다. 기박도 기록하는 과정에서 ‘기박(箕朴)’이 아닌 ‘기박(旗朴)’으로 잘못 적었을 수도 있다. 기박(箕朴)은 우리말 ‘채이’로 곡식의 쭉정이를 제거하는 농기구이다. 삼태봉이 기박의 정점이고, 왜적이 보이는 동해 쪽이 채이의 넓은 쪽이다. ‘기박(旗朴)’으로 보면 바람에 기(旗)가 날려가 꽂힌 곳이라는 이야기가 만들어지지만, ‘기박(箕朴)’으로 보면 곡식을 갈무리하는 ‘키’ 즉 ‘채이’ 모양의 자연환경을 연상시키게 된다.

셋째, 제상(祭床)의 제물(祭物)은 일관되게 진설해야 한다. 혈식(血食)과 혈식 제구(祭具)를 사용하지 말며, 돼지머리를 진설하지 말아야 한다. 혈식은 화식(火食)의 반대이고, 신의 음식으로 상징되며, 공공의 제사에도 일반적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기박산성 임란의병 추모제’란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그 대상은 임란의병이지 신이 아니다. 의병에는 승병도 포함된다. 구태여 혈식을 진설하여 당혹스럽게 하지 말아야 한다. 돼지머리는 주로 재수굿, 안택굿, 기우제 등에 사용하는 제물임을 염두에 두자.

넷째, 헌무(獻舞)는 창의무(倡義舞)로 하자. 창의란 국난을 당해 자발적으로 일어나 적과 용감하게 싸우다가 장렬히 전사한 의병을 일컫는 말이다. 의병의 창의정신은 진혼, 살풀이, 지전춤 등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한 춤들은 창의정신을 오히려 무색케 할 것이다. 의병의 창의정신을 고취시키는 의미에서 헌무는 창의무, 검무 등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이제 추모제의 본질을 알았다면 추모제의 현상도 걸맞은 의식이어야 한다. 의병들은 한도 원도 없이 오직 국가와 민족을 위해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했다. 진혼이나 살풀이 같이 창의정신에서 벗어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조포(弔砲)가 창의정신을 더 드높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끝으로, 기박산성 임란의병 추모제만큼은 관복을 벗고 평복으로 제의에 헌작하는 방안을 의논했으면 하고 제언한다. ‘기박산성 임란의병 추모제’는 다른 추모제와는 성격이 엄연히 다르고 특별하다. 기박산성 의병 역사공원 변경 안 확정을 계기로 모두가 추모제에 관심을 갖고 무엇이 중심이고 무엇이 목적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성수 통도사 성보박물관장, 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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