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태화강 ‘죽음의 강’에서 ‘국가정원’이 되기까지
울산 태화강 ‘죽음의 강’에서 ‘국가정원’이 되기까지
  • 이상길
  • 승인 2019.07.11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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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성과는 시민의 끈질긴 열정과 노력 덕분”
대한민국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울산 태화강 지방정원 전경모습.
대한민국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울산 태화강 지방정원 전경모습.

 

울산 태화강이 12일자로 마침내 ‘대한민국 제2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이번 국가정원 지정이 뜻 깊은 건 그 동안 말로만 평가받았던 ‘태화강의 기적’이 정부에 의해 사실상 공식화됐다는 점이다. 오랜 시간 울산에 살면서 태화강의 변화를 직접 체험한 사람이라면 이번 국가정원 지정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여실히 느낄 것이다.

실제로 불과 30여년 전만 해도 태화강은 오염으로 진동하는 악취 때문에 그냥 걸어서 지나가기 힘든 강이었다. 당시 울산시민들 사이에서는 “태화강 똥물”이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빈번하게 사용됐고, 서울의 한강처럼 도심을 가로지르는 젖줄이지만 산업화의 희생양이 돼 죽은 채로 흐르고 있었다.

그랬던 태화강에 제대로 된 변화가 일기 시작한 건 밀레니엄을 지나서였다. 1987년 수립된 태화강하천정비기본계획 이후 2003년에 울산시는 재정비계획을 세우고 수질개선과 생태계 복원사업을 본격화하게 된다.

이듬해인 2004년에는 ‘2004에코폴리스 울산’을 선언하며 태화강을 비롯한 환경보전을 시정의 최우선 과제로 선정, 기존 공업도시에서 친환경 생태도시로서 거듭날 것을 천명했다.

이후 2005년에는 ‘태화강 마스터플랜’에 따라 태화강을 살리기 위해 1조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 하수처리장 확충과 관거 정비사업, 퇴적오니 준설사업, 하천건천화를 막는 유지용수 확보사업 등 획기적인 수질개선과 생태복원정책이 진행됐다. 이러한 노력을 기반으로 태화강은 마침내 생명의 강으로 되살아나게 됐고, ‘태화강 대공원’이라는 이름하에 울산을 대표하는 친수공간으로 거듭나게 됐다.

실제로 1996년 오염된 물로 물고기가 살기 어려웠던 6급수의 태화강은 2007년부터 오염물질이 거의 없는 청정상태에 근접한 수질을 지닌 1급수로 환골탈태했다. 연어와 황어, 백로, 떼까마귀와 갈까마귀가 찾아와 활동을 다시 시작했고, 이 점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20대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되기까지 했다. ‘태화강의 기적’이라는 말이 번지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었다.

그 과정에서 태화강 대공원에는 십리대숲과 대숲산책로, 대나무생태원, 실개천과 초화단지가 어우러졌고, 지난해 태화강 지방정원 지정에 이어 마침내 국가정원으로까지 지정되는 기적을 일궈냈다.

한 때 죽은 강으로 여겨졌던 태화강이 이처럼 다시 살아날 수 있었던 데는 울산시 행정의 강력한 의지를 우선 꼽을 수 있다. 태화강을 비롯한 환경보전을 시정 최우선과제로 선정하고 환경문제에 대한 타협을 하지 않았던 탓에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태화강의 기적을 일궈낼 수 있었던 주된 원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역적인 여건도 적합했다는 분석이다. 태화강이 울산에서 발원해 울산을 종점으로 하는 강인 만큼 타 자치단체와의 부적절한 논쟁이 없어 추진력이 붙을 수밖에 없었다. 또 범시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해 범시민운동으로 진행한 점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아울러 기업 사회공헌 활동도 왕성해 울산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의 활발한 참여도 태화강의 기적에 크게 일조했다는 평가다.

송철호 울산시장도 이날 회견에서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은 울산 뿐 아니라 대한민국 생태환경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일”이라며 “오늘의 눈부신 성과가 있기까지는 20여년 전부터 산업화로 오염된 태화강을 ‘죽음의 강’에서 ‘생명의 강’으로 복원한 우리 울산시민 모두의 끈질긴 열정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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