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파 프롬 홈 - 스파이더맨 연대기
스파이더맨:파 프롬 홈 - 스파이더맨 연대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7.11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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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파이더맨' 한 장면.
영화 '스파이더맨' 한 장면.

 

슈퍼히어로로 ‘스파이더맨’의 매력은 사실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미줄에 있다. 이 거미줄을 통한 활공이 좀 묘한 게 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 나는 것도 아닌 아슬아슬한 맛이 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스파이더맨은 실사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DC코믹스를 대표하는 슈퍼히어로인 ‘슈퍼맨’은 무려 40여 년 전인 1978년에 리차드 도너 감독에 의해 <슈퍼맨> 1편으로 실사화가 됐지만 마블코믹스를 대표하는 ‘스파이더맨’은 밀레니엄을 넘긴 2002년이 되어서야 샘 레이미 감독에 의해 겨우 제대로 된 실사화가 이뤄졌다.

거미줄을 타고 활공하는 스파이더맨의 모습을 표현하기엔 기술적인 어려움이 많았던 것. 어쨌든 슈퍼맨의 밑도 끝도 없는 비행보다는 거미줄을 이용한 스파이더맨의 아슬아슬한 활공이 좀 더 매력적인 건 어쩔 수 없다. 원래 연애도 될 듯 말 듯, 넘어올 듯 말듯 썸을 탈 때가 가장 설렌다.

하지만 너무 매력적이었던 탓일까. 스파이더맨은 살면서 우여곡절을 많이 겪게 된다. 원작 만화가인 ‘스탠 리’가 생전 자식처럼 아꼈던 스파이더맨은 1962년 코믹스(만화책)를 통해 세상에 처음 등장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허나 80년대 들어 마블 코믹스는 재정난 극복을 위해 스파이더맨의 판권을 일본의 소니 픽쳐스에 팔아버린다. 이후 스파이더맨은 샘 레이미 감독에 의해 마침내 실사화가 이뤄지게 됐고 밀레니엄 전까지 DC의 <슈퍼맨>과 <배트맨> 시리즈가 장악했던 슈퍼 히어로 영화판에 거미줄을 뿜어대며 화려하게 등장해 반격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판권을 갖고 있던 소니도 대중을 사로잡는 스파이더맨의 매력을 잘 알았기에 2007년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시리즈 3편이 마무리되자 2012년에 다시 마크 웹 감독을 통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리부트(시리즈의 연속성을 버리고 새롭게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하게 된다.

하지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샘 레이미의 원작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단과 관객들의 혹평에 시달리며 2014년 시리즈 2편까지 만들어진 뒤 제작이 중단됐다. 대신 소니는 수익배분을 조건으로 <어벤져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던 마블 스튜디오에 스파이더맨의 판권을 잠시 대여해주면서 스파이더맨은 2016년 <캡틴아메리카:시빌 워>를 통해 MCU(Marvel Cinemat ic Universe: 마블 슈퍼 히어로들이 공유하는 세계관)에 비로소 입성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스파이더맨 역은 최초 ‘토비 맥과이어’에서 2대 ‘앤드류 가필드’, 3대 ‘톰 홀랜드’가 맡아 이번에 개봉한 <스파이더맨:파 프롬 홈>까지 이어지게 됐다.

세 명의 스파이더맨 중 개인적으로는 1대 스파이더맨(토비 맥과이어)을 가장 좋아한다. 생애 첫 스파이더맨인 탓도 있지만 순수하게 ‘영웅’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 사실 1대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2대는 ‘로맨스’, 3대는 ‘성장’에 각각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무튼 1대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대사는 바로 벤(클리프 로버트슨) 숙부가 죽으면서 피터(스파이더맨)에게 남긴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이다.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피터는 우연히 유전자가 조작된 슈퍼거미에게 물려 자신의 유전자도 변이를 일으키며 초인적인 힘을 갖게 된다.

하지만 처음에 그는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 줄 몰라 힘이 없던 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친구를 한 방 먹이거나 돈을 버는 데 사용한다. 하지만 벤 숙부가 죽으면서 남긴 그 조언으로 인해 약자를 보호하는 영웅으로 거듭나게 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삶은 늘 고달팠다. 힘을 나쁜 데 쓰지 않았기에 늘 생활고에 쪼들렸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기도 쉽지 않았다.

항상 적이 많은 영웅이었기에 그녀까지 다칠까봐. 해서 2002년 개봉한 시리즈 1편의 마지막 장면에서 사랑하는 MJ(커스틴 던스트)의 마음을 뒤로 한 채 그는 이렇게 독백한다. “내 삶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가든 이 말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내겐 축복이자 저주다. 내가 누구냐고? 스파이더맨.” 정치인과 재벌 등 현실에서 슈퍼 파워(권력)를 가진 이들도 반드시 되새겨야할 대사가 아닐까. 부디 그들에게도 자신이 갖고 있는 힘이 축복(권리)보다는 저주(의무)에 더 가깝길.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그러거나 말거나 마블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슈퍼히어로인 스파이더맨 판권이 왜 아직 일본 소니에 있는 건지. 짜증나게 시리. 아베 내각은 과연 이런 ‘스파이더맨 정신’을 알기나 하는지. 아니 모르겠지. 모르니까 고따구(그따위)로 하지. 사람이 쪼잔하게 말이야.

2019년 7월 2일 개봉. 러닝타임 129분.



이상길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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