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꼰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7.11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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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어릴 적 아버님은 잘 못 드시는 약주라도 한 잔 하시면 늘 같은 흘러간 옛 노래를 흥얼거리시곤 하셨다. 덕분에 초등학교 다니던 필자도 “용두산아~ 용두산아~” 하며 아버님이 부르시던 노래를 따라 부르곤 했다. 밥상머리에 앉아 말을 하거나 딴 짓이라도 할라치면 혼내시던 기억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오래전 작고하신 아버님과의 추억을 꺼내온 것은 꼰대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다.

어느 날인가 아버님께서 다른 분과 말씀을 나누시는데 끼어들어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심하게 꾸지람도 하셨고 손님이 가신 후에 사랑의 매(?)를 들기도 하셨다. 무엇을 잘못한지도 모른 채 눈물을 뚝뚝 흘리며 싹싹 빌었던 기억도 난다.

그 땐 그랬다. 어른이 말씀하시면 무조건 따라야 했고 어른에게 말대꾸하는 것은 못 배운 사람이 하는 행동이었다. 그렇게 몸으로 배우고 자랐다. 어느 새 필자가 부모가 되고 성큼 커 버린 우리 아이들이 내가 알아듣지도 못하는 ‘은어’나 축약된 단어를 사용할라치면 예전 아버님처럼 아이들을 혼내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아차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애들이 뭘 좀 잘못한다 싶을 때는 대뜸 아빠는 예전에 어쩌고 하며 훈계를 하고 있다. 옆에서 보다 못한 아내가 꼰대 짓 말라며 말리는 상황이 되면 “내 말이 틀렸어? 다 잘 되라고 하는 거지” 하며 괜한 자존심을 더 세우고 있는 나 자신이 확실한 꼰대가 되고 있음을 느꼈다.

필자는 보다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다. 여성, 청년 등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함께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정치제도를 개선하는 데 미력이나마 더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약자의 삶을 챙기는 일에 아쉬움이 많다.

특히 청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왜곡된 시선은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세상물정 모르고 덜 여문 곡식처럼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시선은 오랫동안 이어져온 유교문화의 영향 탓인지 청년세대의 행동을 버르장머리 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있다. 작년에 출간된 ‘90년대 생이 온다’라는 책은 대한민국의 20대와 공존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데 기성세대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책 내용 가운데 ‘꼭 죽음이라는 단어를 빌리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낡아 사라지고 다음 세대로 채워지게 될 것이다. 그 시점이 언제인지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내가 이제는 새로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세대를 맞이하며 공존의 길을 찾는 일일 것이다.’라는 말을 읽으면서 나 자신도 어느새 기성세대의 모습이 되어 있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이 책이 말하는 것처럼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의 창조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포용력 있고 열린 자세로 그들과 적극적으로 만날 때에만, 젊은 세대에 대한 모든 편향된 평가와 논의들이 사라질 것이다. 이와 함께 젊은 세대의 문제는 더 이상 그들의 문제가 아닌, 하나의 사회적 현실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세대론은 그렇게 세대 간의 포용력 있는 공감대를 만드는 데 쓰여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 기성세대가 인정해야 한다.

그들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공존해야 한다는 사실을 전하는 이 책의 내용처럼 청년을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는 기성세대의 시선을 바꾸는 일이 청년들과 교감하는 일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공무원을 갈망하고 호구가 되기를 거부하는 낯선 존재들의 세계에서 함께 사는 법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것이다.

청년들을 기성세대의 시선으로 이해하거나,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현 세태를 비판하는 것은 급변하는 세상에서 ‘꼰대’로 남는 지름길이다.



김성재 정의당 울산시당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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