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에 설치된 ‘제주해녀상’과 울산
부산 영도에 설치된 ‘제주해녀상’과 울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7.10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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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해녀상(→‘전통제주해녀상’, 이하 ‘해녀상’)을 부산 영도 해녀문화전시관 안에 설치했다고 10일 밝혔다. 설치를 마친 날짜는 지난 4일이지만 제막식은 이달 말 준공 후 9월에 문을 여는 해녀문화전시관 개막식에 때맞춰 열린다. 이 소식에 들뜨는 쪽은 부산이 아닌 제주도 언론매체들이다. 제주해녀에 대한 자부심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제주도가 해녀상의 첫 설치 지역으로 부산 영도를 택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제주해녀들이 1890년대에 제주 섬을 처음으로 벗어나 바깥물질을 처음 시작한 곳을 부산 영도로 보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한 언론매체는 부산 영도에 대해 ‘국내를 넘어 동북아시아 바다를 누볐던 출향해녀와 제주해녀의 새로운 역사이자 해녀들의 강인한 의지로 새로운 삶을 개척한 지역’이라고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이 매체는 또 제주도가 해녀상을 설치하게 된 동기에 대해 ‘100년 넘게 이어지는 제주해녀들의 도전정신과 강인한 기개를 기리고, 출향해녀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하며,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제주해녀를 홍보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제주해녀의 역사는 바로 제주도민의 역사이자 문화이며 자부심 그 자체라는 뜻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주해녀들의 거친 숨비소리가 오랫 동안 떠다닌 바다는 129년을 헤아리는 부산 영도만이 아닐 것이다. 시차는 있을지 몰라도 우리 울산도 예외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 방면에 관심이 많은 신형석 울산대곡박물관장은 제주해녀가 뭍으로 진출한 시기가 연구자에 따라 1887년, 1889년, 1890년 등 몇 갈래로 나뉜다고 말한다.

그는 또 ‘1889년 설’에 주목한다면 제주해녀들의 진출 지역에 부산 영도, 기장뿐만 아니라 남해, 경북과 함께 울산도 포함시켜야 할 것이라고 덧붙인다.

그는 다만 울산 등지로 진출한 제주해녀들은 정주(定住)형 물질이 아니라 계절형 물질에 매달린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선을 긋는다. 또 그 시기를, 기록을 근거로, ‘봄부터 추석 전까지’로 본다. 추석 무렵 고향 제주도로 다시 돌아갔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옛 기록을 근거로, 제주도를 떠나 육지에서 살았던 제주 출신 이주민을 ‘두모악’(한라산의 별칭)이라 불렀으며 울산의 두모악 집단거주지로 중구 반구동 내황마을을 손꼽았다. (조선후기 이전의 두모악을 제주해녀로 단정 짓는 것은 무리라는 말도 덧붙였다.)

신형석 관장의 말을 애써 인용한 것은 울산도 제주해녀의 삶과 무관치 않은 곳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울산에서 ‘나잠업’에 종사하는 제주해녀는 물론 육지해녀에게조차 관심 갖는 이는 매우 드문 것 같아 안타깝다.

제주해녀의 존재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이러한 인식은 대부분의 단체장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제안하고자 한다. 제주해녀든 육지해녀든, 점점 사라져가는 전통적 물질의 주인공 ‘해녀’의 존재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자는 것이다.

해녀에 대한 재인식은 매력 있는 관광산업의 마중물이나 다름없다고 본다. 피서기를 맞아 다시 문을 연 ‘해녀체험마을’이 더 소중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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