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 인권,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결혼이주여성 인권,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7.08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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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암의 베트남인 결혼이주여성(이하 ‘이주여성’)이 2살배기 아이가 보는 앞에서 남편으로부터 무차별적으로 얻어맞는 동영상이 공개된 이후 이주여성들의 인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사회 일각에서는 이주여성들을 무자비한 인권유린의 늪으로 내몰고 있는 ‘배우자(남편) 신원보증’ 제도를 속히 폐지하고 폭력피해 이주여성 상담소를 늘리는 등 제도적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구체적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문제의 동영상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자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 관계자는 8일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한 말이 있다. 그는 폭력피해 이주여성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국적 취득을 통한 체류권 확보’라고 말하고 체류권을 좌우할 ‘신원보증’ 카드를 남편이 움켜쥐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사실에 주목한 민중당 전남도당은 8일 보도자료를 통해 “남편의 ‘신원보증’에 의해서만 이주여성의 국적 취득을 가능하게 만들어놓은 법부터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결혼이주가 일반화된 지 20년이 가까운데도 그에 걸맞은 사회·문화적 제도의 뒷받침은 능히 뒤따르지 못한다는 게 이 당의 시각이다.

실제로 이주여성들은 체류자격 연장 허가를 받을 때 신원보증을 곧잘 요구받고, 특히 이주여성의 한국 국적은 한국인 배우자의 신원보증이 있어야 취득할 수 있다. 민중당은 “‘신원보증’을 무기삼아 아내에 대한 폭력, 성폭력, 학대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삶의 새로운 터전으로 한국을 선택한 그들의 인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옳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물전 망신을 시킨 꼴뚜기’ 격이 된 폭력가해자 A(씨)는 결국 경찰 철창신세를 지고 말았다. 그에게 씌워진 혐의는 ‘특수상해 및 아동학대’였다. 관계기관들은 폭력피해자 B씨와 아이를 남편 A씨와 격리시켜 놓았지만 앞으로 풀어나갈 숙제는 한두 가지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B씨 같은 이주여성들이 이혼을 하고 싶어도 섣불리 할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이혼 이후의 생계·자녀양육 문제를 쉽사리 해결할 수 없을뿐더러 당장 도움 받을만한 기관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 점은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 관계자의 말도 다르지 않다. 그는 “한국어를 잘하고 경제자립도가 높은 이주여성들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만 그렇지 않은 이주여성들은 스스로 이혼 결정 내리기가 어렵다. 이혼 후에 도움 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성가족부 대책이라 해야 ‘폭력피해 이주여성 상담소’를 연내 5곳으로 늘린다는 계획 정도에 그치고 있다. 지방정부 차원의 대책은 찾아내기도 힘든 것 같다. 초·중·고에 다니는 다문화가정 어린이 수가 3천명을 넘어섰다는 울산에서도 폭력피해 이주여성과 그 자녀들에 대한 현실적 대안을 시·구·군과 유관기관 차원에서도 마련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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