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詩] 짝사랑 / 박해경
[디카+詩] 짝사랑 / 박해경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7.04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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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품에 따뜻하게 안길 순 없어도

오다가다 무심하듯 철썩거리며

한 번씩 만져주는 그 손길이 좋아

나는 천년만년

이 자리에 서서 당신만 바라봅니다

 

울산 강동 화암에 가보면 부채를 펼친 것처럼 누워있는 아름다운 주상절리가 있지만, 그래도 주상절리 하면 역시 제주도 중문 대포동에 있는 육각형 돌기둥이 기다랗게 병풍을 두른듯한 가히 신의 작품이라 칭송하는 주상절리가 생각난다. 

울산 토박이 박해경 시인은 제2회 황순원 디카시 공모전에서 '가장 좋은 집'으로 최우수 작품상을 받을 만큼 뛰어난 작품성을 보여 주고 있는데, 그 작품 탄생 배경이 직장을 위해 제주로 떠나있는 아들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들었다. 

이번 '짝사랑'이란 작품도 제주도 주상절리에서 탄생한 작품인데 푸른 바다를 몰고 밀려와서 안기며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당신 품에 따뜻하게 안길 순 없어도/오다가다 무심하듯 철썩거리며/한 번씩 만져주는 그 손길이 좋아/나는 천년만년/이 자리에 서서 당신만 바라봅니다"라며 돌기둥 연필로 천년만년에 걸쳐 새겨 놓은 전설 같은 짝사랑 이야기가 신비스럽게 잘 어울리는 멋진 작품을 읽게 되어 행복하다.

글=이시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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