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무따 아이가’
‘마이 무따 아이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7.03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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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영화 ‘친구’에 나오는 가장 유명한 대사가 ‘마이 무따 아이가’라는 부산 사투리다. 영화에서 이 말이 나온 배경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다 알기 때문에 여기에서 새삼 거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한때 유행어였던 이 대사가 울산시청 관가에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송철호 시장의 측근에 대한 보은인사가 도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울산시는 5급 이상 간부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발탁과 연공서열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인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9급으로 시작해 5급 사무관이 되려면 적어도 20년 안팎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개인에 대해 섣부른 평가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인사권은 단체장의 고유권한이기도 하고, 그래서 정규직 공무원들의 인사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런데 이번 인사 발표를 전후해 ‘마이 무따 아이가’라는 말이 시청 주변에서 떠도는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인사철을 앞두고는 늘 하마평이 무성했고, 이번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술렁거림의 중심에는 송철호 시정 출범 1년을 맞아 대대적인 변화와 쇄신 인사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시장 직무수행 지지도가 8개월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정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에서 송철호 시장과 함께 들어온 고위직 인사를 중심으로 정무라인이 개편되지 않겠느냐는 말이 많았고, 시장도 그런 시중의 여론을 귀담아듣고 있다는 전언이 많았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모두가 자리를 지켰다. 변화와 쇄신의 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여론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내 갈 길을 가겠다는 대시민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울산시 인사가 송철호 시장의 고유권한이니 가타부타 말할 순 없지만, 선거공신에 대한 지나친 측근인사니 정실인사니 보은인사니 하는 비판은 더 이상 듣지 않겠다는 것이다.

물론, 송철호 시장을 뒷받침하는 정무라인들이 일을 잘하고,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송철호 시장의 정무라인에 대해서는 바깥의 여론은 물론 내부의 평가도 ‘아니올씨다’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런데도 송철호 시장은 변화와 쇄신보다는 안정이라는 핑계를 무덤으로 안주를 자초하고 있다.

더 기막힌 일은 또 있다. 정규직 인사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황에서 송철호 시장은 외부에서 데리고 온 직원들을 슬그머니 한꺼번에 한 직급씩 상향시켰다. 충분히 검토해서 결정한 일이니 불법은 아니겠지만, 불과 업무를 시작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런 조치가 합당한 일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사실을 소문을 통해 알음알음 들은 직원들은 하나같이 울분을 토하고 있다. 아무리 임기를 같이할 직원들이 사랑스럽고 애틋하다고 해도 어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느냐는 게 공분의 요지다. 사석에서는 거침없는 욕설이 분출했을지 모른다. 한 직급 올라서기 위해 무수히 많은 나날을 고민하고 번민하고, 일에 파묻혀 지내는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허탈을 넘어 분노할 수밖에 없는, 귀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일임이 분명하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금과옥조다. 그러면서 늘 쌍둥이처럼 따라다니는 말이 ‘인사(人事)가 망사(亡事)’라는 말이다.

구렁이 담 넘어 가듯, 측근을 과하게 챙기는 인사가 이번처럼 계속되는 한, 송철호 시장의 인사는 만사가 아니라 망사가 될 수밖에 없다. 울산과 시민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우지는 못할망정 발목은 잡지 말아야 할 것이다.

조선시대에도 공신록은 당쟁의 주요한 원인이었고, 민심이 이반되는 원인에도 공신 챙기기가 한몫했다는 점을 송철호 시장께서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소중한 자식일수록 사탕을 주지 말라는 말도 있다. 먹을 땐 달콤하지만, 먹고 난 이후에는 독이다. ‘마이 무따 아이가’라는 흘러간 영화의 대사가 다시 입에 오르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쨌든, 송철호 시장의 취임 1주년을 축하드린다. 사심 없이 울산과 시민을 위해 더 뛰어주시길 부탁드린다.

김종섭 울산광역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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