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좋은 습관 만들기
2019년 좋은 습관 만들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7.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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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된 지 벌써 여섯 달이나 지났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열정적으로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이 계획들은 작심삼일이 되기 쉽다. 나 또한 올 초에 갖가지 계획을 세웠으나 흐지부지 된 것들이 몇 개 있다. 그 중 한 가지는 ‘책 쓰기’다. 몇 년 전부터 벼르고 있었는데 어쩌면 이렇게나 실천이 안 되는지 자꾸만 스스로를 탓하게 된다. 이런 와중에도 잘 실천하고 있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일지 쓰기’다. 책을 내기 위한 글쓰기는 잘 실천되지 않아도 각종 일지 쓰기는 습관으로 잘 정착하고 있다. 긍정적 생각을 체화시키려 시작한 감사일지부터 칭찬일지, 통찰일지, 오감일지, 피터팬일지까지 각종 일지가 10가지가 넘는다. 그중 감사일지는 2015년부터 쓰기 시작하여 벌써 5년이 되었다. 부정적 기운의 생각들이 점점 긍정적으로 바뀌어 가는 것이 신기하고 뿌듯하다.

그러고 보니 초등학교 시절, 좋은 습관을 만들고자 애를 썼던 생각이 난다. 지그 지글러의 ‘정상에서 만납시다’라는 책을 읽고 갑자기 의욕에 불타 ‘새벽 4시 기상’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3일 만에 끝나고 말았다. 그야말로 작심삼일이었다. 그래도 초등학생이 기특하게도 책을 읽고 그런 시도를 했다는 것에는 큰 박수라도 쳐주고 싶다.

또 한 가지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일기 쓰기다. 이는 처음에 아버지의 강권으로 시작되었다. 불시에 검사를 하시는데 일기를 쓰지 않은 날은 호되게 꾸지람을 들어야 했다. 그 때문에 늘 조마조마했다. 그래도 어떤 날은 쓰기가 귀찮아 늑장을 부리다 어김없이 검사를 당하곤 했고, 그런 일들이 반복되다보니 혼나지 않으려고 빠짐없이 일기를 쓰게 됐다. 현재 나의 글발이 조금이라도 괜찮다면 그것은 순전히 어렸을 적 일기 쓰던 습관 때문이다. 당시엔 원망도 많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 덕분에 좋은 습관을 가질 수 있었으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가 반복적으로 하는 일이 결국 우리 자신이 된다.

따라서 탁월함은 행동이 아니라 습관이다.’ 라고 이야기했다. 좋은 습관을 얼마나 많이 지니고 있느냐에 따라 우리 삶의 질이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삶이 풍요롭기를 바란다면 좋은 습관을 많이 지녀야 할 것이다.

내가 매일 쓰고 있는 일지들 중에 ‘표정일지’가 있다. 작년 12월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 지속해오는 것으로, 이는 나의 표정을 좀 더 밝게 만들고자 하는 의도에서 시작했다. 거울만 보면 눈에 들어오는 미간 주름도 그렇고 점점 나이가 들면서 못난 주름이 자꾸 생기는 것도 신경이 쓰였다. 매일매일 웃는 연습을 하는데, 거울을 들여다보며 웃음을 짓고 내게 긍정의 말을 하면서 10분간 웃는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실천하면서 참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나의 마음 속 생각은 물론이고 웃을 때 내 입술꼬리 위치가 짝짝이라는 것, 내 애교 살 두께가 다르다는 것, 나도 수염이 있다는 것 등등 평소에는 미처 몰랐던 나의 모습과 마주할 수 있었다. 잘 때도 웃는 표정을 지으며 잠자리에 드는데, 이는 잠자기 전에 지은 마지막 표정이 밤새도록 내 얼굴의 표정근육으로 자리 잡힌다고 생각한 때문이다. 이렇게 표정일지를 쓰면서 훈련을 하다 보니 예전보다 표정이 밝아졌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표정일지는 그야말로 효과 만점인 셈이다.

또 하나의 일지에 ‘정리일지’가 있다. 20년 넘게 묵은 옷가지와 책들로 온 집안이 어수선하여 내 생활주변을 깨끗이 정리하고 싶어서 올해 1월초부터 시작한 것이다.

매일매일 집을 정리하다보면 삶의 문제도 잘 해결될 것 같았고 나의 기분도 훨씬 좋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청소력’(마스다 미츠히로 지음)이라는 책에 그 유익함이 타당성 있게 잘 기술되어 있다. 하지만 정작 ‘집 정리’는 잘 안 되고 있다. 일지에는 자주 ‘통과’라는 글자가 새겨지고 있어 좌절감을 불러일으킨다. 어쨌거나 정리일지를 통해 내가 얼마나 정리를 잘 안하는지 알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정리 안한다고 잔소리할 처지가 아니다. 일지 쓰기는 나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마주하여 반성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렇듯 일지 쓰기는 좋은 습관도 만들고 나 자신을 성찰하는 기회도 된다. 일지를 쓰면서 매일의 행동을 피드백 하는 것은 좋은 습관이다. 일지로 삶을 기록하는 습관은 좋은 습관을 기르기 위한 삶의 디딤돌이 되고 있다.

최근에 새로 시작한 일지 중에는 시 쓰기가 있다. 매일매일 한 편씩 시를 쓰는 것인데 이는 100일까지만 쓰기로 작정하고 시작한 것으로, 벌써 수십 편의 시가 탄생했다.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아직 다듬고 다듬어야겠지만 한 달 넘게 진행하는 동안 나의 성과는 90%이다.

일지 쓰기로 습관 만들기를 하면서 내 삶이 점점 풍요로워지는 것을 느낀다. 기록하는 동안, 내 삶을 돌아보고 나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마주한다. 무엇보다 소중한 ‘나 자신’에 대해 진정한 관심과 애정을 쏟게 되고 나를 더 잘 성장시키려 애쓰게 된다. 2019년 올해 내가 가장 잘한 일이 있다면 바로 각종 일지 쓰기다.

2019년 황금돼지의 해도 벌써 반이나 지나갔다. 다시금 새해 계획들을 돌아보고 자신이 이루고자 했던 일들을 꼭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좋은 습관을 통해 우리 모두의 삶이 좀 더 풍요로워지고 향기로워지기를 기대해 본다.

구경영 북토크쇼 ‘꽃자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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