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8초 악수’와 日 경제보복
G20 ‘8초 악수’와 日 경제보복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7.02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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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 전쟁이 해결의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한·일 무역 악재가 터졌다. 일종의 ‘코리아 배싱’(Korea Bashing·한국 때리기)이다. 한·일 정부의 정치적 이해타산이 외교적 대화를 압도한 것이다. 일본 오사카(大阪) G20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8초 악수’를 나눈 직후에 일본 정부가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을 겨냥한 사실상의 경제 제재를 발동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불만으로 경제 보복에 나서면서 그간 외교·안보 문제에 국한됐던 한일 간의 냉기류가 경제 등 전방위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은 이번 조치에 대해 “양국 간 신뢰관계가 현저히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강제징용 갈등에 따른 보복임을 분명히 했다.

G20은 ‘Group of 20’을 줄인 말로 G7을 20개 국가로 확대한 세계경제 협의기구이며, 1999년 12월 정식으로 발족되었다. 이후 2009년 9월 G20 정상회의를 정기적·계속적으로 열기로 합의하면서 세계 경제 문제를 다루는 최상위 포럼으로 격상되었다.

G20의 회원국은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이탈리아·캐나다(이상 G7)와 한국·러시아·중국·아르헨티나·인도·터키·브라질·멕시코·호주·남아프리카공화국·사우디아라비아·인도네시아·EU 의장국 등이다. 참고로 G7 회원국은 미국·독일·일본·영국·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 등 서방 선진 7개국을 지칭한다.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초경제대국들의 모임으로 한때는 러시아를 끼워 G8로 부르기도 했다.

지난 28일 G20 한·일 정상의 만남은 개막 전 공식 환영식이 열리는 회의장 입구에서 악수하는 기념사진을 찍은 게 전부였다. 문 대통령이 등장해 8초간 악수를 하고 헤어지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총 20초였다.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오사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정상회담은 물론, 다른 회의 중 잠시 자리를 옮겨 대화하는 약식회담도 없는 외교전의 실패를 가져왔다.

한편 일본 정부가 한국 반도체와 TV·스마트폰 제조에 필수적인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4일부터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수출 규제 품목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고순도 불화수소(에칭 가스), 리지스트 등 세 가지로, 일본이 세계 시장의 70~90%를 점유하고 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작에 필수적인 소재다.

이렇게 되면 국내 반도체 업계는 해당 품목을 수입할 때마다 일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허가에 걸리는 기간은 90일 정도다. 그동안 일본은 미국·독일·영국 등 27개 우방국을 ‘화이트 국가’로 선정해 수출 과정에서 허가 신청을 면제해 주었다. 한국도 2004년 이 명단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 규제는 한국을 명단에서 제외했다. 수출을 통제하겠다는 의도다.

일본의 경제 보복이 끝내 현실화함에 따라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불거진 한일 갈등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본은 이번 조치에 대해 외교경로로 한국 측에 사전에 전혀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90일 이상 일본 수입이 중단될 경우 반도체 생산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지만 더 장기적으로 보면 수입선 다변화와 국산화 촉진의 계기가 될 것이란 생각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日 보복의 역설’인 셈이다. 일본(G7)의 경제 보복에 한국(G20)이 경제 보복으로 대응하면 그만큼 한일 관계에 미칠 후유증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여 슬기롭게 ‘위기를 기회’로 만들길 바란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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