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딸의 산촌 대학생활
작은딸의 산촌 대학생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7.02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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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학교 자퇴하고 내년에 다시 대학 갈래요. 너무 힘들어요.”

대학에 입학한 지 두 달도 채 안 되어서 작은딸이 했던 말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걱정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이유를 들어보니, 첫 번째는 학교에서 시내에 한 번 나가려면 하루에 두 번 있는 셔틀버스를 40여 분 타고 나가야 한다는 것. 두 번째는 교수님의 강의가 기대했던 만큼이 아니라는 것. 세 번째는 마치 귀양살이라도 하는 듯 너무 답답하다는 것이었다. 캠퍼스가 그 흔한 편의점도 하나 없는 산촌에 위치해 있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싶어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난 아이가 커 가면서 본인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려고 노력했다. 그러기에 대학은 물론 전공도 본인이 선택한 것이다. 매화 향기가 뜰에 가득하던 삼월에 딸을 기숙사로 보냈다. 캠퍼스 위치가 시내와 너무 떨어져 있어서 내심 염려는 되었다. 하지만 요리하기를 좋아하기에 잘 적응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갑자기 자퇴한다는 말에 마음속에 큰 돌멩이 하나가 누르고 있는 듯 답답한 날을 보내야 했다.

‘어떻게 하면 마음을 긍정적으로 되돌려서 무사히 대학생활을 잘 마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집에 온 딸에게 말을 했다.

“네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자퇴까지 생각했겠니. 그 학교를 선택하기 전에 한 달을 고민했다면, 자퇴는 최소한 두 달은 고민해 봐야 되는 거야. 그래야 후회를 안 하게 될 테니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3개월이 필요하고, 6개월이 지나야 그 생활에 익숙해질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좀 더 시간을 가지고 깊이 고민해 볼래? 두 달 정도 고민한 뒤에는 네가 어떤 결정을 하든지 엄마는 너를 믿고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도와줄게.” 하고 말했다.

딸은 나의 말을 듣고는 그동안 힘들었던 마음을 토해 내기라도 하는 듯 베개가 젖도록 울었다. 그런 딸을 안아주는 사이 내 마음속 빗물도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엄마와 딸은 그런가보다. 딸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면 엄마 얼굴에도 금세 웃음꽃이 피고, 반대로 딸이 슬퍼하면 엄마 마음은 배로 아파 오는 것이다.

그 후로 집에 오는 주말이면 딸이 원하는 메뉴로 식단을 짜고, 함께 여행도 가고, 기차역까지 바래다주는 등 나름대로 성의를 보였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씩 지나자, 어느새 자퇴라는 말은 안개 걷히듯 사라졌다.

요즘은 학교 인근의 자연을 산책하면서 자신의 마음속에 들어온 풍경들을 담은 사진을 보내오는가 하면, 실습한 요리를 뽐내며 가족 카톡방에 자주 올려 준다. 이제는 산촌 대학생활에 조금씩 익숙해지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인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란 생각이 든다. 요리하는 것이 재미있다는 딸은, 친구들이 집에 놀러오면 볶음밥이라도 해서 대접하는 온돌방 같은 마음을 지닌 아이다. 앞으로 만들어 갈 요리 세계가 사뭇 기대된다.

꿈을 향해 걸어가다가 어느 날 지칠 때면, 편히 쉬어 갈 수 있는 마음의자 하나 딸을 위해 마련해 놓아야겠다.

천애란 재능시낭송협회 울산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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