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중도 유적지, ‘원형 보존’ 되어야
춘천 중도 유적지, ‘원형 보존’ 되어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7.0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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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는 ‘위축된 내수 시장을 살리는 데 집중한다’면서 춘천 레고랜드 사업에 500억 원 이상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앞 정부의 적폐를 청산하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 더 악화시키는 발상인 것 같아서 안타깝다.

춘천 중도의 세계적 문화유적지를 덮고 그 위에 놀이동산을 건설하려는 레고랜드 사업은 앞 정부 때 이루어진 정치적 농단의 결과로서 수많은 항의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조차 위법과 편법을 자행하면서까지 이 적폐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이 사업은 허가 첫 과정이 정치적 농단이어서 ‘원천무효’다.

이 사업의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첫 단계인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문화재위원회의 결정 과정에서 ‘원형 보존’이라는 평가가 나왔으나 정치적 농단이 작용하여 ‘복토 및 이전’으로 변경되고 그 위에 위락시설을 짓는 것이 허용되었기 때문이다.

레고랜드 사업 예정지에서 발굴된 유물과 유적이 2014년 8월 22일 문화재위원회 매장분과위원회 평가회의에서 받은 점수는 91.7점이었다. 당시 매장분과위원장이었던 심정보 한밭대 교수는 JTBC에 나와 “76점 이상이면 원형 보존인데~”라면서 뭔가 석연찮은 배경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렇게 되자, 당국은 댐 수위와는 무관한 홍수위 등 ‘가짜 수위’ 자료를 제시하여 ‘일부 고인돌이 홍수 때 물에 잠길 수 있다’면서 전체 고인들 등 유적과 유물들을 덮거나(복토) 이전보존을 허용하도록 유도했다.

JTBC에서는 “보고서의 주요 수치가 실제와 모두 달라”라는 문화재위원들의 언급을 보도했는데, 이 자료는 정부기관의 공식 자료가 아닌 업체가 조작한 허위 자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박근혜 또는 최순실의 국정농단 과정에서 있었던 정치적 외압의 흔적들이지만, 그 중간역할을 한 나선화 문화재청장과 허위 자료 제공자들은 물론, 어떤 뒷거래가 있었든지 간에, 정치적 압력에 밀려 ‘이전보존’을 결정한 문화재위원들도 민족과 인류에 대한 범죄자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이처럼 이 사업은 초기 과정에서 정치적 농단이 있었으니 당연히 원천무효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지금이라도 그런 경위를 철저히 조사하여 관련자들을 처벌하고, 진행 중인 중도 ‘레고랜드 코리아’ 건설을 당장 중단시켜야 한다.

두 번째, 레고랜드는 꼭 세계적 문화유적지가 아닌 다른 곳에 세워도 된다.

중도 유적은 문화재위원들이 매우 높게 평가했을 정도로 반드시 원형대로 보존하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해야 할 ‘세계적으로 희귀한 상고시대의 도시 유적지’다. 그러한 유물들을 이전하고 그 유적지를 덮은 후 그 위에 놀이동산인 레고랜드와 호텔 여러 개, 컨벤션센터 등을 짓는 것은 그 유산을 남긴 우리 조상들은 물론 온 인류에 대한 범죄행위다. 그런 앞 정부의 적폐를 문 정부가 이어가는 것은 ‘적폐 청산’이 한갓 구호에 불과한 정치적 쇼였다는 증거다.

세 번째, 레고랜드를 중도에 세우는 것은 경제적으로 엄청난 손해를 가져올 자살행위다.

중도 유적지를 원형대로 보존하여 세계적 관광지로 개발하고, 유물·유적이 없는 인근 지역에 레고랜드를 건설하는 것이 경제적 윈윈의 길이다. 그런데, 처음의 잘못된 판단을 번복하지 못하는 최문순 등 관련 정치인들과 부동산 투기업자들의 농간에 정부가 놀아나다보니, 그 추진 과정에서 지방재정법·환경법·문화재관리법 등 수많은 위법을 자행해 왔으며, 이제는 내수 진작이라는 ‘허위’ 정책까지 내놓고 있다. 세계적 문화유산을 살리면 세월이 흐를수록 더 많은 세계의 관광객들이 몰려와 지역 경제를 크게 살릴 수 있지만, 유적지를 덮고 그 많은 호텔들을 세운다면, 관광객은 줄고, 인근 강원도의 숙박업소들은 다 죽을 것이다. 내수 ‘진작’이 아닌 ‘파괴’ 행위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거나 국민들이 나서서 중도의 레고랜드 건설을 당장 중단시켜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세계적 인류 문화유산을 살리면서 레고랜드를 건설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다가오는 문화의 시대에 부합하면서 나라와 지방의 경제가 다 함께 살아날 수 있는 일석삼조의 길이 될 것이다.

박정학 전 강원대 교수, 역사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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