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파수꾼]안전벨트 착용은 나의 권리입니다
[안전 파수꾼]안전벨트 착용은 나의 권리입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7.01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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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에 있었던 일이다. 직원 개개인의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을 강조하는 회사 방침에 따라 수 년 전부터 공정안전(PSM) 분야에서 한 발전회사의 사외기술자문과 안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날도 자문회의를 마치고 회사 근처 단골집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뒷좌석에 앉게 된 필자는 습관적으로 안전벨트를 착용했는데 옆에 있던 위원이 말을 건넨다. “가까운데 편하게 그냥 가시죠?” 함께 탔던 직원이 한 마디 더했다. “이곳에선 낮 시간에 단속이 없어요.” 분명 나를 위해 한 말인데 꽤 생경스럽게 들렸다. 오전 내내 반복적으로 오간 단어가 ‘안전문화’였는데. 짧은 시간 여러 생각이 스쳐갔다. 그래서 돌려준 말이 “안전벨트는 나를 위해서 착용하는 거죠. 나의 권리라 생각합니다.” 어색한 웃음소리가 지나간 후 운전석에 있던 직원이 혼자서 읊조린다. “아! 그게 권리가 되는구나.”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담은 헌법을 근로와 안전의 관점에서 들여다보자. 헌법 제32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지며 동시에 근로의 의무를 진다” 하고,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되어있다. 여기에 근거하여 제정된 법률인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의 존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반 규정 등을 정하면서도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에 관하여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다시 별도의 전문화된 법률에 위임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보건을 유지, 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안전보건에 관한 기술적인 기준을 고용노동부령인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으로 구체화하고 법 제5조와 제6조에서 각각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에게 그 기준을 지켜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리하면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의 요건에 맞도록 시설을 할 의무가 있고 근로자는 그 설비와 개인 보호장비 등을 제대로 안전하게 사용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안전하게 일하는 것은 근로의 권리와 근로의 의무를 규정한 헌법정신과도 맞닿아 있는 셈이다.

최고의 산업복지는 산업안전의 확보, 즉 쾌적한 작업장에서 안전하게 일하는 것임에 동의한다면 ‘근로의 권리를 갖는다’와 ‘근로의 의무를 진다’는 헌법 표현에서 ‘근로’를 ‘안전’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갖고 있으며 동시에 안전하게 일할 의무가 있다고. 조직의 구성원들이 안전문화를 안전수칙을 지켜야하는 의무의 대상으로 인식한다면 ‘수동적인’ 수준에 머물게 되어 그 지속성을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현재 많은 회사들이 이 범주에 머물러 있다.

누가 보고 있어서 또는 누가 시켜서 지키는 안전수칙이 아니라 나의 안전을 위하여 자기 스스로 개인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주변의 위험요인들을 생각하면서 안전절차를 준수하는 단계가 ‘독립적인’ 수준이다. 당연히 더 뛰어난 안전성과를 보여준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안전영역 안에서 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모든 권리를 다 행사하면서도 함께 일하는 동료의 상태까지도 챙겨주는, 즉 서로가 동료의 안전을 챙겨주는 (Peers Keepers) 단계가 ‘상호의존적인’ 안전문화 수준으로서 모든 조직이 지향해야 하는 단계가 된다.

많은 회사가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투입하는 비용과 노력만큼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회사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회사와 국가에서 제시하는 안전수칙을 의무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매년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하는 안전통계에 의하면 연간 2천여 명이 산업재해로 생명을 잃고 있다. 다 누군가의 가족이면서 누군가의 친척, 누군가의 지인이 아니겠는가. 이런 아픔을 겪지 않으려면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개개인 모두가 안전을 권리로 인식하고 매순간 안전을 생각하면서 생활해야 한다.

최준환 듀폰코리아(주) 이사, 전기안전기술사·산업안전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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