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미생(未生)이 왕생(旺生)이 되는 곳
울산, 미생(未生)이 왕생(旺生)이 되는 곳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6.3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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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未生)’은 바둑 전문용어다. 죽은 돌 즉 ‘사석(死石)’과는 달리 앞으로 죽을지 살지 지켜보아야 할 단계의 돌을 뜻하는 용어가 미생이다. 미생의 한자 ‘未生’은 양띠에 태어남을 의미하는 한자와 같아서 얼핏 들으면 혼동하기 쉽다.

미생은 또 ‘태어나기 이전’이란 뜻도 된다. ‘부모미생전(父母未生前) 본래면목(本來面目)’에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부모미생전’이란 부모로부터 몸을 받아 이 세상에 태어나기 이전의 모습을 의미하며, 주로 참선의 화두(話頭)로 참구한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있다. 대부분 미생을 바둑의 전문용어로 알지만, 바둑에서 쓰기 이전에 사람에게 먼저 쓰였다는 사실이다.

바둑에서 미생은 사석(死石)이냐, 생석(生石)이냐의 갈림길에 선다. 몇 번이든지 살 수 있는 방도를 찾아야 한다. 그러므로 단 한 번의 노력도 없이 지레짐작으로 죽는다고 섣부른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 몇 번이든 계속해서 살 궁리를 해야 한다. 부모 태중의 미생도 탄생(誕生)과 사산(死産), 두 가지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부모와 태아의 노력 없이 탄생의 기쁨을 누릴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바둑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서는 것과 태중에서 선택의 갈림길에 서는 것의 공통점은 매일매일 노력하는 매생(每生)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바둑에서 살아나갈 궁리를 하는 것과 태중에서 부지런히 자라도록 하는 양육이 매생인 것이다.

매생은 절망에 빠져 자신을 포기하는 자포자기, 나는 되는 것이 없다고 판단하는 섣부른 좌절감, 실천하기 싫어하는 나태와 게으름 같은 것이 아니다.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부딪혀보는 개척정신과 실천의지가 매생이고. 소통과 연결, 접목, 선택과 집중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것이 매생이다.

매생은 매일 구하며, 찾으며, 두드리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성경>은 이미 오래전부터 매생의 정신을 기록하고 있다.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리하면 찾아낼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마태복음 7장7절)

매생은 ‘청년 일자리 카페’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청년의 꿈과 내일을 응원하는 프로그램을 찾아 활용하는 것 역시 매생이다. 청년이 꿈의 실현을 위해 매일 도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이 매생이다. ‘청년 일자리 카페’의 문을 남구가 울산에서 처음으로 열었다. 남구는 지난달 26일 ‘청년 일자리 카페’를 개소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비록 등록의 기회는 주소와 생활권이 남구지역인 만 18~39세의 청년에게만 주어지지만, 그 밖의 시설은 취업을 준비하는 울산지역 청년이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렇게 개방된 청년 일자리 카페를 구하고, 찾고, 두드리는 것이 바로 매생이다. 그리고 매생의 도달점에는 완생(完生)이 기다리고 있다.

미생은 꾸준한 매생을 통해 완생으로 태어난다. 미생은 매생을 통해 완생은 만발(滿發) 이전의 단계인 완생의 꽃봉오리로 생성되는 것이다.

매생은 바둑의 생석과 태중의 탄생인 완생의 밑거름이다. 바둑이든 사람이든 미생의 공통점은 살아남을지 태어날지가 분명하게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필요한 것이 매생이다. 매생의 최대의 적은 ‘게으르고 하는 일 없이 하루를 보내는 것(懶怠放逸)’이다.

생석(生石)이 되고 탄생(誕生)이 되어, 완생에 도달하려면 반드시 매일매일 노력하는 매생(每生)이 뒷받침돼야 하고, 그 결과는 반드시 완생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완생은 궁극의 목적이 아니다. 완생이 활짝 꽃피울 때라야 왕생(旺生)의 만발하는 것이다. 왕생이 지속되면 당연히 장생(長生)이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매생의 궁극적 목표는 왕생과 장생이다. 왕생(旺生)과 장생(長生)은 왕생(王生)과는 다르다. 권세는 십년을 가지 못한다는 의미의 ‘권불십년(權不十年)’의 왕생(王生)이나 나약한 왕생(?生)이 아니다. 지역사회와 나라가 필요로 하는 왕생(旺生)이다. 장생은 어렵게 목숨만 이어가는 노생(老生)의 늙음이 아니라 ‘하루하루가 새롭고 또 하루가 새로운(日日新又日新)’하는 노화(老花)라야 한다.

흥미롭게도 울산에는 ‘왕생(旺生)’과 ‘두왕(斗旺)’ 그리고 ‘장생(長生)’이란 지명이 있다. 남구 선암호수공원에는 부들밭과 연밭이 있다. 올해도 그곳에서는 흰뺨검둥오리와 쇠물닭 가족이 탄생했다. 그들의 미생 시절을 매주 찾아서 관찰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두 가족 모두 왕생하고 장생했다. 울산은 미생이 매생의 과정을 꾸준히 실천한 끝에 완생을 보장받아 왕생과 장생이 되는 곳임을 확신한다.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 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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